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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삶의 전성기는 지금부터” 은퇴 후 이민, 김학권·경연 부부

퇴직 후 LA로 이민
한인축제 패션쇼 서

“나이 들며 위축됐던
자신감 되찾아 뿌듯”

지난 9월 LA한인축제 패션쇼 무대에서 리마인드 웨딩을 선보여 참석자들의 갈채를 받았던 김학권·경연 부부가 환하게 웃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지난 9월 LA한인축제 패션쇼 무대에서 리마인드 웨딩을 선보여 참석자들의 갈채를 받았던 김학권·경연 부부가 환하게 웃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노부부란 말에선 양가적 감정이 느껴진다. 결코 녹록치 않았을 그 긴 세월 길동무로서의 전우애 명징하나 그 사이사이 애틋하게 고개를 내미는 애잔함 역시 어쩔 수 없으니 말이다. 그리하여 사랑과 의리 사이를 절묘하게 혹은 치열하게 오갔을 노부부의 세월은, 그 시간만으로도 썩 괜찮은 역사다. 김학권(77)·경연(70) 부부와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그런 부부의 역사가 고스란히 읽혀진다. 한국에서 퇴직 후 자녀들이 있는 미국에서 은퇴생활을 선택한 이들 부부의 늦깎이 이민생활은 꽤나 유쾌하고 명랑했다.

#늦깎이 이민생활

한국 대기업에서 35년간의 직장생활을 마치고 2001년 퇴직한 김학권씨와 전업주부였던 아내 김경연씨가 처음부터 이민을 결정한 것은 아니었다. 일단 2남1녀 자녀들이 거주하고 있는 LA로 먼저 건너 온 것은 아내 경연씨. 그리고 1년 뒤 학권씨도 LA로 왔다.

“처음엔 물설고 낯선 땅에서 뭔 재미가 있을까 싶어 아내만 보내고 전 서울에 남았죠. 그러나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고 막상 떨어져 살아보니 이러단 이혼 당하지 싶어 얼른 짐 싸서 쫓아왔죠.(웃음)”



이후 작은 아들네가 있는 버뱅크에 정착한 부부는 손주들 돌보는 재미에 푹 빠져 살았다. 그러나 늦은 나이에 물설고 낯선 땅에 적응하는 것이 마냥 쉽지만은 않았다. 특히 경연씨는 인간관계에 어려움이 가장 컸다고.

“원래 친구를 너무 좋아해요. 그래서 한국에서도 친구들과 어울려 수다도 떨고 여행도 다니며 바쁘게 살았죠. 그래서 이곳에 와선 그렇게 맘 터놓고 이야기할 친구가 없다는 게 힘들었죠.”

그래서 남편에게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자고 조르기도 수차례. 그때마다 남편은 시간이 지나면 좋아질 거라고 아내를 다독였고 그렇게 20년 가까운 시간이 흐르면서 경연씨도 이젠 한국에 가면 여러모로 불편을 느낄 만큼 ‘미국 사람’이 다 됐다.

“살아보니 미국사회가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각자의 삶을 즐길 수 있는 게 가장 큰 매력적이죠. 게다가 세계 어디를 가도 LA처럼 날씨 좋은 곳이 없잖아요.”

#시니어 모델로 인생 2막

그렇게 평범한 날들을 보내던 부부에게 올해는 좀 특별한 해였다. 지난여름 경연씨가 남편 몰래 한미메디컬그룹이 주최한 시니어모델 선발대회에 자신은 물론 남편의 원서까지 접수한 것이다. 경연씨가 대회에 원서를 낸 것은 그녀의 화려했던 과거사(?)와도 무관치 않다. 그녀 나이 40대 중반에 700:1의 경쟁을 뚫고 한국 유명 백화점 주부 모델로 활약한데다 LA에 와서도 신문과 TV 광고 모델로도 활동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후 부부는 7주간의 훈련을 거쳐 지난 9월 LA한인축제 실버 패션쇼 무대에 당당히 섰다. 부부의 패션쇼 콘셉트는 리마인드 웨딩.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런웨이를 걷는 그 순간 부부 모두 너무 감격해 눈물을 쏟을 뻔 했단다.

“그날 자녀들이랑 손주들까지 모두 참석해서 쇼를 지켜봐 더 행복했어요. 시니어 모델이 되면서 삶에 활력도 생기고 무엇보다 나이 들면서 위축됐던 자신감을 찾은 게 가장 큰 수확인 것 같아요.”(김경연)

부부에게 이날 패션쇼가 더 의미 있었던 건 최근 학권씨가 황반변성으로 시력이 떨어지면서 부부 모두 마음고생을 했기 때문. 그래서인지 학권씨는 아내에 대한 마음이 더 애틋해진 듯싶다.

이처럼 서로를 아끼고 응원하는 부부의 다음 목표는 무엇일까. “뭐 특별한 목표랄 게 있나요. 지금처럼 감사하며 하루하루 열심히 사는 거죠.”


이주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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