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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후원금은 합법적 뇌물…대가는 당연?

원용석의 아하! 미국정치 ∥ <4> 정치 후원금(상)

MS 전 COO “후원금 안 내는 것은 미친 행위”
기업인 절반 “보복 두려워 할 수 없이 돈 낸다”

쉘 오일 컴퍼니(Shell Oil Company) 회장을 역임했던 존 호프마이스터(왼쪽)는 지난 2008년 청문회 당시 연방하원의원들로부터 집중포화를 받았다. 맥신 워터스(민주ㆍ오른쪽) 의원은 당시 석유산업을 국유화해야 한다며 그를 비판했다. 하지만 청문회 직후 맥신 의원을 비롯해 대다수 의원은 그에게 후원금을 요청했다. [페이스북 캡처]

쉘 오일 컴퍼니(Shell Oil Company) 회장을 역임했던 존 호프마이스터(왼쪽)는 지난 2008년 청문회 당시 연방하원의원들로부터 집중포화를 받았다. 맥신 워터스(민주ㆍ오른쪽) 의원은 당시 석유산업을 국유화해야 한다며 그를 비판했다. 하지만 청문회 직후 맥신 의원을 비롯해 대다수 의원은 그에게 후원금을 요청했다. [페이스북 캡처]

얼마 전 LA시 관계자에게 “LA 일반 시민이 시장을 만날 수 있는 방법이 있나?”라고 물어봤다. 그는 즉각 “그 분이 시장에게 후원금 보낸 적이 있나?”라고 물었다. 개인별 최대 후원금을 말한 게 아니다. 후원행사를 호스트하거나 어마어마한 재력과 네트워크를 지니고 있는 사람이냐는 반문이었다. 하물며 로컬정치도 이런데 워싱턴 정치는 후원금이 정치판을 얼마나 좌우할까. 조사에 따르면 대다수 연방의원은 하루 일과에서 적게는 30%, 많게는 70%의 시간을 후원금 모금에 몰두한다고 한다. 그만큼 돈과 정치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정치와 후원금’을 상, 중, 하 3편으로 나눠 정리한다.

돈이 정치를 부패하게 만든다. 통념이다. 그런데 미국 정치판을 보면 순서가 뒤바뀌었다. 정치가 돈을 부패하게 만든다는 게 더 적확하다.

워싱턴 정가는 후원금에 살고 후원금에 죽는 곳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출직들은 후원자들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들의 역학관계다.

정치 후원금을 비롯해 수퍼팩(Super PAC)과 의원들이 운영하는 자선단체 등은 사실상 ‘합법적인 뇌물’이 오고 가는 통로다. 그래서 미국 정가를 보면 족벌주의가 판을 친다. 선출직들의 가족과 친인척들이 의원들의 재단 이사로 들어가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워싱턴 정치인은 착취행위를 할까? 물론 대놓고 협박하지 않지만 이들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후원금을 내라. 안 내면 당신의 기업이 다칠 수 있다’는 메시지다. 탐사보도 기자 피터 슈와이저가 몇년 전 저서 ‘착취(Extortion)’를 통해 이러한 착취사례들을 집중 고발해 워싱턴정가에 엄청난 파문을 몰고왔다.

책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전 최고재무책임자(COO) 로버트 허볼드는 “후원금을 안 낸다는 것은 미친 행위나 마찬가지”라며 “주지 않으면 바로 그들(정치인들)의 보복을 각오해야 한다”고 했다.

유전탐사업체 아파치 코퍼레이션의 창업자 레이 플랭크는 지난 반세기 동안 양당에 후원금을 줬다. 그는 “후원금이나 로비스트 고용은 보험을 들어놓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미국 정치판은 마피아와 별반 다를 게 없다”고 했다.

은퇴 의원들의 얘기를 들으면 미국 정치가 시스템적으로 얼마나 부패한지를 알 수 있다. 전 연방상원의원 데이비드 보렌은 “어떻게 보면 후원자들은 피해자들”이라며 “정치인들이 ‘후원금'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후원자들 입장에서는 착취당하는 기분이 들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전 상원의원 러스 페인골드도 “후원자들이 먼저 돈 보내겠다고 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 반대 사례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경제개발위원회가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후원금과 관련해 여론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기업인 절반이 ‘후원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할지 두려워 어쩔 수 없이 후원한다’고 응답했다.

후원한 후보가 낙선하면 기업들은 긴장한다. 특히 아슬아슬한 승부에서 한쪽 후보가 신승했을 경우 반대진영 후보에게 많은 돈을 후원했다면 시쳇말로 ‘찍히게' 된다.

한 로비스트에 따르면 공화당 당선인이 선거 직후 민주당 후보 후원자에게 지금까지 지급했던 후원금보다 더 많은 후원금을 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후원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원래 막차를 타면 혹독한 대가를 지불하는 법이야.”

정치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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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우유 법안’

법안 발의가 최고 돈벌이
통과돼도 돈, 안 돼도 돈


매년 연방하원의원들은 무수한 법안을 발의한다. 이중 약 5%만 법으로 제정된다. 통과되지도 않을 법안을 많이 추진하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법안 추진만으로도 두둑한 후원금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플랑크 아파치 코퍼레이션 창업자는 “문제를 빨리 해결할 수 있는 법안을 재빠르게 통과시키면 그들에게 돈이 안 된다”고 했다. 최대한 이슈를 질질 끌면서 법안에 대한 관심도를 높일 때 후원금이 많이 들어온다는 것이다. 특정 비즈니스에 불리한 법안 통과가 임박했다는 식으로 기업들에게 압력을 넣으면 후원금이 쏙쏙 들어온다는 것이다.

슈와이저는 이런 모습을 두고 “워싱턴 정가는 프로 레슬링과 흡사하다”고 했다. 겉으로는 양당이 싸우는 척하지만 실제로는 후원금을 짜내는 비즈니스의 동업자라는 것이다. 누가 이기든, 양쪽 진영 모두 돈을 벌 수 있는 시스템이다.

쉘 오일 컴퍼니(Shell Oil Company) 회장을 역임했던 존 호프마이스터는 2008년 청문회 당시 양당 의원들로부터 집중포화를 받았다. 높은 석유가격부터 석유산업으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 등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이 쏟아졌다. 맥신 워터스(민주) 의원은 이 자리에서 그를 향해 호통을 치며 “석유산업을 국유화해야 한다”고까지 했다.

그런데 청문회가 끝난 뒤 의원들의 태도가 돌변했다. 이들은 일제히 호프마이스터에게 악수를 청하더니 ‘친절모드’로 돌입했다. 그는 이렇게 회상했다. "나를 내내 공격하던 의원들이 청문회가 끝나자마자 내게 후원금을 달라고 하더라”며 혀를 내둘렀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전 COO 밥 허볼드는 “외국의 경우에도 뇌물 등 부패행위가 많다. 특히 동아시아가 그런 문화가 팽배하다”며 “하지만 미국의 교묘함과 얄팍함은 차원이 다르다. 이런 부패행위들을 합법화했다는 점에서 다르다”고 지적했다.

정치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법안은 “밀커 빌(milker bill)"이다.

워싱턴 의원들 사이에서 통용되는 용어다. milker는 ‘젖 짜는 사람’을 뜻한다. bill은 ‘법안’이다. 즉 후원금을 짜낼 수 있는 법안을 말한다.

특정 비즈니스에 유리하거나 불리한 법안을 추진함으로써 후원금을 짜낸다고 해서 생긴 용어다. 법안 추진은 기업들을 상대로 협박용 카드로 쓰인다. 설사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몇년 지나면 만료되도록 하는 편법을 쓴다. 영구적으로 하면 후원금 통로가 막혀버리기 때문이다.

슈와이저는 “이 법안들은 더 합리적인 법을 위한 게 아닌 철저한 ‘후원금용’ 법안”이라고 했다. 특히 “더블 밀커(double-milker)”로 불리는 법안도 있는데 자금이 많은 기업들을 서로 충돌하게 만드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통과여부에 따라 각 기업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법안이라 양쪽 진영 기업들로부터 여러차례 후원금을 짜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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