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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격기' 파월…1조2000억불 정크본드가 문제

Fed 첫 회사채 매입 논란
디폴트땐 경제 전체 위기
"세금으로 부실기업 특혜"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산업계의 최고채권책임자(Creditor in Chief)가 됐다.”

Fed가 처음으로 회사채를 사들여 양적 완화 역사의 새로운 장을 열기로 결정하자 로이터는 23일 이렇게 평했다. Fed의 역할이 월스트리트 금융경제의 ‘최종 대부자(lender of last resort)’에서 어려운 기업에 직접 달러를 쥐여주는 실물경제의 구원투수로 확대됐다는 분석이다. 이를 두고 파월 의장이 ‘B1 전략폭격기’로 변신했다는 비유마저 나온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헬기처럼 돈을 살포해 '헬리콥터 벤’이라는 별명이 붙은 벤 버냉키 전 의장을 능가했기 때문이다.

Fed가 회사채까지 손을 대기로 한 이유는 2008년 이후 지속한 저금리로 정크본드(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이 발행하는 고위험·고수익 채권)가 급증했고, 새로운 경제위기를 불러올 ‘뇌관’으로 지목됐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부채를 안고 있는 기업의 자산을 담보로 자금을 빌려주는 레버리지론 시장 규모는 2015년 이후로 50% 증가해, 약 1조2000억 달러 규모로 커졌다.

문제는 레버리지론 내에서도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의 비중이 커졌다는 점이다. WSJ는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자료를 인용해 레버리지론 시장에서 신용등급 B3 이하인 기업의 비중이 2008년 6월 23%에서 2019년 7월 38%로 15%포인트 늘었다고 전했다. 지난 11년간 경제가 플러스 성장하며, 기업의 채무불이행(디폴트) 리스크가 적어진 상황에서 저위험 자산보다 최대 연 4%포인트 이상의 수익을 주는 정크본드에 기관투자자 발을 뺄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WSJ는 “레버리지론 가격이 내려가거나 기업이 디폴트에 빠지면 연금·보험업체· 뮤추얼펀드·헤지펀드 등이 손실을 보게 된다”며 “이때 투자자가 자금을 회수하기 시작하면 산업계의 신용 경색으로 번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닛 옐런 전 Fed 의장은 “경기 침체를 야기하는 어떤 사건이 터지면 지금과 같은 높은 수준의 기업 레버리지는 경기 침체를 장기화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크본드의 15%는 셰일가스를 기반으로 한 에너지업체로 알려졌다.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이들 셰일가스 업체가 갚아야 할 부채만 860억 달러로 추산된다. 한때 배럴당 100달러가 넘었던 셰일가스 채굴 원가는 기술의 발달로 현재 32~57달러 수준까지 떨어졌지만, 20~30달러 수준의 국제유가로는 수익을 내기 어렵다. 배럴당 유가가 33달러까지 떨어졌던 2016년 상반기에 실제로 수십 곳의 셰일가스 업체가 부도를 내고 문을 닫았다.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Fed의 회사채 매입은 링거를 놓듯 자금이 필요한 기업에 직접 유동성을 주입하는 효과를 주지만, 세금을 동원해 기업 부실을 메워주는 사상 초유의 조치여서 특정 기업이나 산업에 대한 특혜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배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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