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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군중(群衆) 속의 고독

군중 속의 고독은 원래 이렇게 쓰이는 말이었을 겁니다. 많은 사람 속에 둘러싸여 있지만, 더 외로움을 느낀다는 말, 군중 속의 고독. 사람들은 이 표현을 듣고 금방 공감하였습니다. 자신의 처지가 그렇다는 생각을 늘 하였기 때문일 겁니다. 저도 금방 이 말이 이해되었습니다. 사람들 속에 있지만 외로울 때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우리는 수많은 인간관계 속에서 울고불고 부딪치며 살아가지만 정작 마음 한켠을 내어주지도 못하고, 빌리지도 못하여 외롭고 힘이 듭니다. 마음이라는 게 참 그렇습니다. 아무도 도움이 안 될 때가 있습니다.



때로는 가족과 함께 있는데도, 사랑하는 사람과 있는데도 외롭습니다. 견딜 수 없이 떨어져 있는 느낌이 납니다. 군중 속의 고독이 가족 속의 고독, 부부나 연인 사이의 고독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모습입니다. 아무에게도 이해받지 못한다는 서러운 마음까지도 생깁니다. 어차피 서로 모두 이해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도 말입니다. 〔〈【물론 이런 현상이 갑자기 생긴 것은 아닐 겁니다. 태초부터 인간은 서로 함께 살아가는 존재이면서도 늘 외로운 존재였을 겁니다.】〉〕





그런데 오늘 제가 군중 속의 고독을 이야기하는 것은 정반대의 이유 때문입니다. 오늘날의 사회는 혼자서 있기에 더 외롭고 힘든 사람이 많습니다. 1인 가정도 점점 늘고 있습니다. 혼자서 살고, 혼자서 밥 먹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는 겁니다. 〔〈【전에는 식당에서 혼자 밥 먹는 게 이상했지만, 이제는 혼자 먹을 수 있게 자리를 마련해 주기도 합니다.】〉〕더 이상 혼자 밥 먹는 게 불쌍한 일이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술도 혼자 마시고, 노래방에서 노래도 혼자 부릅니다. 혼자서 즐길 수 있는 일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혼밥, 혼술이라는 신조어도 생겼습니다. 혼자 하는 일이 예전 같으면 청승맞다는 소리를 들을 만도 한데 이제는 사회의 현상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더 외로울 겁니다. 군중 속의 고독이 아니라 혼자 있어서 생기는 고독일 겁니다. 예전에는 많은 사람 속에서 외로움을 느꼈다면, 지금은 함께 있는 군중 속에서 외로움을 느끼는 게 아니라 그저 툭 떨어져 살고 있는 느낌입니다. 진짜로 내 편도 없고, 주위에 아무도 없다고 느낍니다. 만나는 사람도 적습니다. 얼굴을 마주하는 사람이 별로 없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혼자서 있는 시간이 힘들고, 편안하지 않고, 오히려 그냥 그대로 한없이 가라앉게 만들기도 합니다. 그때 뜻밖의 탈출구는 군중 속의 고독입니다. 모르는 사람들 속에 나를 맡겨두면 오히려 마음이 편해집니다.



카페에서 혼자 차 마시고, 책 보고, 공부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심지어 이어폰을 끼고 카페의 음악과 상관없는 자신의 음악을 듣기도 합니다. 동영상 강의를 듣고 있는 사람도 있습니다. 집이 아닌 곳에서 서로 다른 모습으로 군중 속 고독을 즐기고 있는 겁니다. 나를 신경 쓰지 않고, 내가 신경 쓰지 않는 군중이 나의 외로움을 달래줍니다. 주변에서 들리는 적당한 크기의 대화 소리와 내 귀에 들리지 않는 잡담의 내용은 오히려 하얀 소음이 되어 내 집중력을 높여주기도 합니다. 내가 바라고 있는 외롭지 않은 나로 돌아가게 만듭니다.



외롭고, 힘들다면 차라리 가라앉아 있는 이 자리를 벗어나서 군중 속으로 들어가 보면 어떨까요? 뜻밖에 마음이 편해지고, 내가 외롭지 않은 사람이라는 것을 발견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함께 사는 사람들이 모두 서로를 신경 쓰면서 살아가는 것도 어차피 아니고, 그럴 필요도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나도, 그들도 저마다의 세계 속에서 살아갑니다. 물론 서로 지킬 것을 지켜주고, 서로 도와야 할 것은 도와가면서 말입니다. 군중 속에 고독을 즐길 때도 예의는 필요합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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