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료 안 내리면 다 나쁜가요”
착한 건물주 운동은 좋지만
건물 살 때 60% 융자 일반적
동참 못한 이들도 헤아려야
최근 LA 지역에서는 중소형 상가 건물이나 쇼핑몰을 소유한 한인 건물주가 코로나19 사태로 금전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임차인을 배려해 2~3개월 치 임대료를 최소 10%에서 많게는 절반 이상 깎아주자는 운동이 자발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본지에 소개되지 않은 건물주까지 더하면 10개 전후의 한인 소유 상가가 이 운동에 참여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다른 상가 건물 임차인 사이에서 “우리 임대료도 깎아달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그러나 모든 건물주가 이 같은 운동에 참여하기는 어렵다고 건물주와 부동산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그 이유는 상가나 쇼핑몰을 매입한 건물주의 재정 상황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일반적으로 상가 건물이나 다세대 임대 주택을 매입하는 사람은 매입 가격의 약 40%를 다운페이먼트로 내고 나머지 60% 정도는 은행 대출을 한다. 대부분의 주택 소유주가 20% 정도 다운페이먼트를 하고 나머지 금액은 모기지 융자를 얻어 내 집을 마련하는 것과 같은 방식이다. 따라서 해당 건물 임차인이 제때 임대료를 내지 않는다면 임대인, 즉 건물 소유주는 은행 빚 갚기가 힘들어지고 집을 차압 당하듯 최악의 경우 상가 건물을 차압 당하게 된다.
한인타운에 상가를 소유한 한 건물주는 “착한 건물주라는 기사가 나오니까 월 임대료를 감면하지 않는 건물주는 그럼 악덕 건물주이냐는 자괴감이 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건물주는 자신이 소유한 상가 건물 한 곳에 대해서는 이미 신문 기사가 나오기 전에 최소 20%에서 최고 40%까지 임대료를 깎아줬다고 밝혔다.
착한 건물주에 대한 기사가 나가자 막무가내식으로 무리한 임대료 인하를 요구하는 임차인도 늘고 있다. 한 건물주는 “어려운 시기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에서 소폭에서 중폭 정도의 임대료 인하에 나서자 진심으로 고맙다고 인사하는 임차인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더 깎아달라고 억지를 부리는 임차인도 있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일부 한인 건물주는 오히려 임대료를 인상하거나 더 빨리 내라고 재촉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착한 건물주 운동’은 LA를 벗어나 오렌지카운티 한인사회에도 번지고 있다. 풀러턴에서 소매업소를 운영하는 한인 김 모씨는 최근 한인 건물주로부터 4월 임대료를 절반으로 감면한다는 통지서를 받았다고 본지에 알려왔다. 절약되는 금액이 2100달러를 넘는다. 김 씨는 “최근, 운영하는 3개 매장이 모두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때문에 문을 닫아 월 임대료를 포함한 운영자금을 걱정하던 중 이런 통보를 받아 큰 위로와 힘이 됐다”고 말했다. 김 씨는 “아무쪼록 이런 작은 소식이 모여 한인 커뮤니티에 아직 사랑과 인정이 살아 있음을 알리는 좋은 불씨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김병일 기자 kim.byongil@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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