[시] 코로나 스캔들
꽃구경 나왔네나는 봄날이 좋아
봄날은 내가 좋아
우리 서로 좋아서
후우, 입만 뻥끗했는데
내 아이를 가졌다는 한 여자가
아빠를 찾는다는 벽보를 뜯어 쥐고
거리에 섰네
적힌 내용인즉슨
그 사람 얼굴은 기억에 없고
가까스로 지나친 거리들이
떠오른다는 거였어
소문난 꼬리부터 몸통으로 역추적
그 끝에는 내가 서 있었던 거지
나도 입 뻥끗한 그 봄날 전부터
열이 났었지
봄을 기다렸거든
설렘이 심하면 열병이 오찮아
이번엔 다른 놈이 왔었군
내 억울함은 어디서 풀지
내가 걸어온 길을 점검해 본다
모이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
단군이래 처음 듣는
주문이 떠돈다
뻥끗했던 그대의 입
다무세요
기억없다, 누웠던 몸
6피트 떨어지세요
홍유리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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