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끄고, 스쳐가는 인연 잡아라”
[고수를 찾아서]
<3> 듀오USA 제니퍼 이 지사장
300쌍 맺어준 ‘연애의 고수’
여성은 남성 재력보다 외모
남성은 똑똑한 여자를 선호
"사랑의 최고 기술은 터치
고수는 짝만나 완성되는 이"
연애의 ‘연(戀)’은 애가 타는 글자다. 그립다, 사모하다, 사랑하다, 잊지못하다라는 간절한 뜻이 이어지다가 ‘차마 헤어지지 못하다’는 미련마저 품는다. 그 복잡한 감정과 감정 사이에서 ‘연’은 맺어진다. 세번째 고수는 ‘연인’을 만드는 사람이다. LA 최초 커플 매니저이자 결혼정보회사 듀오USA 지사장 제니퍼 이씨다. 14일은 밸런타인스데이다. ‘연애의 고수’를 만나기 좋은 때다.
“운동하고 곧장 출근하는 바람에 화장도 제대로 못했어요.”
26.2마일(42.195km)은 꾸준해야 완주한다. 매주 화·목요일에 새벽 이슬을 맞으면서 10마일을 뛴다. 안 뛰는 날은 요가를 한다. 역시 전문가급이다. 출근 전, 퇴근 후 합쳐 5시간 이상 땀을 흘린다.
운동 이야기부터 늘어놓는 이유가 있었다. “연애도 마라톤처럼 포기 말고 꾸준히 달려야 해요.” 듣고 싶었던 ‘사랑 이야기’가 시작됐다.
-LA 1호 커플 매니저다.
“배추사러 갔다가 21년째 이 일을 하고 있다. 마켓에서 배추를 고르는데 바닥에 깔린 신문 광고에 ‘커플 매니저 구함’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당시 은행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재미있겠다 싶어 지원했다. 듀오가 미국에 진출한 1999년이었다. 지사장과 단 둘이서 시작했다.”
-20년간 업계 변화는.
“10년전까지만 해도 결혼회사가 10여개가 넘을 정도로 성업이었다. 부동산 회사처럼 각 지역 담당 커플 매니저까지 있었지만 지금은 다 문닫고 듀오만 꿋꿋하게 남았다.”
-그때와 지금, 회원들은 어떻게 달라졌나.
“당시엔 여성회원이 다수였지만 요새는 남성이 6:4 정도로 많다. 또 지금은 1.5세, 2세가 절대 다수다. 다들 좋은 직장에서 일하고 개성이 뚜렷하다. 예전엔 여성들이 남성의 재력과 학벌을 봤지만 이젠 외모, 성격, 취미를 더 중요시한다. 아무리 돈많고 좋은 대학 나와도 호감 안가면 안본다. 남성들도 변했다. 예쁜 여자보다 똑똑한 여자를 더 좋아한다. 맞벌이 상대를 찾고 한국에서 신부를 데려오려는 경우는 소수다.”
-결혼 연령은.
“요즘 초혼은 일찍하든가 늦게하든가다. 그래서 35세 전후 남성들이 고민이 많다. 주변에 노총각 형님들이 너무 많아 자기들도 결혼 못할까봐서다. 본인이 장동건도 아니고 재벌 2세도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정작 연애하는 방법을 잘 모른다. 하나하나 코치해줘야한다.”
-어떤 걸 가르쳐주나.
“예를 들면 첫 만남에서 상대에게 뭘 물어야 하는지도 모른다. ‘미국온 지 얼마나 되셨나요' 같은 시답잖은 질문은 하지 말라고 한다. 듀오의 이번 밸런타인스데이 이벤트 참가자들에겐 아예 질문지를 마련해줬다. ‘내 첫인상 어때요’, ‘친구들이 당신의 어떤 면을 최고라고 하나요’, ‘요즘 빠져있는 것은’ 같은 돌직구 질문이다.”
-남성들에게 조언한다면.
“적극적으로 대시해라. 여성은 자신감있는 남성을 좋아한다. 휴대폰 꺼라. 평생의 인연을 만나는 것보다 중요한 일 많지 않다. 바쁜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면 상대는 연락 안한다. 눈맞춤 많이하라. 만나서 헤어질 때까지 상대 시선을 내 눈안에 잡아두라.”
-여성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쑥스러워 하지 마라. ‘부모님, 친구 등쌀에 억지로 끌려나왔다’는 말 하지마라. ‘할렐루야’ 신앙 이야기 많이 하지 마라. 키 작고 통통해 고민이라면 만날 때 되도록 앉아있어라. 내 약점 감추고 매력만 발산하면 된다. 남자들은 단순해서 매력에 빠지면 약점은 잊는다. 연봉 많다고 자랑하지 마라. 남자들은 주눅든다. 잘 웃어라. 자연스러운 미소는 기억에 오래 남는다.”
-몇쌍이나 결혼시켰나.
“300쌍 정도? 15년째 감사편지와 선물카드를 보내오는 커플도 있다. 이 직업은 보람이 크다.”
-재혼 풍속도는.
“아휴~. 재혼은 너~무 머리 아프다. 연령층이 젊어지고 있다. 남자들은 안정을 찾기 위해 재혼을 서두르지만 여자들은 굳이 서두르지 않는다. 그래서 남성들은 재혼에 인내가 필요하다. ‘삼혼’을 원하는 70대 시니어 회원도 있다. 재혼 성사율이 높은 연령대는 65~75년생, 45~55세 사이다.”
-힘들었던 경험은.
“엉뚱한 오해를 받은 적이 있다. 남성 회원께 좋은 짝을 소개하려 최선을 다했는데 내가 본인에게 관심이 있다고 여기셨나보다. 내 진심이 상대방에겐 다른 진심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걸 알았다.”
-‘데이팅 앱’이 많다. 사업에 타격은 없나.
“오히려 도움이 된다. 앱에 실망해서 듀오를 찾아온 회원들이 꽤 된다. 앱으로 만난 상대는 유령을 만나는 느낌이라고 하더라. 검증 안된 상대니 위험하기도 하다. 듀오는 회원들의 신원을 철저하게 확인한다. 신뢰할 수 있다.”
듀오의 회원 검증 작업은 까다롭다. 가입신청서는 5장 분량이다. 질문이 빼곡하다. 기본 신상정보에 추가되는 질문들이 많다. 예를 들어 한국어 구사 수준, 부모 자산규모, 학비 융자여부에 정자·난자를 냉동해놓았는지도 묻는다. 또 마지막 데이트가 언제인지, 왜 실망했는지도 자세히 묻는다.
-회원수는.
“700여명이다. 스물 한살부터 70대 시니어까지 다양하다.”
-커플 매칭 노하우는.
“종교, 혈액형까지 본인의 희망을 최대한 맞춰준다. 나만의 매칭 노하우는 출생 계절이다. 겨울에 태어난 사람은 여름 출생자와, 가을은 봄과 잘 맞는 경향이 있더라.”
-연애 못하는 이들의 공통점은.
“상대방에 대해 기대치가 높다. 모든 조건 맞는 사람 없다. ‘이상형’ 고집 버려라. 상대방에게 내가 이상형인지 생각해보라. 또, 상대를 이성적으로 이해하려 노력하지 마라. 남녀는 언어와 생각이 다른 종족이다. 서로 달라서 함께 살 수 있는 것 아닌가.”
-인연이란.
“기회다. 매일 수많은 인연이 내 옆을 스쳐 지나간다. 내 사람은 그 중에 있다. 꽉 잡아라.”
-사랑의 최고 기술은.
“터치다. 만지고 토닥이고 안아주고…. 진솔한 감성적, 육체적 교감이다.”
-연애의 고수란.
“흔히들 말하는 연애 고수는 결혼하기 어렵다. 자기가 잘난 걸 본인이 알아서 문제다. 어떻게 ‘작업’을 하면 상대가 넘어올지 안다. 그런데 그러다가 자기 꾀에 빠지기 쉽다. 진정한 연애의 고수는 하나쯤은 채울 것이 있는 부족한 사람이다. 짝이 있어 완성되는 사람이 사랑의 고수 아닐까.”
▶문의:(213)383-2525 듀오USA
정구현 기자 chung.koohyun@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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