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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보다 더 무서운 '인종 편견'

'우한폐렴' 사태 악화되자
아시안 유학생 경계 역력

요바린다 유명 사립학교 등
등교 막고 캠프 환불조치도

29일 오전 LA인근 할리우드 불러바드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중국인 관광객들이 상가 앞을 지나고 있다. 김상진 기자

29일 오전 LA인근 할리우드 불러바드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중국인 관광객들이 상가 앞을 지나고 있다. 김상진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인 ‘우한 폐렴’ 확산을 두고 불안감이 커지자 일부 학교에서는 아시아계 유학생을 상대로 출석 금지 조치를 내리고 있다. 이는 인종 차별 등의 논란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우선 요바린다 지역 명문 헤리티지오크사립학교는 외국인 단기 유학생을 대상으로 학업 일정 취소와 중국 여행을 다녀온 재학생 또는 가족이 있을 경우 학교 출석을 당분간 금지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발표했다.

본지가 입수한 공문에서 이 학교 필리스 키건 교장은 “학부모들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중국을 다녀온 적이 있는 학생, 단기 방문 유학생에 대한 바이러스 감염 우려가 높아지고 있음을 인지하고 있다”며 “해당 학생들은 일단 집에 머물면서 의사를 만나보고 만약 유사 증세가 조금이라도 보이면 학교는 학생을 집으로 돌려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이 학교는 600명의 학생이 재학중이며 단기 유학생을 대상으로 한 각종 캠프 프로그램 등으로 한인 학생들에게도 널리 알려져 있다.

학부모들에 따르면 오는 2월 진행 예정인 캠프 프로그램의 등록을 마친 한인, 중국계 학생 등 20여 명은 학교 측으로부터 학비를 환불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본지는 29일 해당 사안에 대해 학교측에 질의했지만 “키건 교장이 현재 학교에 없다”며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김모씨는 “그 학교에 자녀가 재학중인 학부모에게 들었는데 학교 측이 현재 등록된 단기 유학생들에게도 ‘남은 학비를 모두 돌려줄 테니 학교에 나오지 말라’고 했다더라”며 “유학생 학부모 사이에서는 학교 측 조치를 두고 ‘인종 차별’이라는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국제교육연구소에 따르면 2018-2019 회계연도를 기준으로 미국 내 중국인 유학생 수는 36만9000명이다. 이와 관련, 미국 내 학교에서는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을 우려한 나머지, 학생들에게 이메일 발송 등을 통해 주의 사항을 전달하고 있다.

스테파니 김(애리조나대학)씨는 “우한 폐렴 확산 이후 주변에서 조심스레 ‘국적’이나 중국을 다녀온 적이 있는지 물어보는 경우가 있었다”며 “단지 ‘아시안’이라는 이유만으로 보이지 않는 차별을 당하고 있는것 같아서 상당히 불쾌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실제 뉴욕대학(NYU), 콜럼비아대학, 미시건대학, 퍼듀대학 등 중국계 학생이 많은 학교는 학생들의 중국 방문 여부를 확인하는가 하면,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주의 사항을 계속해서 공문 등을 통해 전달하고 있다.

USC 밴 오먼 보건대학 부학장은 “올해 USC에는 중국에서 온 학생이 6626명이 재학중인데, 미국 내에서 두 번째로 중국인 학생이 많은 학교”라며 “현재 USC는 대학 보건 센터를 방문하는 학생들을 모니터링 하고 있으며 최근 바이러스 감염을 우려한 학생들이 진단을 받기 위해 방문하는 횟수가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캐나다에서도 우한 폐렴으로 인한 ‘반 아시안 감정’이 거세지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토론토 북부 요크리전 교육위원회에는 최근 중국에서 돌아온 가족이 있는 학생의 교실 출입을 통제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왔으며, 여기에는 9000여 명이 서명했다”고 보도했다.

한편, 온라인 청원 사이트 체인지(change.org)에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캠퍼스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UC어바인을 폐쇄해 달라’는 내용의 청원 페이지도 개설됐다. 29일 오후 6시 현재 9389명이 서명했다. UC어바인에도 중국계 학생이 다수 재학한다.


장열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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