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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 오르다] 고산 등정을 위한 설상 운행 및 비상시 제동 훈련

저번주에 이어 오늘도 제법 눈을 뿌려준다. 호랑이가 장가 가는지 진눈깨비가 오시다가 말고 맑았다가 다시 함박눈도 내려오신다. 띠그레님이 사업상 잠시 쉬기로 해서 한동안은 오르리 고문님이 대장직을 수행하시기로 했다. 역시 지난주에 이어 설상 운행 중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사안에 대해서 경험하고 체력을 기르며 대처 방법에 대한 훈련을 한다.

Alpental ski area 안쪽 제일 깊숙한 주차장에 파킹을 하니 B코스 회원들도 몇몇이 보인다. B코스는 Chair Peak 가는 도중에 있는 Source Lake 근처까지 눈신 산행을 한다. 트레일 입구에 NWAC에서 나온 직원 및 봉사자들이 눈사태에 대한 경고를 하고 있다. 온도가 올라가면 눈에 물기가 많아지면서 눈사태의 위험이 높아진다. 이럴 때일수록 루트를 잘 선택해야 한다. 될수록 나무가 없고 오픈된 지역은 피하는 게 좋다.

B팀과 인사를 나누고 조금 먼저 출발을 한다. 통상적으로 선등자의 자취도 없고 눈이 깊은 이런 지역에서는 신는 게 원칙이지만 우리는 훈련을 위해서 눈신 없이 산행을 하기로 했다.

처음 0.5마일 구간은 스키장에서 관리를 하는지 트레일이 아주 넉넉하고 다져져 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행히도(?) 한무리의 산 스키어들이 우리를 지나쳐 앞서 간다. 그들의 자국을 따라가면 조금이라도 수월해진다.

조금씩 적당히 내려주는 눈에 감사하며 1시간여 진행하니 Source Lake에 다다른다. 미처 하지 못한 단체사진 촬영을 하고 약간의 휴식을 취하면서 다음 코스의 공략을 연구한다. 이제부터는 아무도 안 간 길이다. 앞서 간 산 스키어(산 스키 타는 사람)들도 다른 코스를 택했는지 시야에서 사라지고 그저 하얀 언덕만 보일 뿐 아무런 발자국도 없다. 왼쪽은 눈사태의 위험이 있는 지형이고 오른쪽은 조금은 안전해 보이지만 소스 호수가 가로 막고 있다.

결국 오르리 대장님의 의견대로 왼쪽으로 호수를 돌아서 오른쪽 방향으로 Switch Back을 하면서 오르기로 했다. 불과 10여분 진행하자 선두에서 곡소리가 터져 나온다. 경사가 심해지면서 눈이 너무 깊게 빠져 도저히 진행이 안 된다. (이럴 때 눈신이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보다 못한 오르리 대장님이 포복 시범을 보인다. 기어가면 아무래도 덜 빠진다.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진다. 계속 선두를 교체해 가면서 진행한다. 처음에는 100보 걸어가고 선두를 교체하고 경사가 심해질수록 교체 시기가 빨라진다. 결국은 30보 만에 선두 교체가 이루어진다. 그래야 그나마 진행이 빨라진다.

눈이 예년보다는 덜 쌓여서 그런지 해마다 몇 번씩 오는 산행지인데도 약간은 낯설다. 루트를 찾는데 애로점이 있다. 결국 예년과는 약간 다르게 왼쪽을 공략해서 스노우 호수로 넘어가는 갈림길인 Saddle에 가기로 했다. 원래 가던 루트가 적은 적설량 탓에 경사가 더 심해져서 위험하기 때문이다.

어느덧 새들에 도착하니 2시간이 훌쩍 넘었다. 아래쪽 소스 호수 근처에 우리 B팀으로 보이는 한무리의 사람들이 보인다. 왠지 그들이 부럽다. 맛있는 점심을 먹을 텐데 우리는 왜 이 고생을 사서 하는지 모르겠다.

눈발도 굵어지고 도대체 어느 코스를 공략해야 체어픽에 갈 수 있는지 암담하기만 하다. 결국 대장님이 직등 코스를 택한다. 어차피 우리가 가는 게 길이요, 돌아가봐야 허리까지 빠지는 눈길이라 경사가 더 심하더라도 짧게 가자는 이론이다. 얼마 진행 못하고 결국 다시 기어가기 시작한다. 눈이 얼마나 깊은지 한 번 빠지면 자력 탈출이 불가능할 정도다. 도대체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지 아니면 약간 돌았는지 다섯 명이 새하얀 눈밭을 기어가고 있다.

또다른 한시간이 지나니 Timber line이 보이기 시작한다. 누군가가 소리친다. 라인까지만 가는 걸로 오늘 산행은 끝내자고...

팀버라인을 넘어서니 확 트인 하얀 벌판이 보이고, 마치 뚱하고 하늘에서 떨어진 것처럼 체어픽을 비롯한 각종 픽들이 눈에 들어온다.

누군가가 먼저 다시 전진을 시작한다. 미친 거 아냐? 배도 고프고, 춥고, 체력도 바닥인데 왜 저러나? ㅎㅎ

아무도 군소리 안하고 묵묵히 대장을 뒤따른다. 알파인인데 체면이 있지 끝장을 봐야지? 우리가 만든 트랙을 따라서 산 스키어 한 명이 다가온다. 대장님과 대화를 나누더니 우리 모두와 반가움과 격려의 인사를 나눈 뒤 다행히 ‘고놈’이 우리를 앞서 간다. 산 스키는 일반 스키보다 조금 넓고 길어서 이런 눈길에 많이 유리하다. 특히 하강길에는 무척 부러움을 느낀다.

각설하고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가야지? 스키 자국을 뒤따르다 보니 루트가 예년과 달리 오른쪽으로 치우쳐져 있음을 많은 눈에도 우뚝 서서 버티고 있는 쌍바위때문에 알게 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스키어가 시야에서 사라졌다. 벌써 협곡을 넘어갔나? 불과 100여미터 전진하니 전혀 예상치 못하게 가까운 위치에서 협곡이 나타나고 Chair Peak Saddle이 오른쪽으로 보인다. 그 협곡에 스키 자국도 줄을 그리고 있다. 왠지 모를 반가움에 탄성을 지른다. 그래 이제 얼마 안 남았다. 끝장을 보자. 걸어가다가 높은 포복 또는 낮은 포복으로 기어가다 보니 꼭대기에 좀 전에 사라진 스키어가 보인다. ‘놈’이 소리 지르면서 자신이 하강할 것을 알린다. ‘놈’이 약간의 눈사태를 만들면서 우리를 지나쳐 사라진다. ‘자식’이 길을 더 어렵게 만들어놨다. 결국 오르리 대장님이 새들에 안착하고 우리도 그 뒤를 따른다. 결국은 몇번의 포기하고 싶은 유혹을 떨쳐내고 해냈다.

오후 1시45분이다. 들머리에서 9시10분에 출발했으니 4시간 35분만에 목표했던 정상에 올랐다. 간단히 늦은 점심을 떼우고 수다도 떨고 사진촬영도 하던 중 누군가가 해가 보이면 좋겠다 하니 햇님도 구름 사이로 고개를 내민다.

오르리 대장님의 위기 대처법의 강의가 있은 후에 하산을 시작한다. 넘어져서 미끄러질 경우 얼음도끼(Ice Axe)를 사용해서 제동하는 방법과 심한 비탈에서 얼음도끼를 사용해서 턴 하는 방법 등을 배우고 곳 바로 하산하면서 실습을 한다. 도끼는 항상 높은 쪽을 찍으면서 이동한다. 도끼를 항상 먼저 찍고 안전을 확보한 상태에서 두 걸음을 이동하고 다시 도끼를 찍는다. 헌데 눈이 너무 소프트해서 깊게 박히니 지지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 사실 레이니어 산행 예정 시기는 6월이라 빙하 상태가 얼음같이 강하기 때문에 지금과는 차이가 있다. 이런 눈 상태에서는 미끄럼도 안 타진다.ㅜㅜ

하산 시간은 불과 2시간 30분 걸렸다. 오르리 대장님 왈, 고산 등정을 할 때는 안자일렌을 하게 되는데, 제일 중요한 점은 누군가의 뛰어난 능력이 아니라 같이 생명줄을 나누어 맨 동료끼리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야 안전하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많은 시간을 같이 훈련하고 서로의 능력을 나누어야 한다.

등정 일시: 2020년 2월28일 토요일
등정 장소: Chair Peak(Winter route, 위치: Alpine Lake Wilderness near I-90 / 고도: 6244ft / 거리: 왕복 7 Miles)
참여 대원: 이영훈(오르리) 대장, 글렌 박(탱이), 마테오, 한문희(산친구), 조성무(칠갑산)
글/사진: 조성무 시애틀 산악회 회장

필자의 사정으로 다음주 ‘산에 오르다’는 쉽니다. 독자 여러분의 양해를 바랍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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