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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열며] 반갑다, 오픈 헤어살롱

코로나 사태로 길어나는 머리카락 해결 방법이 쉽지 않다. 벌써 4~5개월이 지나가다 보니 여자아이들 머리는 늘 긴 머리니까 문제가 없지만, 눈 밑에까지 길어 내려온 사내아이들 머리는 더 봐 줄 수가 없었나 보다. 각자 제 어미가 깎아줬다는 손자놈들의 머리 모양이 삐뚤빼뚤, 울퉁불퉁 가관이다. 이제 거의 단발머리 수준이 되어가는 남편의 머리를 보고 나도 할 수 없이 가위를 들었다. 잘못 잘라져도 말 안 하기 다짐을 받고 잘랐는데 그런대로 괜찮아 보였다.

그러나 내 머리는 손댈 엄두가 나지 않아 조금 더 있으면 땋게 생겼다. 이참에 얌전히 땋아서 붉은 댕기라도 드려볼까? 어머님처럼 쪽을 져 볼까? 거기에 누가 꽃이라도 꽂아준다면 앰뷸런스가 와서 병원으로 싣고 가려나? 생각하다 혼자 웃었다. 날씨가 더워 오니 덥수룩하게 자란 머리 때문에 뒷덜미가 후끈거린다. 끈적하게 흐르는 땀을 닦아내며 잠시 옛 생각을 꺼내 본다.

내 시어머님은 늘 머리를 낭자(쪽진)하고 계셨다. 여름이면 쪽진 뒷머리가 덥다며 뒤쪽 머리숱을 좀 솎아내 달라시며 내게 가위를 내밀곤 하셨다. 나는 퍼머나 커트를 하실 것을 여러 번 권했지만, 어머니는 당신이 그렇게 하면 지나가는 개가 웃을 것이라며 듣지 않으셨다. 평생을 깊은 촌에서만 사신 어머니는 처녀 때는 긴 머리 땋아서 댕기 드리고 사시다가, 시집와서 평생을 쪽을 찌고 살아오셔서 영 엄두가 안 나셨으리라. 그러나, 그때만 해도 서울에서 쪽을 지고 계시는 노인은 찾아보기 쉽지 않았다. 어머니는 서울이 낯설기도 했지만 통 밖에 나가시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시고 집에만 조용히 계시는 분이셨다.

어느 날, 나는 어린 아들을 데리고 동네 놀이터에 가면서 어머니도 모시고 갔다. 거기엔 그날도 노인들이 나무 그늘 밑에 앉아서 서로 한담을 나누시고 계셨다. 나는 어머니에게 “보셔요. 저 노인들도 모두 퍼머를 하거나 짧게 잘랐잖아요”라고 어머니를 설득했다. 그 후 어머니는 미용실 가자는 나를 순순히 따라가셔서 숏커트를 하셨다. 머리를 자르고 나서는 시원하신지 만족해하시는 것 같았다.



2020년의 새해가 힘차게 떠오른 지 벌써 6개월, 1년의 반이 팬데믹 사태로 아무것도 못한 채 도둑맞은 느낌이다. 숨도 마음껏 쉴 수 없는 괴질로 인해 만물 중에 영장이라는 인간이 한없이 작아지는 모습을 우리는 목격하고 있다. 그래도 다행히 우리가 사는 뉴저지는 확진자의 숫자가 점점 줄어드는 추세를 보여 닫았던 비즈니스를 조금씩 열게 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하나뿐인 자신의 목숨을 가지고 마스크를 안 쓰겠다고 객기를 부리는 사람들로 인해 불안하다. 자기의 생명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참으로 어리석고 무모한 행동이 아닐 수 없다.

이 사태에 아랑곳하지 않고 무심히 자라나는 머리카락으로 고심하던 중에 헤어살롱이 오픈하여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마스크와 장갑으로 단단히 무장하고 미용실에 가야지…. 안전한 출입을 위해 마음에 각오를 단단히 한다.


이경애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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