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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후 런던의 그림쟁이들은 치열했네

현대 미술의 이단자들

마틴 게이퍼드 지음
주은정 옮김
을유문화사

전후 런던은 어떻게 현대미술 회화사에서 노른자위를 차지했나-. 영국의 저명한 미술 평론가인 마틴 게이퍼드(67)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흥미진진하다. 촘촘한 인터뷰와 자료를 사람 중심으로 풀어낸 덕분에 1940년대 중반부터 1970년대 초까지 런던 그림 골목을 누빈 화가들의 혈기방자한 모습이 눈에 보이는 듯 생생하게 펼쳐진다. 특히 프랜시스 베이컨(1909~1992), 루시안 프로이트(1922~2011), 데이비드 호크니(1937~)라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전세계 경매가 기록을 갱신하고 있는 걸출한 3인방을 중심으로 하고 있어 이야기 구성이 단단한데다, 그들과의 개인적 친분까지 자연스레 녹아있는 덕분에 행간마다 테레빈유 냄새가 난다.



런던 북부의 한 집으로 박제한 얼룩말 대가리를 들고 들어온 스무 살의 프로이트에 대해 이미 "색다르고 다소 악마 같은 분위기"였다고 전하고, 교육을 거의 받지 못했던 불안정한 열여덟 소년 베이컨이 니콜라 푸생의 '유아 대학살'(1628년경)을 보고 최고의 화가가 되겠다는 마음을 굳히게 됐다는 에피소드를 들려준다. 이 둘은 성적 취향은 서로 달랐지만 늘 붙어다니다시피 했는데, 작품에 공격성을 담아내는 피가학적 성향의 베이컨에 대해 프로이트는 "베이컨은 매우 난폭하고 남성적인 면모가 두드러지는 사람을 찾는데 인생을 모두 허비했다"고 불평하며 "그렇지만 그는 '내가 그 사람들보다 늘 더 강하지'라는 말로 자신의 의지를 드러냈다"고 털어놓았다.

1959년 9월 왕립예술학교에 입학한 괴짜 신입생 무리 중에서도 호크니는 유별났다. 61년 1월 학생 전시가 시작되자 그에게 담당 미술 거래상이 생길 정도였다. 호크니보다 불과 몇 살 많았던 그 미술상은 자신의 갤러리 대표가 호크니 작품을 사지 않겠다고 하자 자신이 직접 구매를 시작하면서 호크니에 대한 홍보를 시작했다고 하니, 안목과 배짱이야말로 미술 시장에서 진정 중요한 요소가 아닐 수 없다.

이들 외에도 "형태는 덩어리에 대한 미술가의 의식"이라고 주창한 데이비드 봄버그, 최초의 팝아트 걸작으로 꼽히는 '오늘의 가정을 그토록 색다르고 멋지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1956)의 리처드 해밀턴, 즉흥성을 추구했던 질리언 에이리스, 왜곡과 환각적인 방식을 구현한 브리짓 라일리 등 런던 미술계를 풍성하게 만든 이름이 촘촘하게 등장하며 읽는 맛을 준다.

저자는 "당시 런던의 화가들은 모두 물감을 사용해 사진 같은 다른 매체로는 구현이 불가능한 작품을 창조해 낼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고 요약한다. 하여 이 책은 그 '믿음'에 대한 이야기다. 현대미술사의 거대한 '맥락'을 이해하는 데 좋은 책이다.


정형모 출판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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