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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신문쟁이'의 송년 편지

연말이면 늘 그랬듯이 올해도 ‘우리 가족 10대 뉴스’를 뽑아 보았습니다. 아들과 둘이 떠났던 사우스다코타 여행, 가족이 함께 했던 콜로라도 여행이 제일 먼저 생각납니다. 몇몇 결혼식 참석도 떠오르고 이런저런 단체에서 봉사했던 일도 새롭습니다. 이제는 많이 아물었지만 작년에 부러졌던 팔을 재수술한 일도 올해 제게는 아주 큰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역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신문 만들기였습니다. 글을 쓰고, 사진을 고르고, 제목을 다는 일은 익숙하고 일상적이어서 때론 그 엄중함을 잊기도 했지만 한 순간도 긴장을 놓거나 허투루 임한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부족하고 서툴렀던 적도 많았습니다. 그때마다 핑계를 대곤 했습니다. 미디어 환경이 옛날 같지 않다느니, 동영상 시대에 종이신문 얼마나 읽히겠느냐느니 하면서 실수와 게으름을 감추었습니다. 부끄럽고 용렬한 일이었지요.

기자들과 함께 지난 한해 지면을 장식했던 기사들을 들춰보며 ‘한인사회 10대 뉴스’도 뽑아 보았습니다.오늘 신문 A-19면 그런데 누군가가 묻더군요.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요. 물론 과거의 기억만 더듬고 끝난다면 별 의미가 없을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한해의 기억을 더듬는 것이 다가올 새로운 한 해를 준비하기 위한 과정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아시다시피 요즘 신문은 예전과는 많이 다릅니다. 속보 경쟁에 밀리면서 더 이상 뉴스 전달자로서 신문이 소비되지는 않습니다. 신문이 아니어도 얼마든지 세상 돌아가는 것 알 수 있고, 더 재미있는 소일거리도 도처에 널려 있습니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어도 시간 모자랄 판에 언제 일일이 그 많은 기사를 읽고 있겠습니까.

그렇다고 신문이 아무렇게나 만들어져도 좋다는 의미는 아닐 것입니다. 아직도 신문이 전할 수 있는 이야기는 차고 넘칩니다. 가짜 뉴스가 난무하고, 독설가의 일방적 주장이 진리인 양 과대포장되고 있지만 그럴수록 사실과 진실, 객관과 공정으로 무장한 신문에 대한 기대는 더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미주 한인사회에서 한글 신문의 역할은 해가 바뀌어도 더 강조되면 되었지 퇴색하지는 않습니다. 커뮤니티 정치력 신장을 위해 한인들을 일깨우고 한인 정치인들을 북돋우는 일, 한국의 전통과 문화를 알리고 나눔으로써 한인들의 정체성을 지키는 일, 마음 훈훈한 미담들을 계속 발굴해 전함으로써 타국 생활에 힘겨워하는 한인들의 마음을 다독이는 일, 이 모든 것이 여전히 해외 한인 신문이 감당해야 할 사명이기 때문입니다.

2019년을 보내면서 과연 우리 신문이 얼마나 그런 역할에 최선을 다했는지 반성해 봅니다. 그리고 새해에는 좀 더 충실해보겠다는 다짐도 해 봅니다.

지나온 과거를 좋은 쪽으로 기억하려는 것은 우리 모두의 습관입니다. 그런 경향을 심리학에선 969년이나 살았다는 성경 속 최장수 인물의 이름을 따서 ‘므두셀라 증후군’이라고 하더군요. 괴로웠던 옛날은 잊고 즐겁고 아름다웠던 일만 기억하려는 것을 나쁘게만 볼 것은 아닙니다. 다만 지나칠 때가 문제입니다. 아무런 반성 없이 ‘아, 그때가 좋았어’ 라며 무조건 과거 예찬만 하다 보면 무슨 발전이 있겠습니까.

2020년 새해가 목전입니다. 희망이란, 과거가 좋았다면 지금도 좋고 앞으로는 더 좋아질 것이라는 긍정의 믿음입니다. 우리 모두 그런 마음으로 2020년 새해를 준비했으면 좋겠습니다.

중앙일보 역시 미디어의 기본을 지키면서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기사를 전하기 위해 더 노력하겠습니다. ‘우리 끼리’라는 좁은 울타리를 넘어 전체를 통찰할 수 있도록 눈도 더 크게 뜨겠습니다. 그리고 새해에도 변함없이 독자 여러분 곁에 늘 함께 있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종호 편집국장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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