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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후원의 밤은 노골적인 '돈 걷는 밤'

원용석의 아하! 미국 정치 ∥ <6>정치 후원금(하)

워싱턴 최고 로비스트는 연방의원 친인척
“정치는 돈”…인허가 미끼로 돈 뜯어내기도

조 크라울리(민주ㆍ왼쪽) 전 연방하원의원은 도드-프랭크 금융개혁 법안 표결 하루 전에 9만 달러를 모금했다. 그는 2년 전 정치신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테즈에게 의석을 뺏겼다. 공화당 역사상 가장 오랜 기간 하원의장을 역임한 대니스 해스터트(오른쪽)의 아들 조슈아는 이동통신 전문가가 아님에도 AT&T 로비스트로 활동했다. 해스터트 전 의장은 2016년에 금융거래법 위반과 허위 진술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 13개월간 구금됐다. 그는 과거 고등학교 레슬링 코치로 일하며 14세 소년 등 최소 4명의 소년을 성추행한 혐의도 인정해 커다란 파문을 일으켰다.

조 크라울리(민주ㆍ왼쪽) 전 연방하원의원은 도드-프랭크 금융개혁 법안 표결 하루 전에 9만 달러를 모금했다. 그는 2년 전 정치신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테즈에게 의석을 뺏겼다. 공화당 역사상 가장 오랜 기간 하원의장을 역임한 대니스 해스터트(오른쪽)의 아들 조슈아는 이동통신 전문가가 아님에도 AT&T 로비스트로 활동했다. 해스터트 전 의장은 2016년에 금융거래법 위반과 허위 진술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 13개월간 구금됐다. 그는 과거 고등학교 레슬링 코치로 일하며 14세 소년 등 최소 4명의 소년을 성추행한 혐의도 인정해 커다란 파문을 일으켰다.

돈 주면 당신을 괴롭히지 않겠다. 안 주면 당신에게 나쁜 일이 일어날 것이다. 마피아의 법이다.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에 있는 도시 팔레르모는 상권의 80%가 마피아에 돈을 헌납한다. 헌납하지 않으면 비즈니스를 불태우고 심지어 업주 생명까지 앗아간다. 영화 얘기가 아니다. 시칠리아 상인 리베로 그라시는 이런 마피아의 착취에 넌더리가 났다. 더 이상 피땀 흘려 어렵게 번 돈을 뜯기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마피아에게 헌납을 중단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시칠리아 신문 ‘Giornale di Sicilia’에 공개 항의서를 게재했다. 인사말부터 “친애하는 착취꾼”이라고 쓰며 그동안 자신이 마피아로부터 당한 일들을 일일이 나열했다. 더 이상 협박은 안 통한다는 메시지였다.

공개서한 9개월 뒤인 1991년 8월. 그라시의 이름이 부고란에 올랐다. 마피아가 살해한 것이다. 물론 워싱턴 정가는 마피아처럼 돈을 헌납하지 않는다고 살해하지는 않는다. 다만 비즈니스가 죽을 수는 있다.

▶후원금 중편<2020년 6월30일 A-9면>에서 계속



무선통신 공정법이 무난히 통과되기만을 바란 AT&T는 이 와중에 다른 이동통신 회사 T-모빌과 390억 달러 규모 합병을 추진했다. 오바마 법무부는 합병을 막기 위해 제소했다. AT&T는 즉각 연방하원의원들에게 SOS를 쳤다. 2011년 9월15일. 15명의 민주당 하원의원 서명이 담긴 서한이 오바마 대통령에게 갔다. 고소를 취하하거나 합의하라는 내용이었다.

공화당 하원의원들이 즉각 맞섰다. 존 베이너 하원의장을 포함해 100여 명의 의원이 오바마에게 서한을 보냈다. 합병을 막으면 일자리 증가와 경제성장에 저해될 것이라면서 오바마정부가 AT&T와 합의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며칠 뒤 베이너 의장 캠페인에 후원금이 물밀듯이 들어왔다.

9월30일. AT&T 간부들이 의원 47명에게 후원금을 입금했다. 총 5만4550 달러를 전달했다. 버라이즌도 달려들었다. AT&T와 함께 2011년 9월~10월 한달 동안 연방하원의원들 캠프에 보낸 체크만 200장을 보냈다. 체크에 적힌 액수를 합치면 18만 달러.

드디어 배가 불렀는지, 베이너는 11월1일에 표결하겠다고 선언했다. 표결 하루 전에 무선통신사 간부들이 체크 33장을 보냈다. 도합 4만 달러. 그래도 불안했는지, 표결 당일에도 통신사들의 ‘확인사살’ 후원금이 쏟아졌다. 버라이즌 간부들이 체크 28장을 의원들에게 보냈다.

AT&T와 버라이즌 등 이동통신사들의 노력(?)은 결실을 맺었다. 그토록 원했던 무선통신 공정법이 구두로 무난히 통과됐다.

▶로비스트는 누구를 고용하나

25달러 등 소액 체크를 보내는 후원자들이 있다. 이들은 정치인의 신념을 보고 돈을 전달한 것이다. 기업 간부들 후원금은 전달방식이 다르다. 이들은 같은 날 동시간에 무더기로 후원금을 송금한다. 정치적 신념은 관심 밖이다.

2005년 AT&T가 자회사 문제로 골머리를 앓은 적이 있다. 당시 워싱턴 정가는 조슈아 해스터트라는 이름의 로비스트 고용을 권고했다. 그는 이동통신 산업 전문가도 아니었다. 외모부터 이상했다. 혀 피어싱을 하고 수염을 요란하게 길렀다. 그의 전직은 일리노이주 레코드 가게 주인. 그런데 왜 이런 로비스트를 고용했을까. 그가 당시 하원의장 데니스 해스터트 아들이었기 때문이다.

무선통신 공정법 통과를 위해 AT&T가 고용했던 로비스트는 윌리엄 클라이번 주니어다. 민주당 서열 3위 제임스 클라이번(사우스 캐롤라이나) 의원과 사촌지간이다. AT&T는 클라이번 의원의 사촌에게 3개월 동안 3만 달러를 지불했다. 전미텔레콤연맹(USTA)은 클라이번에게 6만 달러를 보냈다.

AT&T와 USTA가 클라이번을 고용한 이유가 또 있었다. 클라이번 의원의 딸 미그넌이 연방통신위원회(FCC) 위원이었다. FCC는 AT&T 등 통신사들을 규제하는 막강한 파워를 자랑한다. 물론 클라이번 의원이 자신의 사촌과 로비스트 계약을 하라고 강요한 적은 없다. 굳이 입으로 말하지 않아도 ‘척하면 척’인 것이다. 마피아처럼.

▶일반 주민 돈 뜯어내기도

2012년 8월. 뉴욕의 팀 비숍 연방하원 의원은 관할지역내 주민이 불꽃놀이 허가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됐다. 유대인 주민인 에릭 셈러는 아들의 성인식을 열기 위해 불꽃놀이를 하고 싶어했다. 얼마 뒤 그는 비숍 의원 딸로부터 ‘후원금 1만 달러를 보내라'는 편지를 받았다. 아들 성인식 3일 전에 받은 편지 내용이었다. 셈러는 다음 날 후원금 5000달러를 비숍 캠프에 입금했다. 그에게 불꽃놀이 허가증이 즉각 발급됐다. 연방수사국(FBI)이 조사에 들어갔지만 법무부는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사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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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금이 당락 좌우…2011년에만 2841회 후원 행사

워싱턴 DC는 ‘늪(swamp)’이라는 악명으로 불린다. 부패의 늪이라는 것이다. 대가성 거래 등 온갖 부패가 만연하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은 의사당이나 의회 사무실에서 후원행사를 열지 못한다. 하지만 건물 밖으로 나가 휴대폰으로 후원자들에게 전화하는 것은 합법이다. 또 인근에서 후원행사를 여는 것 역시 합법이다.

임기가 2년인 연방하원의원들은 1년 내내 후원행사를 연다. 2011년에 연방 상하원의원들이 워싱턴 DC에서 열었던 후원행사는 총 2841회였다. 당시 상원 원내대표 조지 미첼은 “오전 9시부터 자정까지 후원행사를 열어주겠다는 전화가 끊이질 않았다”며 “후원자들의 요구를 다 들어주면 법안 표결할 시간도 없다”고 했을 정도다.

후원행사에 언론인들이나 일반인들은 초청받지 못한다. 사실 후원자들이 초청장을 받아도 후원행사에 꼭 참석할 필요는 없다. 대신 불참한 대가는 톡톡히 치를 각오를 해야한다.

누가 후원행사에 가장 많이 참석할까? 주로 로비스트들이다. 도드-프랭크 금융개혁법안 표결을 앞두고 하원 세입위원회의 중진의원 조셉 크라울리는 하루 전에 후원행사를 4차례나 열었다. 총 42명의 게스트가 참석했는데 이중 31명이 로비스트였다. 후원행사 한 곳은 아예 로비스트 집에서 열었다.

정치활동위원회(PAC) 후원금으로 최소 2500 달러, 개인 후원금 최소 1000달러를 지불해야 하는 참석할 수 있는 행사들이었다. 공개된 이메일에 따르면 크라울리 의원 캠프는 금융계를 집중 타겟했다. 그 결과 하루에 9만 달러를 모금했다.

행사에 참석한 쉘 오일(Shell Oil)의 전 회장 존 호프마이스터는 이렇게 회고했다. “초청장을 받으면 무조건 참석하라는 얘기로 해석해야 한다”며 “그리고 달랑 몸만 오라는 게 아니다. 두둑한 체크를 들고 오라는 뜻”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만약 체크를 안 들고 가면 그들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한다. ‘내가 당신을 왜 만나야 하는데?’ ‘당신이 나한테 해줄 수 있는 게 뭐야?’”

결정적으로 후원금은 곧 표로 연결된다. 연방하원에서 후원금 우월 후보가 10번 중 9번을 이긴다. 상원에서는 10번 중 8번을 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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