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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이야기] 커피맛, 로스터의 지식과 역량이 핵심

로스팅(볶기)

'커피, 과학에 예술을 더한 것'
건조부터 쿨링까지 3단계

커피 맛을 좌우하는데는 로스팅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커피 맛을 좌우하는데는 로스팅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지난 2월말 OC 코스타메사에서 열린 커피 이벤트(US CoffeeChamps Qualifying Event)에 로스팅 심사관으로 초대를 받아 미국 서부지역 로스터들의 커피를 평가했다. 참가자들에게는 같은 종류의 생두가 제공되었고, 본인들의 로스팅 머신을 가지고 스스로 설계한 프로파일을 통해 로스팅을 한 후 심사위원들에게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방식이었다. 같은 생두를 사용했음에도 맛은 천차만별이었고, 심사 과정에서 느낀 점은 로스팅에 대한 과학적인 지식이 있는 로스터들의 설명이 훨씬 설득력 있고 합리적이었다.

커피를 생두 상태에서 열과 공기의 흐름을 제어하면서 우리가 알고 있는 커피의 향미를 가진 원두로 탈바꿈하는 과정을 로스팅이라고 한다. 이 과정에서 커피를 볶는 로스터들이 수많은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이 의사결정은 과학적인 배경 지식을 바탕으로 로스팅 중 일어나는 물리적/화학적 반응을 이해하면서 특별한 향미를 최대한 끌어 낼 수 있어야 한다.

커피를 볶기 전의 상태인 생두는 원산지와 종자에 따라 각기 다른 밀도와 수분율을 가지고 있으며 크기도 제각각이다. 즉, 생두의 특징에 맞는 로스팅 방법은 다양하며 로스팅 단계별로 로스터의 판단 여하에 따라 맛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스페셜티 커피가 대중화됨에 따라 이제 주변의 작은 카페에서도 쉽게 기존의 다크하고 스모크한 보통 커피가 아닌, 과일의 향, 꽃의 향이 지배적인 스페셜티 커피를 쉽게 만나게 되었다. 그런데 이렇게 스페셜티 커피가 대중화되고 나니, 다른 경쟁 커피 전문점들과 차별화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져 버린 상황이 되었고, 이제는 많은 분들이 로스팅에 도전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독일의 명품 로스팅 머신 제조업체에는 “커피는 과학에 예술을 더한 것” 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동감이 많이 가는 명언이라 생각한다. 커피를 볶는 로스터로서 로스팅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과학지식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수분증발에 필요한 열량의 이해, 메일라드 반응, 캐러멜화 과정, 열분해 등이 대표적이다. 과학적인 이해는 로스터에게 창조력을 제공해 주고 영감에 따라 로스팅을 진행하는데 길잡이 역할을 해 준다.

색의 변화를 확인하고 있는 로스터.

색의 변화를 확인하고 있는 로스터.

로스팅 단계

커피 로스팅 과정은 투입을 시작으로 배출을 하기까지 여러 단계를 거치게 된다. 일반적으로 3단계로 나뉜다.

▶건조 단계: 생두가 가진 밀도와 수분 함유율에 따라 화씨 400도 근처에서 투입온도가 정해지게 된다. 생두가 드럼에 투입되고 나면 드럼 내에 있는 열에 의해 생두에 포함된 수분이 증발을 하기 시작한다. 일반적으로 생두는 10~12% 수분이 있다, 이 수분에는 좀 쉽게 증발이 되는 자유수와 그렇지 않은 결합수로 이루어져 있다. 이 과정은 본격적인 화학반응을 일으키기 위한 준비 단계이지만, 어떻게 수분을 증발하는지에 따라 커피 맛은 크게 차이가 나게 된다. 로스팅 과정 중에 일어나는 화학반응은 탈수 또는 가수분해를 한다. 즉, 수분이 어떤 속도로 증발 및 기화되는지에 따라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커피 향미와 관련된 화학 반응이 다르게 일어 날 수 있다.

예를 들어 초반에 화력이 너무 강하면 생두 표면의 자유수가 일찍 증발이 되면서 표면이 딱딱해지는 경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로 인해 내부의 수분이 증발하지 못하고 갇히게 된다. 이때 일련의 화학반응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게 되면 이는 커피에서 찐향이 나는 원인이 된다.

▶볶는 과정: 건조 과정을 거치면서 초록색을 띤 생두는 노란색을 띠게 되고, 물렁물렁해 지는 고무화 단계를 거치게 된다. 그 이후부터 커피는 본격적인 로스팅 과정에 들어가게 된다. 이 과정에서 로스터가 이해해야 하는 몇 가지 화학반응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메일라드 반응, 캐라멜화, 열분해다.

메일라드 반응 초기에는 커피 내의 환원당과 아미노산이 응축/결합을 하면서 글리코사민이 만들어지고 아마도리 재배치가 일어난다. 메일라드 중간단계에서는 초기에 만들어진 물질들이 탈수작용을 거치면서 리덕톤을 생성한다. 이때 갓 구운 빵 같은 향기를 내는 푸푸랄이라는 향기물질이, 마지막 단계에서는 리덕톤과 아미노산이 다시 결합하는 스트렉커 분해를 통해 알데하이드가 만들어진다. 이 알데하이드는 최종적으로 커피 향을 만드는 전구체 역할을 한다. 마지막에 여러 물질과 화학 반응을 일으켜 스페셜티 커피가 가져야 하는 특별한 향들을 만들어 낸다.

캐라멜화는 메일라드 반응보다 조금 늦게 나타나는 화학반응으로 메일라드보다는 좀 간략한 화학반응이다. 지속적인 열 공급으로 인해 단당류의 산화가 이루어지면서 나타나는 갈변 반응으로, 이 과정 중에 독특한 휘발성 향기 물질들이 만들어지고, 일반적인 생각과는 이 구간에서는 달리 단맛이 줄고 쓴맛이 증가하게 된다.

▶쿨링 과정: 고온에서 로스팅 과정을 겪은 커피는 재빨리 식혀 주지 않으면 계속해서 화학반응을 일으키게 된다. 로스터의 판단에 의해 최적의 향을 배출하는 온도에서 배출온도가 정해지는데 이 쿨링 과정을 소홀히 할 경우 의도하지 않은 향미가 발현될 수 있다.

로스터는 농부들이 정성스럽게 재배한 커피를 아름답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그림에 비유하자면 농부가 그린 밑바탕에 채색을 하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좀더 다양한 커피 맛을 찾고 있다면 이제 로스팅에 눈을 돌릴 때가 된 것 같다.

연응주 학장은

고대 식품자원경제학을 공부했으며 조지 워싱턴대에서 MBA를 마쳤다. 현재 LA 커피칼리지 학장이자 오로그룹 공동 설립자 및 보드멤버다. COE(Cup of Excellence) 국제심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랩커피 &로스터를 운영하고 있다.


연응주 / LA커피칼리지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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