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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은 식상해'…자동차, 도시와 사회를 보다

친환경생산·실험도시·하늘길에 주목
현대차 CES 2020에서 차 전시도 안해
글로벌 합종연횡은 고도화돼 미래 준비

최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0’의 현대차 부스에서 관람객들이 개인용 비행체를 보고 있다. [현대차 제공]

최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0’의 현대차 부스에서 관람객들이 개인용 비행체를 보고 있다. [현대차 제공]

2000년대 들어 소비자가전쇼(CES)에 자동차 기업의 참여가 시작됐다. 자동차에 들어가는 전자장비가 늘어나면서다. CES 2008에선 처음으로 자동차 고정 전시장을 설치했다. 이 때부터 자동차 업체들의 메인 테마는 코넥티드, 자율주행, 전기자동차였다. 그러나 올해 CES에선 이런 지형에 변화가 생겼다. 적어도 자동차 관련 업체들이 모이는 노스홀에선 코넥티드·자율주행·전기차는 너무나 당연하고도 식상한 주제가 됐다. 전기차와 코넥티드카는 이미 현실이 됐고, 완전한 자율주행이 이뤄지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일반인들도 인지하고 있다.

자동차업계는 ‘하늘길’ 등 또 다른 미래 모빌리티에 주목하는 한편, 미래 모빌리티가 바꿔놓을 도시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자동차의 실질적인 변화상은 자동차업계가 아니라 이종업계가 선보이고 있다.

이번 CES에서 자동차 업체는 차량 자체를 벗어나 모빌리티 시대에 대해 더 깊은 고민을 시작했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전까지의 친환경 차와 자율주행 차를 어떻게 잘 만들 것이냐를 고민했다면 올해는 미래 모빌리티 시대에 자동차가 어떻게 도시와 사회 속에서 가치를 찾을 것인지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뤘다.

차 벗어나 ‘모빌리티 시대’ 본 자동차업계

올라 셸레니우스 다임러그룹 이사회 의장 겸 머세이디스-벤츠 회장은 기조연설에서 앞으로 재활용이 가능한 소재로 자동차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자동차에 친환경 소재를 더 사용하고 차량 생산에 들어가는 에너지를 줄여 환경보존에 앞장 서겠다는 것이다.

그는 “자동차 판매량이 늘어나도 자원 소비는 늘지 않도록 자동차 생산전략을 바꾸겠다”고 말했다.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차량의 운행뿐 아니라 생산과정에서도 친환경 공정을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오는 2030년까지 차량 생산에 들어가는 물과 전기를 각각 30%, 40% 이상 줄이고 발생하는 폐기물은 40% 이상 줄일 계획이다. 차량 제작에 쓰이는 소재 95%를 재활용이 가능한 소재로 채택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벤츠는 이 같은 비전을 콘셉트카 ‘비전 AVTR’를 통해 보여줬다. 셸레니우스 회장은 “비전 AVTR은 ‘미래 자동차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벤츠의 대답”이라며 “사람과 기계가 인문학적으로 결합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AVTR은 배터리에 희토류·금속을 쓰지 않아 배터리 소재를 재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게 벤츠 측의 설명이다.

일본 도요타자동차가 그린 미래 모빌리티 전략도 인상적이다. 도요타는 작은 도시를 만들어 미래 모빌리티 시대 기술을 일상생활 속에서 검증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70만㎡ 규모로 ‘우븐 시티’를 조성하고 연구원과 가족, 공모를 통해 뽑은 주민 등 약 2000명이 실제로 거주하면서 미래 기술이 우리 생활에 어떻게 녹아들지를 연구하겠다는 내용이다.

내년 초 착공해 빠르면 2023년부터 부분 오픈할 계획이다. 이는 미래 모빌리티 시대가 단순히 탈 것의 기술개발만으로 이뤄지지 않는 만큼 ‘살아있는 실험실’을 만들어 모빌리티 발전을 도모하겠다는 원대한 포부다. 전시장에는 자율주행 플랫폼 e-팔레트를 전시했다. 도요타가 CES 2018부터 꾸준히 선보이고 있는 이 차는 우븐시티에서 모빌리티의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새로운 모빌리티 시장에서 자동차가 어떤 의미를 가질 것인지 깊은 고민을 한 기업도 있다. 아우디는 쇼카 ‘AI:ME’를 통해 미래 모빌리티 시대의 자동차를 집과 직장에 이은 ‘제3의 생활 공간’으로 정의했다. 쇼카의 인테리어는 운전대를 없애고 차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수많은 콘텐트를 더한 게 특징이다.

BMW 역시 아우디와 비슷한 상상을 했다. 다만 자율주행이 아니라 가까운 미래를 내다봤다. BMW가 선보인 ‘i3 어반 스위트’는 기존 i3의 모든 부분을 호텔 스위트룸 느낌으로 구성했다. 탑승자는 차 안에서 휴식을 취하고 엔터테인먼트를 즐기거나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다만 아우디처럼 자율주행 시대를 내다보고 만든 것이 아니라 이미 시작된 ‘모빌리티 서비스’에 활용할 수 있는 콘셉트다. 작은 i3가 ‘쇼퍼 드리븐’에 적합하다고 생각한 것이 혁신적인 부분이다.

모빌리티는 모바일 잇는 메가트렌드

이번 CES에서 자동차 업체 중 가장 큰 주목을 받은 것은 단 한 대의 자동차도 전시하지 않은 현대자동차 부스였다.

현대차 역시 미래 모빌리티 시대를 내다보고 큰 밑그림을 그렸다. 현대차의 비전은 다임러와 도요타보다 훨씬 원대했다. 친환경 차와 자율주행 생태계에 그치지 않고 ‘하늘’로 모빌리티의 영역을 확대한 것이다.

현대차가 내놓은 비전은 ‘도심 항공 모빌리티(Urban Air Mobility·UAM)’, 이른바 ‘개인용 비행체’다.

최근 2025 비전을 통해 UAM 사업 진출을 선언한 현대차는 CES 2020에서 개인용 항공 이동 수단(Personal Air Vehicle·PAV) 콘셉트인 S-A1을 전시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은 지난해 9월 현대차에 UAM사업부를 만들고 미국 항공우주국(NASA) 출신인 신재원 박사를 UAM사업부장(부사장)으로 영입했다. 이번 CES 전시는 UAM사업부가 내놓은 첫 결과물이다.

하늘을 나는 자동차라는 개념이 현재로써는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기술적으로 불가능할 것은 없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회전익 비행기(헬리콥터)는 제한적이지만 도심 내 이동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 이를 대중교통수단으로 구현하는 것이 현대차의 UAM 비전의 핵심이다. 물론 UAM만으로 스마트 모빌리티를 완성하는 것은 단기간에 어렵다. 현대차는 이를 적용하기 위한 구체화된 비전을 내놓았는데, 핵심 키워드는 모빌리티 환승거점(Hub)과 목적 기반 모빌리티(Purpose Built Vehicle·PBV)다.

UAM을 활성화하려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 이착륙 장소다. 현대차는 도심 곳곳에 이착륙 장소를 마련해 환승거점으로 만들고 목적지까지 라스트마일은 육상 운송수단으로 해결한다는 답을 내놓았다.

정 수석부회장은 “이동 시간의 혁신적 단축으로 도시간 경계를 허물고, 의미 있는 시간 활용으로 사람들이 보다 효율적으로 목표를 이루며, 새로운 커뮤니티를 통해 사람들이 함께 모일 수 있는 역동적인 인간 중심의 미래 도시 구현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UAM의 시장성은 분명하다. 미국의 교통정보분석기업 인릭스(INRIX)는 2018년 미국 운전자들이 교통정체로 도로에서 불필요하게 허비한 시간을 연평균 97시간으로 추산했으며, 금액(기회비용)으로 환산하면 1인당 1348달러, 미국 전체적으로는 총 870억 달러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UAM은 이를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는 혁신이다.

미국의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2040년까지 글로벌 UAM(도심 항공 모빌리티) 시장이 1조50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최윤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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