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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망한 광복절 태극기가 없다…찾는 이도 파는 곳도 드물어

있어도 규격 안 맞는 중국산
"500개 정도 팔리던 태극기 올해는 0"

미주 최대 한인 밀집 지역인 LA에서도 태극기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파는 곳도 드물고 찾는 이도 잘 없다. 그나마 판매되고 있는 태극기도 대부분 중국산인데다 규격마저 제각각인 것으로 조사됐다. 한인 모녀가 광복절 하루 전인 14일 LA한인타운 ‘김스전기’에서 판매 중인 태극기를 살펴보고 있다. 김상진 기자

미주 최대 한인 밀집 지역인 LA에서도 태극기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파는 곳도 드물고 찾는 이도 잘 없다. 그나마 판매되고 있는 태극기도 대부분 중국산인데다 규격마저 제각각인 것으로 조사됐다. 한인 모녀가 광복절 하루 전인 14일 LA한인타운 ‘김스전기’에서 판매 중인 태극기를 살펴보고 있다. 김상진 기자

광복 75주년인데 태극기를 구할 수가 없다. 특히 LA에서는 구매도 힘들 뿐더러 그나마 판매되고 있는 태극기도 대부분 ‘중국산(Made in China)’이다.

본지는 광복절을 앞두고 LA 지역에서 유통 중인 태극기를 조사해봤다.
“태극기 파나요?”
잡화점, K팝 스토어, 마켓, 골동품 판매점 등 한국과 연결된 업체들이라면 일일이 문의 전화를 해봤다. “

태극기요? 안 팔아요” “음…다른 업체 연락해보세요.” “찾는 사람이 거의 없는데…”.

여러 업체에 문의하던 중 LA지역 김스전기에서 태극기를 판매하고 있었다. 14일 김스전기를 직접 찾아가 봤다. 광복절 전날이라 잘 보이는 곳에 태극기를 진열했을 것이라고 짐작했는데 오산이었다.

태극기는 1층 매대 한편에 10여 개 정도가 묶음으로 진열돼 있었다. 손에 들고 흔들 수 있는 중형 사이즈 태극기였다. 값은 개당 1.99달러.

김스전기 최영규 매니저는 “찾는 사람이 거의 없다. 아주 가끔 한두 개씩 팔린다”며 “모두 중국산인데 다운타운에서 소량으로 물건을 떼온다”고 말했다.

최 매니저는 “사실 제대로 된 태극기가 없는 게 부끄럽다”고 덧붙였다.

중국산 태극기 두 개를 사봤다. 한국 국기법(제7조)에 따르면 태극기의 가로와 세로 비율은 3대 2로 정해져 있다. 보통 태극기 중형 사이즈는 가로 18인치(45cm), 세로 12인치(30cm)다.

본지가 산 중국산 중형 사이즈 태극기들은 ‘3:2’ 표준 비율에도 맞지 않았다. 심지어 태극기 두 개를 포개어 비교했더니 각기 1~2인치씩 차이가 났다. 같은 사이즈로 팔리는 태극기조차 조금씩 다르게 제작된 셈이다.

게다가 원단 자체에 누런빛이 감도는가 하면, 작은 얼룩까지 보였다. 깃면 모서리 등에는 실밥들이 나와 있어 박음질조차 제대로 안 한 것을 알 수 있었다.

LA는 한인 밀집 지역인 데다 한인 상권도 가장 크다. 그럼에도 한인타운에서 구한다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장은주(37ㆍ풀러턴) 씨는 “얼마 전 아이들에게 보여주려고 태극기를 사려 나갔는데 파는 곳 자체를 찾기가 어렵더라”며 “결국 온라인으로 샀다. 한인이 많은 LA나 오렌지카운티가 이 정도인데 타지역에서는 오죽할까 싶었다”고 말했다.

온라인에서 판매되는 태극기도 중국산인 건 마찬가지다. 아마존, 플래그스임포터 등에서 사이즈에 따라 60센트(가로 6인치ㆍ세로 4인치)~69달러(가로 8피트ㆍ세로 5피트) 등에 판매되고 있었다. 한 온라인 업체(유나이티드스테이트플래그닷컴)는 중국산을 의식해서인지 ‘미국산(Made in USA)’으로 명시된 태극기를 판매하고 있었다.

의외로 유명 집수리 용품 판매점인 홈디포에서도 웹사이트를 통해 태극기를 판매(9.99달러ㆍ가로 5피트ㆍ세로 3피트)하고 있었다. 홈디포는 웹사이트에서 “이 국기는 매우 가볍다. 강한 바람이 부는 곳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온타리오 지역 플래그스임포터(flags-importer)사는 세계 각국의 국기를 수입해 전역에 판매하고 있다. 이 업체 관계자는 “미국에서 판매되는 국기의 90% 이상은 중국산으로 보면 된다”며 “우리도 한국 국기 등 대부분을 중국에서 수입한다. 중국산이 워낙 원가 자체가 싸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사는 사람이 없으니 판매 업체를 찾는 건 어렵다. 수소문 끝에 한인 서점에서 소량으로 태극기를 판매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코리아타운 갤러리아내 세종문고 박창우 대표는 “2년 전 한국에 잠시 들렸다가 태극기를 대, 중, 소 사이즈로 각각 15개씩 사 왔다”며 “수요는 거의 없다. 어디서 제작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한국의 완구점에서 샀으니 ‘한국산’이 아닐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현재 LA한인회, 3ㆍ1 여성동지회, 대한인국민회, 6ㆍ25 참전용사협회 등 한인 단체들은 행사 때마다 미주국기협회(회장 최영순ㆍ1994년 설립)로부터 태극기를 구입한다. 이 협회는 월드컵 등 각종 스포츠 경기, 한국 관련 행사 등이 있을 때마다 태극기를 조달한다. 올해는 팬데믹 상황이라 광복절 등의 행사가 취소돼 태극기 주문 자체가 없는 상황이다.

미주국기협회 최영순 회장은 남편(김상열)과 함께 LA다운타운에서 잡화점을 30년간 운영하며 태극기를 판매해왔다. 물론 이 협회가 판매하는 태극기 역시 중국산이다. 깃대인 나무 장대에 ‘Made in China’가 쓰여있다.

최 회장은 “작년 광복절에는 LA에서만 500개의 태극기가 팔렸는데 올해는 주문이 없다”며 “아무래도 (중국산이) 한국산보다는 저렴하니까 수량도 많이 공급할 수 있고 요즘은 질도 나쁘지 않다. 많은 사람이 태극기를 갖게 되면 좋고, 그 의미가 중요하기 때문에 부정적으로만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007년 LA에서 열린 광복 62주년 음악회와 34회 한국의 날 축제에서 ‘Made in China’가 선명하게 표기된 태극기가 배포돼 한인사회에서 논란이 된 바 있다. <본지 2007년 9월25일자 a-1면>


장열 ·장수아 기자 jang.yeol@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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