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하의 삶이 있는 풍경] “어화둥둥 내 사랑”
두 부부의 사랑 얘기를 듣다 보면 어느 노랫말을 뛰어넘어 한편의 흑백 영화를 보는 듯하다. 순애보도 이런 순애보가 없다. 구구절절 아리고 가슴 뛰는 사연으로 가득 차 있다. 남들보다 두 배가 넘는 사연으로 얽히고설킨 인연이다. 어쩌면 ‘너는 내 운명’으로 밖에 설명할 수 없는 신비다. 이팔 청춘에 만난 인연이 오늘에 이르기까지 숱한 사연은 품고 있다. 마치 다 펼치지 못한 보자기속처럼 신비롭고 호기가 가득한 종합선물 같은 사랑 보따리가 틀림없다.
부부의 연은 사랑으로 이루어 지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사랑은 단지 출발시키는 힘일 뿐, 나머지는 서로 노력하고 의지하는 힘으로 움직인다. 그렇게 50년을 산 부부다. 이제 이들은 남과 여의 성별을 넘어선 그냥 사람이다. 서로 측은지심으로 보듬고 살 수밖에 없는 단계에 닿았다. 애틋하고 아리고 가슴 뛰는 사랑은 기억 저편의 추억이다. 살아온 날보다 짧은 날이 남았다. 그러나 더 애틋하고 더 절절하다. 잘 듣지 못하고 잘 보이지 않고 몸도 예전처럼 날렵하지 않지만, 할 일이 너무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은 부부다.
두 부부는 북텍사스 한미여성회 회원이고 사단범인 북텍사스 국악협회 회원이다. 그동안 수많은 행사를 같이했고 먼 여행도 숱하게 했다. 미운 정 고운 정을 넘어 눈빛만 봐도 말이 통하는 사이다. 코리안 페스티벌을 위해 같이 땀 흘리고, 한국 입양아를 위해 오클라호마까지 차를 몰고 갈 정도로 혈기 또한 왕성하다. 영화 같은 환상으로 국제결혼을 보면 ‘어화둥둥 내 사랑’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결혼은 상대에게 배려와 노력이 우선 되어야 한다. 서로 노력할 때만 가능한 관계다. 서로 그렇게 애틋하게 마음 주며 손잡고 오래오래 같이했으면 좋겠다. 한국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두분에게 감사한다.
글·사진 김선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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