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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길, 여행길 돌발 상황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신복례 기자의 유럽 자유여행기 <끝>

스위스 그린델발트 피르스트 정상에 있는 바흐알프 호수. 해발 2300미터 정상에 있는 그림 같은 호수로 맑은 날에는 설산이 호수에 비친다.

스위스 그린델발트 피르스트 정상에 있는 바흐알프 호수. 해발 2300미터 정상에 있는 그림 같은 호수로 맑은 날에는 설산이 호수에 비친다.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당에 있는 미켈란젤로의 걸작조각품 '피에타'를 보고 있다.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당에 있는 미켈란젤로의 걸작조각품 '피에타'를 보고 있다.

파리 베르사이유 성당 앞. 사진을 안찍겠다는 아이들을 달래 여행 기념으로 찍은 몇 안되는 사진 중 하나다.

파리 베르사이유 성당 앞. 사진을 안찍겠다는 아이들을 달래 여행 기념으로 찍은 몇 안되는 사진 중 하나다.

문화재 보호를 위해  계단에 앉아있다가 적발되면 250유로의 벌금을 물리기로 한 로마의 스페인계단.

문화재 보호를 위해 계단에 앉아있다가 적발되면 250유로의 벌금을 물리기로 한 로마의 스페인계단.

여행을 떠나기 전 나름 철저히 준비한다고 해도 우리의 인생길 여행이 그렇듯 길을 나선 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을 만나게 된다. 혹은 예상은 할 수있었으나 "설마, 그러겠어" 하는 마음으로 흘려 넘긴 일들이 실제 벌어지기도 한다.

시행착오들

이번 여행의 가장 큰 돌발 상황은 런던에 들고나는 교통편이었다. 여행 첫 기착지 런던으로 가는 비행기는 4시간 늦게 출발했고 런던을 떠나 파리로 가는 기차는 아예 당일 운행을 취소했다. 그 때문에 첫날 런던에서는 예약했던 글로브 시어터에서의 셰익스피어 연극 공연을 볼 수 없었고 파리는 첫날 입성조차 하지 못했다.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능력 밖의 일이었음에도 짜증 내고 안달복달했는데 석달도 채 지나지 않은 지금 돌아보니 아련한 무용담이자 웃음짓게 하는 추억이 됐다.

사실 살면서 죽을 것처럼 힘든 일도 좌절하지 않고 버티고 견뎌내면 모든 것은 지나가게 돼 있어 어느 날엔가 '참 별 것 아니었던 일'이 되곤 한다. 견뎌냈기에 희미한 그리움이 되거나 소중한 추억이 될 수도 있고 그 고통이 살을 찢어 진주를 품은 조개의 아픔이었다면 고통이 축복이 되고 절망이 희망이 되는 기쁨의 날도 맞을 수 있다.인생길 아무리 힘든 고통도 견뎌내면 웃으며 옛말하는 날이 오는데 즐겁게 떠난 여행길에서 뜻하지 않은 복병을 만난다해도 절대 짜증 내고 스트레스 받을 일은 아니다. 이번 유럽여행을 추억으로 돌아보며 시리즈를 마무리한다.

베니스 시계탑 투어=작은 돌발 상황이었다. 분명 베니스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종탑 투어를 예약한다고 했는데 종탑 앞에 가서 예약 메일을 들이밀었더니 종탑이 아니라 시계탑이란다. 아래 위 한 칸 차이로 나열돼 있었고 같은 탑이라 언뜻 보고 예약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베니스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인 종탑이 아니라 3층 건물 높이의 시계탑에 올라 1800년대 시계의 작동원리에 대한 가이드의 지루하고 상세한 설명을 들어야 했다. 베니스에 겨우 하루 머무는데 웬 시계탑 설명? 마지못한 표정으로 가이드 뒤를 따르는데 투어에 참여한 10여명 모두 종탑 방향을 바라보며 뜨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다들 비슷한 실수를 한 것이었다. 가이드 또한 "당신들이 어쩌다 여기로 왔는지 안다"는 표정으로 우리의 무관심에 개의치않고 설명을 이어나갔다.

그때 한가족이 갑자기 분위기를 바꿨다. "이게 뭔일이래"하는 표정으로 예약을 했을 남편을 흘겨보던 부인이 마음을 바꿔 호기심에 찬 질문을 하기 시작했고 "어머" "그렇구나"하는 추렴까지 넣으면서 그날 투어는 학구열을 불태우는 공부의 장으로 탈바꿈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는 인생 격언을 현장에서 보여준 그녀 덕분에 뜻하지 않았던 시계탑 투어는 이번 여행의 즐거운 얘깃거리가 됐다.

기념에 목매다 국민적 망신= 지난 주 한 장의 사진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뜨거운 이슈로 등장했다. 스위스 루체른에 있는 역사적 명소 무제크 성벽 타워 목조 기둥에 적혀 있는 온가족 한글 이름을 찍은 사진인데 루체른을 다녀온 여행객이 "부끄러운줄 알라"며 이 사진을 트위터에 올린 것이다. 매직펜으로 커다랗게 쓴 한글 이름들 밑에는 다녀간 날짜가 적혀 있었고 네티즌 수사대들은 하루만에 낙서 주인공의 신원을 알아내 공개했다.

느닷없이 기자의 전화를 받은 그는 루체른에 가족여행을 간 것은 맞지만 낙서를 했는지는 기억이 안난다는 말로 엄청난 댓글 조롱을 받았고 한순간 '나라 망신 시킨 한국인'이 돼버렸다. 요즘은 네티즌들의 검색 능력이 놀라워 한번 걸리면 개인 신상이 완전히 발가벗겨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여행을 하면서 만난 한국인들은 정말 사진을 많이 찍었다. 화보 촬영을 하러 온 건 아닐텐데 일거수일투족을 스마트폰 카메라에 담아 곧바로 카톡이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미디어에 인증샷을 올린다. '남는 것은 사진뿐'이라고 하지만 여행의 목적은 기념사진이 아니라 마음 속에 남겨진 추억이다.

가족도 남이다=가족여행을 하면서 한번도 싸우지 않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패키지 여행의 좋은 점 중 하나가 정해준 일정대로 바쁘게 움직이다보니 가족끼리 싸울 틈이 없는 것이라고 하는데 자유여행을 하면서 하루종일 붙어 움직이다 보면 갈등이 생기기 마련이다. 특히 가족끼리는 남보다 쉽게 대하기 때문에 지적질하고 간섭하다보면 여행을 망칠 수도 있는 말다툼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번 여행을 하면서 가장 많이 되뇌인 것은 남이다 생각하고 '전봇대로 이빨을 쑤신다고 해도 잔소리하지 말자'였다. 목구멍까지 잔소리까지 치솟아오르는 경우가 적지 않았으나 내 주장을 하는 대신 있는 그대로 가족들을 보려고 했고 여행을 끝낸 후 아이들에 대해 훨씬 더 많은 이해를 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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