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업적’ vs ‘핵심 빠져’…무역합의 엇갈린 평가
폭스 “트럼프 재선에 도움”
NYT “중국 강경론자 승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호적인 매체나 연구기관은 합의 내용을 극찬하고 있지만 다른 진영에선 포장만 요란한 속 빈 합의란 지적도 나온다.
대표적 친 트럼프 성향 매체인 폭스 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주 1단계 무역 합의와 미국·멕시코·캐나다(USMCA) 협정을 잇달아 타결한 것을 “재임 중 최대 업적”이라고 평가했다.
이 매체는 “두 건의 역사적 무역 합의는 세계 무역질서를 재편하겠다는 그의 2016년 대선 핵심 공약 중 하나를 이행한 것”이라면서 “이는 그의 재선 가능성을 더욱 높일 것”이라고 보도했다.
폭스방송은 1단계 합의로 미국의 대중 수출이 갑절로 늘 것이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USTR) 대표의 말과 이번 합의의 이행 장치로 중국이 합의를 지키지 않으면 미국이 보복할 수 있다는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의 발언도 비중 있게 보도했다.
싱크탱크 허드슨 연구소의 존 리 선임 연구원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중국이 부채비율 급증 등 여러 취약점 때문에 이번 협상에서 미국에 휘둘릴 수밖에 없었다는 식의 해석도 내놨다.
그는 “미국이 중국보다 훨씬 더 적응력과 다양성을 갖춘 경제이고 중국 경제는 비효율적이고 비대하며 제 기능을 못 한다”면서 “관세 전쟁이 재개되면 미국보다는 중국에 더 큰 지장을 준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라이트하이저 대표가 CBS 방송에 출연해 1단계 합의로 중국에 대한 수출이 2017년보다 최소 200억 달러 늘 것이라고 밝힌 데 대해 “이런 특정한 목표치들은 1980년대 미국 정부가 일본에 적용했던 다양한 수입-수출 할당량이 재연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에 비해 트럼프 대통령과 각을 세워온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등은 미중 1단계 합의에 대해서는 핵심 쟁점이 대부분 빠졌다며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뒤로 물러나면서 중국 내 강경론자들에게 승리를 안겨줬다”면서 “이로 인해 무역전쟁은 더 골치 아파지고 길어질 수 있으며 경제 개혁에 대한 중국의 저항도 더 경직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WP는 1단계 합의로 대중 관세가 일부 완화됐지만 무역전쟁으로 인한 미국 기업들의 어려움은 여전하다면서 수혜자로 꼽히는 미국 농업계조차 아직은 상황을 관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15일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트럼프는 승리를 주장하려 하겠지만 진실은 무역전쟁에서 승자는 없고 패자만 있다는 것”이라며 “트럼프가 아무리 그럴듯하게 제시하려고 해도 그는 졌다”고 말했다.
또 “트럼프는 중국을 위협했지만, 그들은 잘 버텼다”고도 평가했다.
특히 장기적인 대가로 “중국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미 배운 교훈을 알게 됐을 것”이라며 “트럼프는 말은 요란하지만 작은 막대기를 들고 있다(talks loudly but carries a small stick)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20세기 초 미국의 팽창주의를 주도한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의 ‘방망이 외교술’을 표현한 ‘말은 부드럽게 하되 큰 몽둥이를 들고 다녀라(talks softly but carries a big stick)’라는 문구에 빗대 트럼프를 비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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