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 인술 26년…1만6000명 돌봤다
'테네시 슈바이처' 김유근 박사
내달 75세 생일에 진료소 은퇴
김 박사가 오랜 기간 무료진료에 힘써 온 이유는 아버지 영향이 컸다. 북한이 고향인 김 박사의 아버지는 평양의전 출신 의사로 김일성의대 외과과장이었던 장기려 박하와 함께 김일성을 치료해준 적 있다. 그러다 공산체제가 싫어 해방 직후 기차 지붕 위에 올라타 월남했고 그 후 1961년 도미했다.
무료 진료소 자원봉사자 중 한 명인 줄리 블리스 간호사는 “지난 20년간 헌신을 다해 의료 봉사를 해 온 김 박사가 떠난다니 슬프다”고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해 김 박사는 74세 생일을 일주일 앞둔 12월14일 운영하던 무료진료소 중 원거리에 있는 디어 로지 진료소의 문을 닫기도 했다.
은퇴를 앞두고 지역신문과 방송을 통해 진료소를 대신 맡아 줄 의사를 구한다고 알렸지만 6개월간 아무도 나서지 않아서다. 디어 로지 진료소는 김 박사에게 유달리 애착이 가는 곳이었다. 가장 마지막에 문을 연 진료소이자 가장 마지막으로 문을 닫는 원거리 진료소이기 때문이다. 디어 로지 주민은 기껏해야 1500명이 채 안 된다. 이 중 150명이 무료 진료소를 정기적으로 찾아 김 박사의 온정을 느끼고 갔다. 작은 마을에 무료진료소가 폐쇄되면 주민들에겐 여파가 크다. 당시 김 박사는 “여성 환자에게 다른 지역의 무료진료소를 소개해줬지만 ‘그곳까지 갈 개스비조차 없다’고 하더라”면서 “몇몇 환자들은 진찰조차 받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태껏 무료진료를 해왔음에도 그가 주민들에게 미안해 하는 이유다. 연말에 진료실을 완전히 떠나게 된 김 박사는 “남은 무료진료소는 계속 운영될 것”이라며 “나도 될 수 있는 대로 자주 찾아 돕겠다”고 말했다.
홍희정 기자 hong.heejung@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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