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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한 본연의 맛 내는 '커피 자연미인'

LA커피칼리지 연응주 학장의 커피 이야기 '에콰도르 커피'

적도가 지나가는 나라 에콰도르
커피 유명한 콜롬비아와 접경
정작 커피시장서는 인정 못받아

에콰도르에서 열린 커피대회에서 연응주 학장이 커피를 심사하고 있다.

에콰도르에서 열린 커피대회에서 연응주 학장이 커피를 심사하고 있다.

커피 축제 ‘Cuatro Mundos’

한국인이  키토에서 운영하는 카페.

한국인이 키토에서 운영하는 카페.

 이번 주 에콰도르에서 개최된 커피 축제에서 지속 가능한 커피(Sustainable Coffee)에 대한 주제 연사로 초청을 받아 에콰도르를 다녀왔다. 커피를 구매하고 산지는 꽤 다녔다고 자부했다. 하지만 사실 에콰도르 커피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었던 까닭에 망설여져 공부하는 마음으로 참석을 결정했다. 그런데 도착하기 하루 전까지 에콰도르의 수도인 키토(Quito)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있어 시작부터 긴장이 되는 여정이었다.

 에콰도르는 적도가 지나가고 있는 나라로 그 이름도 적도(Cuadtor)에서 따왔다. 수도 키토는 해발 2850m에 위치하고 있어 방문중인 10월에도 설산으로 둘러 싸인 분지에 위치한 도시였다. 일단 에콰도르 키토에 도착한 첫 느낌은 하늘이랑 무척 가까이 있다는 느낌이 들었고 구름 위 도시라는 느낌을 받아 이런 곳에도 커피가 자랄 수 있나 하는 의구심부터 들었다.

 에콰도르는 커피 산지로 유명한 콜롬비아에 국경을 접하고 있는 나라이지만, 커피가 아닌 카카오가 주요 농산물이자 수출품이었고 커피로는 큰 명성을 가지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일단 먼저 하고 싶은 일이 키토 시내에 커피집들을 돌며 에콰도르 커피의 힌트를 얻고 싶었다. 지인의 추천을 받아 몇 군데 돌아다니는 중에 인테리어가 마음에 쏙 드는 집이 있었고 거기서 파는 빵들도 너무 맛이 있었다. 카페를 돌던 중 에콰도르가 커피 산지임에도 딱히 마음에 드는 커피를 찾지 못하던 차에 이 집에서 맛본 커피는 산미도 충분하고 뒷맛이 깔끔한 커피였다. 나중에 안 얘기지만 이 카페는 1살 때 에콰도르로 이민 간 한국분이 운영하고 있어 더욱 정이 갔다.



 드디어 키토에서 에콰도르 처음으로 커피 축제가 시작되었다. 에콰도르는 커피 산지를 크게 4개의 지역, 즉 아마존 지역, 안데스 지역, 코스타 지역, 갈라파고스 지역으로 나누고 있었다. 이 4개의 지역에서 생산된 커피들이 모여 행사가 진행되는 연유로 축제의 이름을 스페인어로 ‘Cuatro Mundos’로 정한 듯 보였다.

구름과 가까운 도시 키토.

구름과 가까운 도시 키토.

각지에서 농부들이 참가해서 약 20개 가량의 부스가 있었는데, 에콰도르 커피에 대해 처음 알게 된 사실은 커피에서 고급종인 아바리카 종과 그렇지 않은 로부스타 종이 같이 재배되고 있다는 점이었다. 전날 카페투어에서 느꼈던 쓰고 텁텁한 커피가 로부스타 종이라면 커피 산지임에도 커피 맛이 매력적이지 못한 이유가 설명되었다.

로부스타 커피는 아라비카 종에 비해 카페인 함량이 2배 정도 많아 쓴맛을 내기 편하며 다양한 향미보다는 무게감에 초점을 준 커피 브랜딩에 주로 사용되는 커피이다.

 반면에 아마존과 안데스 지역의 커피는 밸런스와 산미가 이웃 나라인 콜롬비아 커피에 비해 크게 뒤지지 않는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아직 에콰도르 커피가 세계 커피 시장에서 품질면에서 인정을 못 받고 있지만 가능성이 있겠다는 생각이 든 순간이었다.

 행사 이틀째, 지속 가능한 커피(Sustainable Coffee)를 주제로 세미나를 했다. 에콰도르는 산유국이어서 그런지 중미의 커피 산지보다는 전반적으로 삶의 수준이 좀 높아 보였고, 화폐로 미국 달러를 쓰고 있어 다른 여타의 커피 생산국보다 물가도 그렇고 인건비가 굉장히 비싼 편이었다. 일반적으로 중미의 경우 단기 비용을 처리할 수 있는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 파운드당 1.50~1.70달러 정도의 가격이 농민들에게 지불되어야 한다. 다음 세대로 커피 농사가 이어지려면 감가상각 등 장기 비용도 커버가 되어야 하니, 장기적으로 커피 농사가 세대를 이어 지속되려면 최소한 이보다 높은 수준에서 가격이 결정되어야 한다.

 그런데 에콰도르 커피는 여기서부터 문제가 있는 듯해 보였다. 산유국인 까닭에 물가가 높았으며, 노동비가 비싼 상황에서 커피 농사를 통해 이윤을 내기란 힘들어 보였다. 이에 노동집약적인 커피보다 좀더 수확이나 관리가 쉬운 카카오가 주요 수출품이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마나비 커피대회, ‘Compa’

 키토 일정을 마치고 마나비를 방문했다. 커피를 건조하는 방식을 크게 워시드(Washed), 내추럴(Natural), 허니드(Honeyed)방식으로 구분을 하는데, 마나비 지역의 커피는 대부분 내추럴 방식을 쓰고 있었다.

 마나미(Manabi)지역은 해변을 끼고 있어 커피 농장들의 해발 고도가 600m 이하인 지역이었다. 일반적으로 대관령 고냉지 배추가 낮은 지대에서 재배된 배추에 비해 식감도 좋고 하고 단맛도 뛰어난데, 커피도 고산지에서 자랄수록 맛이 복합성이 좋아진다. 이에 마나비 지역은 깊이 있는 맛과 향을 가진 커피를 생산할 수 있는 좋은 자연환경은 아니였고, 이런 단점을 극복하고자 내추럴 방식을 쓰고 있는 듯했다.

 3일간의 커핑(Cupping)을 통해 Top 10 커피를 가려냈다. 6개국 10명의 심사관들이 초대되어 진행된 만큼, Top 10 커피는 분명 내추럴 방식에서 오는 꽃의 향과 과일의 향을 품고 있는 커피들이었다. 아쉬운 점은 톱10 커피 임에도 커피 향미에 치명적인 페놀향 등을 담고 있는 커피가 발견되었다는 점이다.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많음과 동시에 앞으로 품질관리가 잘 이루어진다면 좋은 커피가 생산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가지게 되었다.

 에콰도르를 방문하기 전 잘 알려지지 않은 나라인 만큼 커피 맛이 어떨까 하는 많은 상상을 해 보았다. 작년에 콜롬비아를 방문해서 그곳에서 내추럴 방식의 커피에 힘쓰는 농장의 커피를 맛 본적이 있었다. 일단 실키(Silky)한 바디와 사탕 같이 단맛이 너무 뛰어난 커피였는데, 에콰도르가 콜롬비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기에 그런 커피를 맛볼 수 있을 거란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그렇지 못해 좀 아쉬운 여행이 되었다.

 자연미인이라는 말이 있다. 커피에도 자연 미인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인위적으로 단점을 가리고 현혹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당당하게 본인을 표현하는데 더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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