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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수제비

비가 올 거라는 말을 하는 사람은
자주 부고를 전해주었다

먼 길을 걸었던 밤처럼 다리가 아프고 샛별 또렷하게
지금도 알 수 없는 새의 울음이 무겁다

불이 지피는 끓는 물방울, 속 모르는 연기는 열린 솥뚜껑 마른 손목으로 오르고 배추김치 한숨 파르르 날개를 펴고 접었다 펴고. 꾹꾹 뭉쳐진 가슴, 솥단지 들기름 바르듯 돌돌 꼬인 행주의 손바닥이 찰싹 등을 후려친다. “불을 잘 봐야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인간아” 굴뚝으로 나가지 못한 아궁이가 토하는 독백. 물컹 비릿한 한 숨이 기우뚱 돌 징검다리 멀겋게 띄워 놓고 가난한 김칫국에 제 몸 물들고 물들어주고 뜨겁고 차갑고 후끈한 삶이 마지막 노을로 번지다 옹고집 쉰 막걸리 사발에 밀리다 밀리다 불어터진 수제비.



여전히 그 새는 죽지 않고 울고
우리는 여덟에 다섯은 고향에 집이 없다

손이 차다는 사람을 만나면
곧 비가 올 거라고 말하고 싶다


임의숙 / 시인·뉴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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