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혈당이 나왔는데 왜 느끼지도 못했지? [ASK미국 건강-임영빈 내과 주치의·노년내과 전문의]
임영빈 내과 주치의·노년내과 전문의
▶답=굉장히 위험합니다. 체내 파이어 알람(Fire Alarm)이 고장 난 것입니다. 저혈당이라는 불이 나서 예전에는 신호를 울려서 식은땀도 나게 하고, 심장도 빨리 뛰게 하고, 사탕이라도 입에 넣게 만들었지만, 그 신호가 망가져 버린 것입니다. 이렇게 된 이유는 오랜 시간 당뇨를 앓아서 자율신경까지 고장 났거나 노화로 인해 자율신경 망가졌기 때문입니다.
전 세계 인구가 고령화되어 가면서, 많은 당뇨환자들도 노년기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통계학적으로는 당뇨환자의 25%가 65세 이상이라고 합니다. 그 뜻은 당뇨를 오래 앓은 분들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것이죠. 그렇다고 젊었을 때 했던 당뇨치료를 똑같이 장년기나 노년기에 적용하면 위험할 수 있습니다.
저혈당은 장년기, 노년기에는 더욱 위험합니다. 저혈당 때문에 어지러워 넘어지면, 뇌출혈이나 골절 같은 큰 위험에 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더욱 위험한 건 앞서 말했듯이 어르신들은 혈당이 낮은지도 못 느낀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인지하지 못한 채 저혈당이 오랫동안 지속되면 심장과 뇌에 무리가 가게 되고, 심장마비나 뇌졸중까지 올 수 있습니다.
그러니 장년기, 노년기에는 당뇨 관리를 느슨히 해야 합니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혈당이 조금 높은 게 더 안전하다는 것이지요. 아침에 재는 공복 혈당이 90~100 정도로 나오면 젊은 40대 50대에게는 굿뉴스이지만, 하지만 70대 어르신에게 공복 혈당이 같은 90~100 정도로 나오면 좋은 걸까요? 아니요, 위험할 수 있습니다. 저혈당 알람이 작동을 안 하니 혈당이 90보다 더 내려갔는지 알 수 없죠.
이러한 이유 때문에 장년기, 노년기에는 저혈당을 일으키는 쌘 당뇨약을 쓰면 안 됩니다. 그러니 젊었을 때 복용하던 당뇨약을, 나이 들어도 똑같이 복용해도 안되고 친구가 먹는 당뇨약이 좋다고 약을 빌려 먹어도 안 됩니다. 이런 방식으로 치료하다 보면 당화 혈색소가 자연히 높아지기 마련입니다. 젊은 어른에게는 당화혈색소 수치를 7% 이하로 내리는 걸 보편적으로 권장하지만 장년기, 노년기에는 7%에서 7.5% 정도로 느슨하게 관리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문의: (213) 381-3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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