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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에 생명을 불어넣는 기쁨 만끽"

디즈니사 13년차 최영재 애니메이터

디즈니사가 야심작으로 내놓은 '겨울왕국(Frozen) 2'에는 한인의 손길이 담겨 있다.

주인공 언니 '엘사'의 캐릭터에 색을 입히고 숨을 불어넣은 애니메이터 최영재(사진)씨. 최씨의 이름은 미국 뿐만 아니라 한국 애니메이션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는 '볼트(Bolt)' '라푼젤(Tangled)' '주토피아' '빅히어로6' '겨울왕국', '겨울왕국 2'까지 디즈니가 내놓는 만화 영화에 항상 참여할 만큼 실력이 뛰어난 '애니메이터'로 꼽힌다. 디즈니사에서 만나 애니메이터로서의 삶을 들어봤다.



구두 디자이너가 되다



최씨는 한국에서 알아주는 구두회사의 소위 '잘나가는' 디자이너였다.

입사 후 그가 담당한 구두 브랜드는 '포트폴리오'. 인기도 어정쩡하고 매출도 저조해 회사에서 정리하려던 브랜드였는데 최씨가 처음 디자인한 구두가 히트하면서 살아났다. 최씨는 "당시 홍대입구에서 성수역까지 출퇴근했는데 지하철 안에서 내가 디자인한 구두를 신은 사람들을 평균 2~3명씩 만났다"며 "너무 좋았다. 사람들이 신은 신발을 보기 위해 매일 걸어다닐 때는 땅만 보고 다녔다"고 들려줬다.

하지만 2년 6개월만에 퇴사했다. 최씨는 "당시 회사에서 판매하는 상품권을 디자이너들도 판매해야 했다. 구두 디자인이 아니라 할당된 상품권 판매에 신경 쓰는 선배들과 나를 보면서 미래가 밝게 느껴지지 않았다. 떠나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라푼젤'의 맥스무스.

'라푼젤'의 맥스무스.

다시 돌아간 학교

그는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아카데미오브아트유니버시티'에 유학왔다. 관심을 갖고 있던 분야는 '컴퓨터 아트'. 최씨는 "막상 그 나이에 유학을 떠나려니 영어가 가장 큰 고민이었다. 살아보니 한인타운도 있고 아는 분들이 있어서 쉽게 적응했다"며 "지금도 그때 어떻게 공부했느냐는 질문을 듣는데, 나처럼 늦게 유학을 계획하고 있는 분들에게는 '그냥 도전하라'고 권하고 싶다. 만학이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고 조언했다.

애니메이터의 길을 결심한 건 유학시절 마지막 학기에 들었던 수업 때문. 픽사에서 직접 애니메이터를 가르치는 과정이었는데 클래스에서 직접 학생을 선발했을 만큼 경쟁률도 높았다.

그는 "사실 애니메이터라는 직업은 굉장히 까다롭다. 모델러(원화를 3D로 구현해 실제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직업)가 만들어 낸 캐릭터의 모습을 걷고 뛰고 움직이는 모습을 갖춘 살아있는 생명체로 만드는 일이다. 게다가 발음을 보고 입 모양까지 맞춰서 그려내야 한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1세로서 쉽지 않은 일이기에 망설였다"며 "하지만 강의를 들으면서 애니메이터라는 직업에 확신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디즈니 애니메이터로

졸업 후 텍사스 댈러스에 있는 DNA 프로덕션 컴퍼니에서 일을 시작했다. 애니메이터로 커리어를 바꾸는 순간이었다. 이곳에서 그는 주로 어린이 TV 채널 니켈로디온에 방영되는, 워너브라더스가 제작한 '앤트불리(The Ant Bully)', '지미뉴트론의 모험' 시리즈 등에 참여하며 경험을 쌓았다.

4년후 옮긴 픽사는 젊고 발랄하고 에너지가 넘쳤다. 하지만 얼마 뒤 픽사가 디즈니와 합병하면서 소속 회사도 디즈니로 바뀌게 됐다.

디즈니 13년차인 최씨는 자신이 만든 만화 캐릭터에 얼마나 만족할까? '겨울왕국 2'의 최종 시사회에 다녀온 최씨는 "색감도 너무 예쁘고 내가 만든 캐릭터의 결말도 다 마음에 들었다"며 "극장에서 '겨울왕국 2'를 본 관객들이 나처럼 모두 행복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한국 업계에 기여하고파"

지금까지 참여한 만화영화 중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로 '라푼젤'에 나오는 '맥스무스'라는 말과 '빅히어로 6'의 '베이맥스' 캐릭터를 꼽은 최씨는 그 이유로 '단순함'을 꼽았다.

"캐릭터가 굉장히 단순해요. 그래서 애니메이션할 때 애를 많이 먹어서 기억에 많이 남는 것 같아요. 하지만 나처럼 단순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네요."

최씨는 앞으로는 개인 아티스트로 일하는 것보다 자신의 팀을 꾸리고 함께 일하는 팀원들이 창의적인 작업에 몰두할 수 있도록 받쳐주는 역할을 하는 게 목표다. 그리고 기회가 되면 한국의 만화영화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다. 최씨는 "미국과 달리 한국에서는 아직까지 만화영화는 아이들용이라는 인식이 높다. 또 아무래도 제작기간이 길고 예산도 많이 들기 때문에 애니메이션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상태"라며 "그동안 내가 쌓은 경험을 토대로 한국이 제대로 된 만화영화를 만들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밝혔다.

후배들을 위한 조언

일단 결정했으면 앞으로만 '직진'

최영재씨는 애니메이터가 되고 싶은 한인 후배들을 위해 멘토 역할도 기꺼이 하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애니메이터가 되는데 필요한 건?

"창의력이다. 감독이 캐릭터에 대한 내용을 설명해주면 그에 맞춰서 포즈나 표정을 만드는 건 오로지 애니메이터의 몫이다. 관객들에게 어필하는 포즈니 표정을 만드는 것은 굉장히 크리에이티브한 과정이다."

-디즈니에서 일하고 싶은 한인들에게 조언한다면?

"무턱대고 지원하기 보다는 가고 싶은 회사에서 원하는 게 무엇인지 파악해 그 특성에 맞춰서 작은 회사에서 경험을 쌓은 후 그 경험을 담은 포트폴리오를 준비해 지원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나의 경우 작은 회사에서 경험을 쌓았고 그곳에서 경험을 쌓으며 준비한 포트폴리오가 픽사나 디즈니로 오는데 큰 도움이 됐다."

-30대에 커리어 교체를 고민하는 이들을 위한 조언은?

"커리어를 바꾸려면 먼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심사숙고하고, 정말 하고 싶다고 결심했다면 씩씩하게 도전해야 한다. 준비하는 사람에게 기회는 온다. 동시에 고민하기 보다는 즐기라고 말하고 싶다. "


장연화 기자 chang.nicole@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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