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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지구여, 안녕하세요?

요즘은 인사하기도 힘들다. 다들 어렵게 버티는데 “안녕하세요?”라고 묻기도 민망하다. “괜찮으세요?” 하려면 “무슨 일 일어났어요?”라는 것처럼 방정맞아 보이고 “건강하시죠?” 묻자니 “니 건강이나 잘 지키세요” 하는 것 같아 불편하다.

세상에! 뒷마당 단풍나무가 계절을 잃어버렸다. 초봄에 빨갛게 단풍이 물들었다. 4월 내내 비가 하염없이 내리고 5월 초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며 서리가 한 두 차례 내리더니 가을처럼 쌀쌀한 날씨가 지속됐다. 잦은 봄비로 물먹은 수목은 울창한 삼림을 이루며 진초록 물빛을 자랑하는데 가련한 단풍은 코발트빛 하늘에 진홍의 점을 찍으며 겨울맞이 채비를 한 거다. 오락가락하는 계절에 헷갈려 시간을 돌려 세우고 가을 송별을 위해 찬란한 옷을 준비한 모양이다.

계절이 하수상하니 헷갈리는 것이 단풍 뿐이랴! 겨울이 따뜻해지고 여름이 서늘해진다. 날씨가 불규칙한 변동을 거듭하며 이상 기온으로 폭염 폭우 폭설이 만연해지고 연 강수량이 증가했다. 미국 항공 우주국(NASA)이 지구온난화로 인하여 그린란드 빙원이 녹아 내려 지난 100년 동안 바다 표면이 23센티미터 가량 높아졌다고 발표했다. 빙원이 녹으면서 1년에 500억 톤 이상의 물이 바다로 흘러 해수면이 0.14밀리미터씩 상승하고 그린란드 빙하의 두께가 매년 2미터씩 얇아진다고 한다. 사는 게 바빠서 지구온난화를 남의 집 불로 생각 했는데 단풍나무가 늘푸른 봄에 붉디붉은 잎을 두르고 지구의 미래를 위해 빨간 신호등 켜며 근심 걱정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지구온난화는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의 양이 증가하면서 지구가 점차 따뜻해져 많은 지역이 바다에 잠기고 기후균형이 무너져 가뭄 태풍 혹서 등 기상 이변으로 세계 곳곳에서 재난이 발생하는 문제를 말한다. 지구온난화 현상은 산업혁명 이후 석탄 • 석유 • 이산화탄소• 메탄• 이산화질소• 염화불화탄소 등의 사용량 증가와 삼림벌채로 그 속도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지구온난화는 지구의 표면에서 나오는 복사에너지가 대기를 빠져나가기 전에 흡수돼 그 에너지가 대기에 남아 기온이 상승하게 되는 온실효과(Greenhouse Effect)에서 발생한다. 지구를 둘러 싼 대기권을 온실에 둘러쳐진 플라스틱으로 생각하면 온도 상승의 효과를 이해하기 쉽다.

혹자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인류의 삶은 코로나 이전과 이후로 갈라진다고 말한다. 지금은 살아있는 모든 것이 헷갈린다. 살아있는지 죽어있는지 조차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숨죽여 산다. 시간을 돌려 세울 수만 있다면, 단풍나무 잎처럼 붉게 물들어 그대 등에 기대 불타는 석양을 바라보던 시간으로 돌아가고 싶다. 지난 가을 친구와 함께 걸었던, 오색 낙엽이 발목을 덮는 오솔길을 다시 걷고 싶다. 휘파람 소리에 창문 열고 누가 찿아 왔나 가슴 설레던 추억이 그립다.

까르르 까르르 웃던 애들의 웃음 소리와 동그라미 그리며 타던 세발 자전거와 건수도 없이 만나 냉면 말아먹고, 정겨운 언어로 수다 떨던, 그리운 시절로 돌아 갈 수 만 있다면 시계바늘은 거꾸로 돌아가도 좋다.

인생은 둥근 원이다. 이지러지고 다시 차오르는 보름달이다. 최악과 최고는 궁극에는 서로 만난다. 지친 오늘이 지나가고, 다시 만나 가슴 맞대고, 한아름 포옹하는 그날까지, 지구여, 안녕! 그대도 힘든 오늘을 견뎌주세요. (Q7 Fine Art대표, 작가)


이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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