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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로댕의 방

초록, 노랑, 빨강, 보라. 포장을 열면 쏟아지던 별 사탕 색, 색의 잔치

네모난 블록을 쌓아 올리던 손은 네모난 방을 수십 칸 만들었습니다.

보라색의 블록의 방은 늘 비가 새는 데 구석에 놓인 기타를 튕겨보는 떨리는 눈

고장 난 불협화음의 툰 은 첫 음을 기억하지 못하고 나는

나비의 언어와 새벽의 냄새가 누운 풀의 속삭임 악보를 읽지 못하는 사람을

비밀의 방에서 내보내기로 하였습니다.

방에서 걸어나가는 검은 옷을 입은 어깨가 잠깐 출렁, 하는 듯하더니

곧바로 복도를 향해 걸어가고 문이 닫히는 소리

문 닫히는 소리는 슬프지만은 않습니다.

창문에 들어오는 손바닥만 한 햇빛 한줄기가 눈치를 보며 들어앉는데

손등을 베개로 만들어 빛을 깔고 누어 지나간 시간 어깨를 스치던

바람의 소리를 불러와 마시며 촛농의 냄새를 만지작거립니다.

조금 멀리, 조금 가까이. 조여 보고 느슨히 훑어봐도 소리의 툰 을 잡지 못하던

잡음에 익숙한 귀에 오랜만에 찾아온 적요가 들어앉습니다.

나는 아무 소리도 없는 그 소리가 너무 좋아

조용히 일어나 문 위에 걸린 팻말을 돌려놓았습니다.


곽애리 / 시인·뉴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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