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마당] 가을 나무
지난 세월 풍성한 푸르름 그만하고한 점 바람 없는 숲 속에도 나뭇잎이 진다
살살 불어오는 가을바람 따라 나뭇잎이 진다
수없이 매달린 나뭇잎은
겹겹이 막았던 나뭇잎은
그늘과 그림자를 훌훌 털어내고
지난 날 다 지워버린다
하늘을 우러러 보라고 자리를 비워주네
사방을 둘러 보도록 잎사귀를 비켜주네
지금 아래로 다 쏟아 붇는
한 자리 홀가분하게 서서
싱싱하던 여름의 풍요로움도
찬란한 각각 단풍 빛깔도 하나하나
모두 나무줄기 아래로 떨어뜨리고
나뭇가지 사이로 열려진 밝은 하늘
탁 트인 하늘과 하늘 사이
하얀 구름과 반짝이는 별
진정 벌거벗어 수줍은 모습 그대로
가지가 바람에 부딪기며 부르짖는 가락
가을비에 말갛게 씻기며
햇빛에 따갑게 매듭을 말리며
바람에 시원히 날리는
가을 나무는
이제 파란 하늘이 열어 보이듯이
김창길 / 뉴저지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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