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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내 돈, 네 돈, 하나님 돈

성경공부 시간이다. 하나님 말씀대로 살라고 한다. 노력은 하는데 정말 잘 안 된다며 고개들을 흔든다. 어찌 나를 해하는 사람을 사랑하며 용서할 수 있느냐. 처음엔 사랑으로 시작을 했어도 너무 싸가지 없이 구는 꼴을 보면 그만 똑 같이 미워하게 되더라고 열띤 토론이 전개된다.

제일 힘든 것이 돈이 관련됐을 때다. 조금만 도와주면 금방 일어설 수 있고 빌렸던 돈도 곧 갚을 수 있다며 사정사정해서 불쌍한 맘에 계산 없이 도와주고 보면 결과는 누구에게나 똑 같이 온다. 없어서 못 갚는 것이 아니고 배짱으로 안 갚겠다는 심사를 뻔히 드러내는 모습 때문에 도와준 사람은 혈압이 오르고 배신감에 몸을 떨게 된다.

그런 사람을 용서하고 사랑으로 감싸라고?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린가. 이론은 그럴듯 하지만 막상 당하고 보면 어렵다. 우리 힘으론 절대로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음성을 높이던 A씨와 함께 점심을 들면서 내 경험을 얘기했다.

아이 학비 때문에, 교통사고가 나서, 아파트 비 못 내서, 이런저런 이유로 죽는 소리하기에 도와줬더니 이젠 배째라 식으로 나오던 걸. 차라리 없어서 못 갚으니 미안하다고 하면 동정이라도 가지. 이건 저 쓸 건 다 쓰면서 안 갚으려 배짱이니 속에서 열불이 안 나겠어요.

맞아요. 나도 그렇게 됐어요. 요리핑계 조리핑계 거짓말만 해대고 피하는데 어떻게 그런 사람을 사랑하란 말예요? 그것도 목사님 아들이란 작자가 말예요. 난 가진 돈도 없어서 카드 긁어서 빌려줬단 말예요. 그 생각만 하면 혈압이 오르고 몸이 통통 부어올라요. 지금도 그 빚 갚아 가느라 힘들어요.

A씨의 화난 모습을 지켜보다가 내가 터득한 비법을 알려줬다. 우선 돈 주고 내 몸 병들게 놔둘 순 없으니 입장을 바꿔서 생각했다. 하나님께서 내게 아주 많은 걸 빌려 주셨는데 난 펑펑 내 멋대로 쓰며 쌀 한 톨도 하나님께 갚을 생각은 안 하며 산다. 그러는 날 보시며 하나님 속은 얼마나 타실까. 그렇다고 뭐 내가 미안한 기색이나 하나. 전혀 아니다. 아주 당연한 듯 내 것으로 여긴다. 잘난 척 써댄다. 내 재물인양.

그리 생각하고 나니 내 돈 안 갚는 사람들이 밉지 않다. 나도 당장 하나님께 갚을 수가 없는 처지이니 그들도 내게 갚을 처지가 못 되려니 이해하면 된다. 내가 그들에게 내 돈 갚으라고 눈에 힘이라도 준다면 하나님도 곧 내게 그렇게 하실 것 같다. 그건 바로 내 것이 아닌 하나님 것을 그들에게 준 것이었으니 받아도 하나님이 받으실 것이다.

억울하고 분하고 돈이 궁할 때마다 생각이 나서 괘씸해지지만 곧 하나님의 입장을 생각하면 그저 고개만 숙여질 뿐이다. 진짜주인이 아무 소리 안 하는데 왜 내가 열을 내며 큰소린가 말이다.

얼마 후 다시 만난 A씨가 환하게 웃으며 다가온다. 말씀하신 대로 했더니 훨씬 편해졌어요. 혈압도 정상이고요. 우선 내가 살아야 하니까요. 병 나서 죽으면 나만 억울하죠 뭐. 잊게 될 것 같아요. 쉽지는 않아요. 시간도 필요하고요.

그러나 논리를 따지고 자꾸 생각해보니 조금씩 이해가 가더군요. 나와 하나님. 내 재물과 하나님 소유. 많이 헷갈리는 이론이지만 차근차근 나 자신을 교육하다보니 고개가 끄덕여지네요. 가끔씩 불쑥 억울한 생각도 치밀어 오르지만 편하게 되는 방법을 택하기로 했어요.

나도 함께 편하게 웃어줬다. 결코 편할 수 없는 상황인데도 편해지는 경험을 하면서 우리 안에 역사하시는 신비한 힘을 느낀다.


노기제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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