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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불 아래서] 삶의 사각지대 겸손히 살핍시다

차를 운전하다 보면 운전자가 확인하지 못하는 지역이 생긴다. 잘 알고 있는 뒤쪽이나 좌우 양옆을 제외하고도 3곳이나 더 보이지 않는 곳이 있다. 뒤나 옆은 아무래도 주의를 기울이지만, 뻔히 보고 있는 앞에도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차가 갑자기 흔들리며 덜컹하지만, 이유를 모를 때가 있는데 십중팔구는 바로 사각에 있던 구멍을 순간적으로 놓치고 빠진 경우다. 앞을 보면서 가는데, 거기에 못 보는 곳이 있는 것이다.

주님을 따르며 나아가기를 원하는 이들에게도 이런 사각지대가 생기곤 한다. 열심을 가지고 달려가다 보면 앞을 분명히 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각지대가 생긴다. 옆의 사각지대는 고개를 돌려 볼 수 있지만, 앞의 사각지대는 차를 세우고 내려야 한다.

요즘 원치는 않았지만, 차에서 내려 자신의 사각지대를 살피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고, 그렇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앞만 보고 달려왔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 모든 것을 아는 것처럼 정보의 홍수 시대를 만들던 우리였다. 그러나 생명을 위협하는 바이러스를 만났을 때 할 수 있었던 대답은 잘 모른다는 것이었다. 미국에 살고 있기에 자신했던 많은 것이 그리 대단하지 않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어쩌면 우리는 신앙마저 과신했는지 모른다. 내 삶의 중심에 믿음을 둔 것이 아니라 믿음을 종으로 부려먹으면서 승리했다고 오해했을 수 있다. 앞쪽에 있는 사각지대를 보기 위해서는 고개를 돌리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숙여야 한다. 내가 잘 알았고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그곳에서 머리를 숙인다. 예배와 말씀 그리고 기도 앞에 다시 겸손하게 선다. 주께서 나를 지키신다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말씀 앞에 다시 마음을 모은다.

사각지대는 분명히 존재하지만 우리가 지나치는 곳이다. 바빠서 잊어버리고, 중요하지 않다고 흘려버렸지만 사실은 잘 보이는 곳만큼이나 동등한 나의 삶이다. 모두 스톱 사인을 만난 것 같고, 길이 막혀버려 아무 곳으로도 움직일 수 없는 것처럼 느낄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안전을 위해 멈추며, 막힌 길이 있기에 돌아가는 길을 찾는다. 쓸모없는 줄 알던 내 집의 사각지대가 집을 가장 잘 활용하는 지혜를 주는 곳이다. 그저 다시 가고만 싶어서 간절해지지 말고 내 삶의 사각지대를 겸손히 살핀다면, 잠시 서 있는 이 시간이 축복이 된다. 우리가 멈춘 것은 다시 잘 가기 위해서가 아닌가.

sunghan08@gmail.com


한성윤 목사/ 나성남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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