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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나의 새로운 시도

코로나19 팬데믹.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들어 보는 단어, 두렵고 생소하다. 일제 압박과 6·25전쟁, 4·19혁명 등 불운의 한국 역사를 지켜봤던 부모님 세대를 이번 코로나 사태로 조금 이해했다면 무리일까.

세계 3차 대전은 바이러스와의 전쟁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총을 들이대고 핵폭탄을 쏘아 올리던 나라와의 싸움에서 이젠 바이러스 하나가 일시적으로 나라와 나라 사이에 침투해 소리 없이 온 세계를 뒤흔들며 사람의 생명을 빼앗아 가고 있다. 전쟁으로 잃은 인명보다 이번 팬데믹으로 잃은 생명이 더 많다는 것이 놀랍다.

‘자가 대피령(Stay at Home)’이 떨어지며 시작된 '집콕’ 생활이 거의 두 달이 되어간다. 주 5일 직장생활을 했던 나에겐 엄청난 큰 변화였다. 아침에 일어나면 오늘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찌 시간을 보내야 할지 막막했다. 온종일 유튜브와 넷플렉스를, 또 코로나 사태 업데이트 뉴스를 본다. 직장생활보다 부엌일이 하기 싫은 나에게 삼시세끼 해결해야하는 문제는 나의 팬데믹이다. 백종원 요리 채널을 보며 무엇을 먹을까, 남편 저녁으로 무엇을 만들까 연구하는 게 요즘 세태가 만든 나의 새로운 시도다.

머리와 손, 모든 것이 쉼을 얻었다. 그리고 다시 머리가 일을 시작하란다. 하루에 방 하나씩 뒤집었다. 서랍 속까지 뒤집어 꼭꼭 숨겨져 있던 물건들을 꺼냈다. 살이 쪄서 입지 못했던 옷들과 남 주기 아깝고, 그렇다고 언제 입을지 기약 없는 것들도 과감하게 모아 굿윌에 가져다 주었다. 그동안 버리지 못하고 가지고 있던 것들을 모두 내려놓으니 마음도 서랍장도 가벼워졌다. 언제 또 채워질지는 모르지만 이 순간만큼은 행복하고 뿌듯하다.

이층 방, 3개를 뒤집고 청소가 끝난 후 아래층의 부엌과 거실로 내려온다. 음식을 전혀 해 먹지 않을 것 같은 깨끗한 카운터톱은 나의 로망이다. 카운터톱 위에 올라와 있는 물건들을 다시 캐비닛 속으로 집어넣는다. 쥐꼬리만한 앞마당 청소도 한다. 앞뒤로 정체성 없이 튀어나와 퍼머 머리가 되어 버린 화초를 모두 뽑았다. 흙 위에 세워만 있으면 자라는 ‘Succulent plant’은 내가 좋아하는 화초다. 특별히 신경 쓰지 않아도 혼자 잘 자라는 그런 화초. 난 그런 사람이 좋다. 특별히 신경 쓰지 않아도 잘 크고 성장하는 성격 좋은 사람. 새로 뒤집어 깨끗하게 머리를 자르고 화장을 시키니 하나님이 천지창조 때 했던 “보기에 좋았더라"라는 말이 생각난다. 나의 조그만 화단. 내가 만들어낸 공간, 행복과 기쁨이 공존하는 공간. 이번 팬데믹이 만들어낸 또 다른 새로운 시도다.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는 안타깝지만 팬데믹 사태가 긍정적인 면도 있는 것 같다. 뉴노멀 시대가 열린 것이다. 항상 뒤를 보고 앞으로 움직이지 않으면 사회에서 도태되듯 살았다. 경제회복이 더딘 이때를 잘 이용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뉴노멀이라는 렌즈로 갈아 끼워본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보이거나 만져질 수 없다. 그것들은 오직 마음속에서 느껴질 것이다. 행복의 한쪽 문이 닫히면 다른 쪽 문이 열린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닫힌 문을 너무 오랫동안 보기 때문에 우리를 위해 열려 있는 문을 보지 못한다”라는 헬렌 켈러의 말에 담긴 의미가 새롭게 다가온다.


김자넷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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