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광기 "고물상 하신 아버지 덕에 '생활보물' 큰 관심"
10년 자선경험 살려 유튜브'경매쇼'
설치작품 '피스 핀' 임진각 명소로
신종플루에 아들 잃고 봉사로 극복
"생활보물에 대한 관심이 문화예술에 대한 안목으로, 나아가 문화유산에 대한 애정으로 넓혀질 수 있다"고 믿는 그가 중앙일보와 공동 동영상 콘텐트 제작에 나섰다. 오는 9일 유튜브를 통해 첫선을 보이는 '이광기의 생활보물 찾기'다.
그는 문화유산의 취득·보전에 힘쓰는 비영리단체 '문화유산국민신탁'의 오랜 후원회원이기도 하다. 2010년 가입 이래 홍보대사에 준하는 활발한 활동을 펼쳐왔다. 개그우먼 이성미·박미선 등 그가 권유해 끌어들인 후원회원만 200여명이다. 이런 공로로 지난해 말 정재숙 문화재청장으로부터 감사패를 받았다.
"고교 졸업 후 재수할 때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생계를 해결하러 일찌감치 연예계에 데뷔했지만 늘 문화예술에 대한 갈증이 컸다"는 그는 사진 및 설치미술 작가로도 활동한 지 10년이 넘었다. 대표작이 2018년 4월 임진각 평화누리 공원 내에 설치한 '피스 핀(Peace Pin)' 프로젝트다.
핀(압정) 모양의 대형 풍선 모형을 마치 좌표 표시하듯 땅에 박았다. 그는 "핀이란 게 목적지를 표시하고 중요한 걸 기억할 때 사용하는데 분단에서 통일로 가는 여정을 표시하고 싶었다"고 했다. 설치 직후 임진각 평화누리 공원에서 4?27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고 세계적인 관광지가 되면서 '인증샷' 명소로 자리잡았다.
그는 2010년부터 매년 가을 자선경매 진행자로도 활약하고 있다.
"수익 절반을 작가에게 돌려주고 나머지 절반을 월드비전 등 자선단체에 기부하는 행사예요. 행사 측이 10년 간 기부한 금액이 총 7억원에 이릅니다. 작품의 가치를 요모조모 설명하고 경매 참석자들의 호기심을 북돋아 레이스에 불꽃을 틔우기까지 오랜 경험이 쌓여야 하죠."
이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최근 자신의 유튜브 채널 '광끼채널'에서 '라이브 경매 쇼'도 시작했다. 이름난 작가들의 작품을 소비자와 직접 연결해주는 유튜브 옥션이다. 수익 10%를 자선단체에 기부한다. 파주 작업공간 '스튜디오 끼'에서 진행되는 경매에 현장 참석하거나 유튜브 채팅 창을 통해 참가할 수도 있다. 지난달 14일 첫 행사 땐 캠핑 트레일러를 비롯해 총 6개의 경매품이 모두 일반인 소장자의 품을 찾아갔다. 미술품 중에 최고가는 최영욱 작가의 '달항아리'(추정가 300만원)로 열띤 경합 끝에 260만원에 낙찰됐다.
"작가들에겐 직접 수익을 돌려줄 수 있어 좋고, 일반인들은 한층 손쉽게 미술품을 가까이 할 수 있어 좋죠. 경매를 통해 미술이란 콘텐트를 생활 속에 친숙하게 누리도록 하는 게 목표예요."
1985년 KBS 드라마 '해돋는 언덕'으로 데뷔한 그는 '태조 왕건' '야인시대' '정도전' 등 주로 사극 및 시대극에서 다채로운 얼굴을 연기했다. 예능에도 진출해 특유의 입담을 뽐내던 중 팬들까지 충격에 빠뜨린 소식이 전해졌다. 2009년 11월 아들 석규(당시 6세)를 당시 창궐하던 신종플루로 떠나보낸 것. 고통 속에 헤매고 있을 때 이듬해 북중미의 빈국 아이티에 대지진이 벌어졌다.
"저를 아끼는 분들이 '제발 좀 밖으로 나오라'며 이끌다시피 해서 지진현장에 봉사를 갔어요. 수십만이 숨지고 폐허나 다름 없는 곳에서 '세상에서 내가 제일 힘든 게 아니다'는 걸 새삼 깨달았죠. 아이 보험금을 월드비전에 기부한 것도 뭐라도 돕고 싶은 마음에서였어요. 그 후로 사람들을 이어주면서 더 큰 결실을 끌어내는 게 제 일이 된 것 같아요."
요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많은 이들이 신음하고 있는 상황과 관련해선 "뭐라 말할 수 없이 참담하고 걱정스럽다"면서 "함께 어려움을 이겨나가길 바란다. 내가 작게나마 희망이 됐으면 한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강혜란 기자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