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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필요한 한 가지 일

예수님은 지금 마리아와 마르타의 집에 손님으로 와 있다. 마르타는 청소와 집안 정리, 식사 준비와 손님 접대에 경황이 없다. 마르타는 모든 일을 아주 잘 했고 제대로 했다. 다만, ‘지금 여기’에 있지를 못했다. ‘현존’을 못한 것이다. 자기 자신에게, 자신의 억울한 느낌에, 그리고 남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어야만 한다는 자신의 욕구에 깨어있지 못했다. 자신에게 깨어 있지 못하면 손님에게 깨어 있을 수 없고, 하느님께도 깨어 있을 수 없다.

 마르타가 더 훌륭한 마르타가 되는 것으로는 결코 마리아가 될 수 없지만, 사랑 때문에 겪는 마르타의 분주함과 좌절.서툰 짓과 헛된 시도들이 마르타를 마리아로 변화되게끔 도와줄 것이다. 사랑과 아픔 그 자체가 우리를 하느님께 이끌어가는 것은 아니지만, 사랑과 아픔을 겪은 사람들만이 하느님께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수님은 일상생활의 차원에서 마르타에게 도전했다. 왜냐하면 그것이 영적 차원에서 어떻게 현존하느냐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일상생활에 영적 차원을 반영하는 것이 바로 마르타가 해야 할 ‘한 가지 일’이었다. 이런 점에서 예수님은 마리아를 지지한다. 마리아는 예수님에게,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 현존하는 법을 알고 있었으니까.

 어느 날 이민 온 지 20년 된 50대 중반의 교우와 이야기를 나누다 이런 말을 듣게 되었다. “이곳에서 살다 보니 자꾸만 자신을 내려놓게 됩니다.” 교우들과 생활한 지 채 3년도 되지 않은 나도 그 말에 공감이 갔다. 나 역시 한국에서보다 이곳에서 더욱 더 자신을 내려놓게 되니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아마도 이곳 생활을 견디지 못할 것이다.



 문득, 모든 영성생활은 ‘내려놓기’와 연결되어 있음이 떠올랐다. 내려놓는다는 것은 현재의 삶이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의미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것이 우리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고 있음을 의미한다. 우리는 언제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 의지와 포부 등을 내려놓게 되는가? 견디지 못할 만큼의 큰 고통을 겪을 때가 아닌가. 그리고 자신을 넘어서는 사랑을 실천할 때가 그렇다.

 큰 사랑과 큰 고통이 우리로 하여금 자신을 내려놓게 만드는데, 그 내려놓음을 통해 우리가 얻는 게 있다. 내려놓음은 우리를 ‘지금 여기’에 머물도록 한다. 일찍이 예수님께서 마르타에게 말한 ‘필요한 한 가지 일’에 집중하게끔 말이다. 만약 우리가 큰 사랑과 큰 아픔에 열려 있다면, 그것들은 우리를 깨어 있음의 세계로 인도할 것이고, 우리는 머지않아 ‘인간의 모든 지각을 뛰어넘는 그리스도의 사랑’(에페 3,19)을 알게 될 것이다. “마르타야, 마르타야! 너는 많은 일을 염려하고 걱정하는구나. 그러나 필요한 것은 한 가지 뿐이다.”(루카 10,41-42; 리처드 로어,「벌거벗은 지금」, 76~85쪽 참조)

 park.pio@gmail.com


박비오 신부 / 천주교 성 정하상 바오로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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