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위대했다…불후의 걸작들
선사시대의 동굴 주거지부터
서부 시대의 거대한 아치까지
주변에서 만나는 인공구조물
울고 싶은데 어디 뺨 때려주기만 기다리는 심정이 돼 가는 것 같기도 해서 내심 놀라기도 한다. 이럴 때 여행만한 것이 있을까. 항공편도 묶였고, 기차나 버스같은 대중 교통도 감염의 위험에 노출되니, 내 차로 달릴 수 밖에 없다. 워낙 넓은 땅덩어리이니, 곳곳에 비경들이 숨어 있다. 그 중 인간의 손으로 빚어진 명소들을 찾아가 본다. 잠시나마 코로나 바이러스도 잊고, 답답한 마음을 훌훌 털어버릴 곳으로 말이다.
클리프 팰리스, 콜로라도
정상부는 넓은 탁자형 대지(Mesa)인데, 그 가장자리 절벽의 중간을 파고 들어간, 말하자면 동굴형 주거지 '혈거'(Cliff Dwelling)다. 그 중에서 가장 원형이 잘 보존된 곳이 클리프 팰리스(Cliff Palace)로 꼽힌다. 콜로라도 남서부의 거대한 메사 지형에 자리한 이곳은 푸에블로 인디언의 선조인 아나사지 인디언의 주거지였다. 이들은 서기 550년 경 이 주거지의 지붕쯤에 해당하는 메사 위에서 옥수수 농사와 사냥을 하고 살았다. 1100년 경에 이르러서는 비로소 벽돌로 집을 짓고, 부락을 이루기 시작했다. 17세기 스페인 정복자들이 이곳에 이르러 '푸른 탁자'란 뜻의 메사 베르데(Mesa Verde)라고 부르기 시작했지만, 이곳 중턱의 주거지가 발견된 건 그 후 200년도 더 지나서의 일이다. 채핀 고고학 박물관과 10km에 이르는 '메사 탑 루프 로드 드라이브', 암각화들을 만나볼 수 있는 '페트로글리프 포인트 트레일' 등 명소가 많다.
붉은 산, 기묘한 형상의 바위, 황홀한 낙조가 어우러지는 애리조나의 세도나는 종종 세계 10대 관광지의 하나로 꼽히곤 한다. 자연풍광만을 자랑하는 관광지와는 달리 자연이 만들어낸 에너지, '기(氣)'가 세기로 유명하다. 독특한 형태의 붉은 사암이 병풍처럼 둘러싼 이곳에선 실제로 지구 내부에서 발생하는 자기 에너지 '볼텍스(Vortex)'가 제일 강하다고 한다.
이 세도나 시내에서 트롤리로 15분 걸리는 곳에 홀리크로스 채플(Chapel of the Holy Cross)이 자리하고 있다. 붉은 바위산을 병풍처럼 둘러친 바위 위에 지어진 성당은 신비롭고 경건하다. 18개월간 30만 달러를 들여 1956년 완공됐다.
네무르 맨션, 델라웨어
다이너마이트와 무연 화약 등을 제조, 19세이 이래로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가문 중의 하나인 듀퐁가의 알프레드 듀퐁이 그의 두 번째 부인인 알리시아에게 선물로 지은 프랑스 루이 16세 시절의 로코코 스타일의 저택이다. 네무르는 그의 증조부의 출신지인 프랑스 북중부의 도시 이름에서 따왔다. 1909~10년 이 지역 출신 건축가 스미스와 그의 아들에 의해 지어진 102개의 방을 갖춘 저택과 정원은 그 면적이 300에이커에 달한다. 정원은 듀퐁이 여러 차례 다녀왔던 유럽의 정원을 본 따 만들어졌다. 여러 개의 정원과 미술품을 갖춘 프랑스 스타일의 저택은 종종 델라웨어주의 숨은 보석으로 간주된다. 관람객은 개별적으로 둘러볼 수 있는데, 곳곳에 가이드들이 상주해 관람객들에게 설명과 안내를 해준다.
페린 브릿지, 아이다호
미국 성인 1인당 연평균 111파운드를 소비하는 감자의 97%가 생산되는 아이다호 주의 도시 아디아호폴스에 자리한 다리다. 다리 아래로 뱀처럼 구불구불 흘러가는 강, 스네이크 리버(Snake River)는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옐로스톤 호수에서 발원하여 티턴 국립공원을 거쳐 워싱턴 주의 콜럼비아 강으로 흘러 들어가는 1735km에 달하는 강이다. 이 페린 브릿지(Perrine Bridge)는 이 강의 협곡 중에서 가장 멋진 경관을 자랑하는 스네이크 리버 캐년에 걸쳐 있는 아치형 다리로 전체 길이 457m, 아래 수면까지의 높이는 148m에 이른다.
다리 아래로 펼쳐지는 경관도 멋지지만, 모험을 추구하는 베이스 점퍼(낙하산을 메고 뛰어 내리는 레저)들에겐 한번쯤 도전하고픈 명소다.
조지 피바디 도서관, 볼티모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고도 웅장한 도서관 중의 하나로 꼽히는 이 조지 피바디 도서관(George Peabody Library)는 메릴랜드 주 볼티모어의 존스 홉킨스 대학의 도서관이다. 1857년 피바디 연구소로 시작한 이 도서관은 미국 최초의 국제금융인이며 대규모 자선사업의 선구자로 꼽히는 조지 피바디가 볼티모어 시민들에게 헌정한 도서관이다. 18~19세기의 장서 30만여 권을 보유한 이 도서관은 휴일이면 결혼식과 피로연 등으로 일반인들에게 개관하는 시민의 도서관이다. 각 대학들에 아낌없이 돈을 대 하버드와 예일, 존스 홉킨스, 밴더빌트 대학 등에 그의 이름을 딴 건물들이 적지 않다. 독신이었던 그가 당시 금융기업이었던 주니어스 모건을 파트너로 받아들였다가 임종을 앞두고 피바디은행의 경영을 주니어스 모건에 넘겨 오늘날의 세계적인 금융제국인 J.P. 모건의 신화가 있게 됐다.
게이트웨이 아치, 미주리
서반구에서 가장 높은 인공구조물로 꼽히는 게이트웨이 아치(Gateway Arch)는 미국의 60번째 국립공원이다. 1965년 미시시피강 너머 서부 영토 확장을 기념하기 위해 1965년 준공됐다. 스테인리스강으로 제작된 192m 높이의 이 아치는 서부로 향하는 관문을 상징처럼 우뚝 서 있다. 정상부의 전망대로는 내부의 트램을 닮은 케이블카로 오를 수 있다. 지하에는 서부개척 박물관을 비롯해서 3-D영화관, 케이블카 승강장이 자리하고 있다. 전망대에서 내려다 보는 세인트루이스 시가지의 전망이 시원하다. 정면의 구 재판소를 포함한 타운타운과 남서쪽으로 메이저리그 야구단 카디널스의 홈구장도 보인다.
미리어드 식물원, 오클라호마
오클라호마시의 중심부에 위치한 미리어드 식물원(Myriad Botanical Gardens)은 '오아시스'라고도 불린다. 1998년에 개장한 17에이커 규모의 식물원은 중앙에 68m 높이의 원통형 '크리스털 브릿지 열대 온실'이 자리하고 있는데, 야자나무들을 비롯해서 이국적이고도 아름다운 다양한 꽃과 식물들이 전시되고 있다. 이곳은 식물원뿐만 아니라 산책로에서의 산책, 잔디밭에서의 소풍 등 다양한 즐길거리를 선사한다. 공원 곳곳에 어린이 정원, 강아지 공원 등이 마련돼 있어 가족 나들이에도 좋다. 이외에 매년 오클라호마시와 함께 다양한 아트 페스티벌이 열린다.
사진=위키피디아·MSN
백종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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