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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불 아래서] 땅으로 찾아온 하늘

가을바람에 옷을 여미는가 싶더니 겨울비가 바람을 따라와서 땅을 적신다. 뚝 떨어지는 수은주에 몸만 움츠리는 것이 아니라 마음조차 메말라갈 때, 창밖에 겨울비를 보며 모락모락 따뜻한 차를 두 손으로 감싸면 빗소리에 마음조차 촉촉이 젖는다. 하지만 마음을 적시는 것이 비뿐이랴..

서로 높아지고 잘나려고 살아가다 평안을 잃어버린 마음까지 내려온 마음이 있다. 손을 꼼지락거리고 누워서 말똥말똥 바라보며 울 줄만 아는 아기로 오신 하나님이 있다. 동아줄을 던져 잡고 올라오라고 하지 않고, 산꼭대기로 어떻게 하든 올라오라고 하지 않고 우리에게로 내려오신 하나님이 있다.

정상에서 기다리는 위대한 신이 아니라, 무력하게 누워서 젖 물릴 엄마를 기다리는 우리와 같아지신 하나님이 있다. 영광에 집착하고 자기완성을 위해 달려가는 우리들이 지불하고 있는 고통과 외로움, 오해의 자리로 내려오신 하나님이 있다. 매일 경쟁 속에서 버티고 살아내야 하는 하루의 자리에 오시고, 수많은 말속에서 받은 상처와 부끄러움으로 무너진 자리에 서 있는 하나님이 있다. 암과 투병하며 불안한 삶과 고통으로 인해 그 어려움을 말로도 할 수 없는 그 병상에 함께 누운 하나님이 있다.

새들도 집이 있고 여우도 굴이 있지만, 머리 둘 곳도 없는 외로움을 알고, 아버지에게 외치고 또 외치지만 응답 없는 거절의 고통을 알고, 가족에게 외면당하는 아픔을 아는 하나님이 있다.

내가 지나온 자리를 친히 지나시며 내가 우신 것처럼 우셨고, 내가 아픈 것처럼 아프셨고, 내가 외로운 것처럼 외로우셨으며, 내 자존심이 무너진 것처럼 무너지신 하나님이 있다. 내가 두려워하는 죽음을 함께 두려워하시고 죽음을 아시기에 죽음까지 같이 가시려는 하나님이 있다.

그렇게 나의 눈물을 삼키셨고, 내 아픔을 자기 뼈에 새기시며, 내 외로움을 홀로 두지 않았고, 내 무너진 자존심을 함께 버텨주셨다. 내 눈물은 그의 눈물이고, 내 상처는 그의 상처가 되었다. 아, 하나님은 그래서 우셨고 외로우셨고 아프셨다. 그렇게 죽기까지 사랑하셨다.

내 눈물을 삼키신 그분은 대신 그의 웃음을 주셨다. 내 외로움으로 외로우신 그분은 나의 친구가 되셨다. 무너진 내 자존심 대신 그분이 나의 자존심이 되셨다. 내 죽음을 죽으신 그분은 대신 그의 생명을 주셨다. 나를 홀로 두지 않으시려고 하나님의 자리를 내놓으신 하나님이 있다. 임마누엘, 우리와 함께하신 하나님, 예수가 있다.

sunghan08@gmail.com


한성윤 목사 / 나성남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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