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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무르익을 때까지

기억한다
늦가을 바람이 밤송이를 구르는 아침
뒤뜰에서 몰래 알밤 줍는 아이들의 숨죽임을
장독대 돌담 밑 샘터에서
불룩한 목련 꽃망울 터지는 소리 기다리는 소녀를

어느 화창한 봄날
흰옷 입은 어머니의 정갈함에 못 이겨 장독대 옆
어린 목련은 끝내 짜디짠 눈물을 흘렸다
기억은 불빛으로 오는가
가장 서러운 곳에서
영원한 이별을 묻힌 밤하늘은 푸르지 않았다
사랑의 불가능도 아니었다
서로의 숨결을 느끼지 못한 막막함이었다

일시적인 이별을 묵시로 내 그림자를
가끔 뒤돌아본다
겨울 가슴에 그대의 꽃망울을 달고
꽃이 활짝 피기를 기다리던 세월
이제는 자주 뒤돌아본다

바람결에 불을 켜고
봄날의 영원을 꿈꾸고 있을 그대
마른 가지를 부드럽게 감쌀 눈물이
꽃망울에 앉아 꽃받침을 적시고
아주 꽃이 무르익을 때까지


정숙자 / 시인·아스토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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