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셔 주민의회] 한인 대의원 약진…느림보 안건 처리는 숙제
송년기획: 2019년을 돌아보며
<5>윌셔 주민의회 선거
주민의회 중요성 부각됐지만
안건 하나 처리 몇달 씩 걸려
중대한 사안은 영향력 미미
LA시정부가 주민자치를 위해 설립한 기구인 주민의회는 관할 지역 내 건물 신축과 증축, 업소 조건부 영업허가(CUP), 관할 지역 쓰레기 투기, 도로 보수 등 지역 사회에서 발생하는 주요 사안과 관련, 1차적으로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창구 역할을 맡고 있다.
지난 4월 치러진 윌셔 주민의회 2019-2020년 임기 대의원 선거는 이례적으로 한인타운 주민들의 지대한 관심 속에 진행됐다.
선거에 앞서 지난 2018년 리틀 방글라데시 커뮤니티의 주민의회 분리 독립안 사태로 한인타운이 발칵 뒤집히면서 주민의회의 중요성이 부각된 탓이다.
이때문에 대의원에는 한인들이 대거 포함됐다. 지난 4월 진행된 선거에서는 총 26명의 대의원 중 무려 과반수 이상인 16명의 한인 대의원이 당선됐다.
한인 대의원들은 곧바로 주민의회내 각종 문제를 개선해나갔다. 오랫동안 ‘불성실’ 문제로 지탄받아온 기존의 한인 대의원들의 참여도를 증진하고자 매 회의시 의제 한글 번역본, 한국어 통역가 배치 등 편의를 제공했다. 그로인해 자연스레 언어 문제를 핑계로 불참을 일삼았던 한인 대의원들도 크게 줄었다.
반면 주민의회의 부진한 일처리는 여전히 문제로 지적된다.
한 예로 안건 하나가 처리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위원회 회의 ▶임원진 회의 ▶정례 회의 등의 수순을 밟는다.
심각한 문제는 각 회의는 한달에 1번씩만 개최된다. 이에 따라 회의 과정에서 한 단계만 엇 박자가 나도 안건 하나가 처리되는데 수개월이 소요된다는 점이다.
또한 최종 결정이 내려지는 정례 회의의 경우 처리 안건이 무려 20건이 넘을때도 많다. 각 안건당 26명 대의원의 발언이 별다른 제지 없이 쏟아지기 때문에 발언만 오고가다가 정작 중요한 안건 처리는 다음 달로 미뤄지는 경우도 다반사다.
지난 8월 안건으로 올라온 웨스턴 길 심야 우회전 금지 표지판 정책 문제가 그렇다. 안건에 상정된지 3개월이 지난 후에 비로소 시 정부에 시정 서한을 보내기로 최종 결정된 것은 주민의회의 일처리가 얼마나 비효율적인가를 보여주는 사례다.
주민의회에 참석했던 한 시민은 “중대한 사안은 당연히 대의원들의 까다로운 심의와 토론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장시간이 소요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본다”며 “하지만 시기성이 있는 안건도 많은데 ‘세월아 네월아’ 식의 일처리는 분명 시정이 필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주민의회가 미치는 실제적 영향력도 의문이다. 주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민간단체인 만큼 시정부가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라는 대의원들의 한결같은 주장과 달리 현재까지 결과 또는 성과는 미진하다.
지난 9월 추진된 로버트 F. 케네디 공립학교 신호등 설치도 ‘스탑’사인 부착에 그쳤으며 이민세관단속국(ICE) 폐지 결의안 등은 사실상 별다른 답변 조차 받지 못했다.
물론 한인타운 쓰레기 문제, 낙서 등 기본적인 사항의 처리는 속결이었지만 과연 타운 주민 전체에 영향력을 미치는 중대한 사안까지 시정부가 주민의회의 목소리를 수렴하고 있는지는 결과로 보여주지 못했다.
이전 임기들부터 이어져온 건축 허가, CUP 심의만 찍어낸다는 오명을 벗고 내년도 임기에는 손에 잡히는 성과를 거둘수 있을지는 주민의회에 주어진 현실적인 과제다.
장수아 기자 jang.suah@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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