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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고] 성공한 부통령 닉슨과 실패한 대통령 닉슨

부통령과 대통령을 지낸 리처드 닉슨은 말과 연설로 살기도 하고 죽기도 했다. 1952년 자신에 대한 국민들의 의혹을 방송 연설을 통해 해명하고 36대 부통령으로 당선되고 재선도 했다. 그러나 그는 1974년 미국 역사상 최초로 사임하는 불행한 대통령이 되고 만다. 국민에게 거짓말 소통을 시도한 대가였다. 생사의 경계는 진실성이었다.

1952년 캘리포니아주 상원의원이었던 닉슨은 11월 대통령 선거에서 아이젠하워의 러닝메이트로 지명됐다. 잘 나가던 그에게 선거비용과 관련해 비자금 스캔들 의혹이 터졌다.

위기의 상황에서 닉슨은 자신을 변호하는 연설을 통해 지지단체로부터 1만8000달러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다른 정치인처럼 자세한 설명도 없이 무시하거나 부인하기보다는 미국 정치사에 전례 없는 일”이라고 하면서 회계 처리와 함께 자신이 번 돈, 쓴 돈, 가진 돈의 내역을 공개했다( ‘레토릭’, 샘 리스). 사실을 디테일하게 밝히는 방법으로 국민들의 응원을 받고 마음을 얻었다. 당연히 신뢰감도 따라왔다. 닉슨의 연설을 감정적 차원에 초점을 맞춘 전략적 수사행위로 보는 비평가도 있지만 의혹의 대상인 자금과 함께 자신의 재산 내역을 세세히 밝힌 진정성이 전세를 역전시킨 점은 부인할 수 없다.

1972년 6월 워싱턴의 한 빌딩(워터게이트)에 침입한 절도범 5명이 체포되었다. 닉슨 대통령 재선위원회의 사주로 그 빌딩에 있는 민주당 전국위원회 본부에 도청장치를 설치하려 했다는 것이다. 부정한 선거방해·정치헌금·탈세 등의 문제가 속속 드러나는 와중에도 대통령은 도청사건과 백악관의 관련성을 부인하였다.



그러나 언론의 용기 있는 탐사보도로 대통령 보좌관 등이 관계하고, 대통령 자신도 은폐를 공모한 사실이 폭로되어 국민의 불신과 지탄을 샀다. 1974년 8월 하원에서 대통령 탄핵결의가 가결됨으로써 의회로부터 탄핵이 분명해지자 닉슨은 대통령직을 사임했다. 진실하지 않은 해명이 그를 점점 더 옭아매고 마침내 파멸에 이르게 했다.

지난달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님이 정의기억연대의 회계와 운동방향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많은 국민의 공분을 샀다. 그리고 윤미향 이사장의 해명 기자회견이 있었다.

해명이든 사죄든 설득력을 지니기 위해서는 로고스, 파토스, 에토스의 힘이 있어야 한다(아리스토텔레스). 로고스는 사실과 증거를 통해 합리적인 이해를 가능케 하고, 파토스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에토스는 신뢰감과 유대감을 얻게 한다. 지금은 여당 국회의원이 된 윤 이사장이 스스로 요청한 해명 기자회견에서 검찰의 조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기부금이나 모금한 자금의 사용내역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점은 로고스의 부재로 설득력을 떨어뜨렸다. 로고스가 미비하니 파토스와 에토스도 부재하게 되고 의혹은 해명되지 않는 것이다. 로고스는 디테일이다. 악마가 디테일에 있다고 하지만 진실하면 천사도 있을 것이다.

디테일과 진정성으로 소통한 부통령 닉슨은 성공했다. 거짓과 부당한 권력으로 소통한 대통령 닉슨은 실패했다.


김정기 /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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