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마당] 종점
늦은 계절의 오후처럼아무런 불평 없이
기차를 기다린다
짜여진 시간표처럼
동그란 차바퀴 시계는
광대들의 발걸음으로 돌고
어느 역에서 정차 중인가
연착의 시간은 발가락에 꼼지락거린다
철로에는 차 돌멩이들
굉음의 기적으로 단단해진
흰 이를 보이며 꼭 다문 앙금
훅, 생을 다한 바람의 뜨거운 입김이
고속 유튜브 철로를 따라
기차보다 먼저 도착했다
기다릴게, 기다릴게
속절없이 핀 코스모스는 손을 흔들었는지
기차보다 한발 빠른
사내는 비둘기호를 타고 떠났다.
임의숙 / 시인·뉴저지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