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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 타고 배 타고 런던서 파리까지 '삼만리'

신복례 기자의 유럽 자유여행기 <4>여행자 보험

폭염에 고속열차 운행 중단
해저터널 통하면 2시간 거리
도버해협 건너 다음날 도착

도버해협 바닷가에 깎아지른 듯 서 있는 화이트 클리프는 탁트인 푸른 바다와 초원이 어우러진 관광명소다.

도버해협 바닷가에 깎아지른 듯 서 있는 화이트 클리프는 탁트인 푸른 바다와 초원이 어우러진 관광명소다.

지난 23일 월요일 아침 세계 곳곳의 공항에서는 난리가 났다. 세계 첫 여행사로 178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영국의 대형 여행업체 토머스 쿡이 이날 파산을 선언하면서 토머스 쿡이 자체 운영하는 여객기 운항이 전면 중단됐기 때문이다. 영국과 스페인, 독일 등에서 모두 4개 항공사를 운영하는 토머스 쿡의 비행기와 패키지 여행 상품을 이용해 세계 각지로 떠난 45만여명의 사람들이 여행 중단은 물론 집으로 돌아올 비행기편을 잃은 채 휴가지에서 발이 묶여버린 것이다.

영국 정부는 18개국, 52개 여행지에서 오도가도 못하게 된 자국민 15만5000명을 귀국시키기 위해 다른 항공사 여객기 45대를 끌어모아 2주간 1035편을 운항하는 긴급 수송 작전을 시작했다.

지중해 휴양지 섬 공항에서 생후 8개월 된 딸과 함께 이틀째 버티고 있다는 30대 부부에서 그리스의 한 섬에서 결혼식을 올릴 예정으로 자신들은 이미 도착했는데 와야 할 가족과 친구들이 오지 못해 인생 중대사를 망친 커플의 사연을 접하며 그들이 겪고 있을 어이없고 황당하고 막막한 상황이 남의 일 같지 않았다.

지난 7월 말 유럽 여행을 하면서 비슷한 일을 당했다. 런던 여행을 마치고 파리로 들어가는 유로스타를 타기 위해 세인트판크라스 기차역에 도착해서야 내가 탈 열차편이 취소됐다는 얘기를 전해들었다.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그날 도착역인 파리 북역이 전기 과부하로 정전이 되면서 유로스타 운행을 일시 중단했다는 설명이었다. 기차를 못탄 수천명의 승객들 틈에 끼여 안내 직원에게 "기차가 정말 취소됐느냐" "그럼 어떻게 해야하느냐" 묻고 또 물었지만 돌아온건 60일 이내에 다른 날짜를 예약하거나 아니면 티켓 리펀드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3박4일 머물 일정으로 파리 호텔은 물론 그날 오후 센강 유람선 티켓까지 예약했는데 못가면 어쩌라고, 대체 교통편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혹시 저가 항공? 당연히 솔드아웃이었고 그럼 버스? 다음날 저녁 떠나는 버스 몇자리가 남아있었다. 파리까지 10시간 넘게 걸리는데 다음날 저녁에 출발해 그다음날 아침에 도착하면 파리 여행은 완전 꽝이 되는 거였다.

해저터널을 달려 런던 도심에서 파리까지 2시간10여분 만에 도착하는 유로스타가 개통하기 전 사람들은 비행기 아니면 영국 남단 도버로 내려가 배를 타고 대서양 바다를 건너 파리에 갔다. 배 시간을 알아봤다. 다행히 2시간30분 후 출발하는 배의 좌석이 남아있었다.

런던에서 도버까지 기차로 1시간30분, 도버에서 배타고 프랑스 북부 칼레까지 1시간40분, 칼레에서 파리까지 기차로 2시간, 시간을 잘 맞춘다면 칼레에서 마지막 기차를 타고 그날 밤 파리에 들어갈 수 있었다. 오늘 일정이야 망했다해도 내일 오전 루브르 박물관, 오후에는 베르사이유 궁전 투어를 예약해뒀는데 달리 방법이 없었다. "얘들아, 가자. 일단 가보자." 유로스타 대신 도버행 기차를 탔다.

간신히 표를 끊고 국경 통과를 위해 이민국 심사를 마친 뒤 배에 오르고 나서야 알게 됐다. 그날 런던이 교통지옥이었다는 것을. 유로스타 뿐 아니라 런던 항공관제 회사 시스템에 문제가 생겨 런던발 비행기 200편 이상이 취소되고 2만여명이 비행기를 타지 못했다는 것을.

기를 썼지만 결국 우리 가족은 그날 파리로 들어가지 못했다. 시골 작은 마을 칼레 선착장에는 우버도 없었고 택시도 없었고 버스도 없었다. 자기 차를 갖고 왔거나 런던에서 플릭스버스를 타고 온 사람들은 다들 떠나가는데 우리는 기차역까지 40분을 걸어야 했고 막차는 이미 떠나고 없었다. 도버해협을 건너 기차역에 남겨진 것이 우리 가족만은 아니었다.

워싱턴DC에서 휴가왔다는 여섯식구 대가족과 인사를 하며 어떻게 할 것인지 얘기를 나눴고 좀 큰 도시 릴리로 가면 렌트카와 파리행 버스가 있으니 릴리까지 가기로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기차안에서 검색해본 릴리 출발 파리행 버스 좌석은 딱 5개만 남아있었다.

밤 11시가 넘었는데 그래도 버스정류장까지 가보겠다며 걸음을 재촉하는 그들에게 행운을 빌어주고 우리는 릴리 호텔에서 힘겨웠던 하루를 마무리했다. '의지의 한국인'이라는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다음날 일찍 기차를 타고 파리에 도착했고 오전 9시30분 예약된 루브르 박물관 가이드 투어에 참가할 수 있었다. 그런데 아들은 도버해협을 건넌 경험이 많이 좋았던 모양이다. 바닷가에 깎아지른 듯 서 있는 새하얀 절벽(화이트 클리프)이 너무 멋있었고 편의시설이 잘 갖춰진 페리도 좋았다며 인상적인 여행지의 하나로 도버를 꼽고 있다.

여행에서 돌아와서는 손해본 비용에 대한 보험 청구로 바빴다. 10여통이 넘는 이메일을 주고 받으며 요구하는 영수증과 서류들을 보내고 지금은 돈이 들어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통장 입금이 확인되면 나에게도 도버 해협은 재미있었던 경험이 될 것같다. 여행이란 것이 어디를 가서 무엇을 보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추억할 수 있는 새로운 만남과 경험을 쌓는 것이라는 점에서 지구기온 관측 사상 가장 더웠다는 7월말 유럽의 런던여행은 유로스타로 한동안 기억될 것 같다.

비행기 티켓 예약할 때 보험도 구입

여행자 보험은 여행 사이트나 여행사를 통해 비행기 표를 예약할 때 함께 구입할 수 있다. 여행자 보험 비교 사이트를 통해 커버하는 내용과 가격을 살펴보고 선택할 수도 있지만 믿을만한 여행 사이트를 이용할 경우 가장 많이 가입하는 보험을 권해주기 때문에 택해도 별 무리는 없다.

여행을 앞두고 AIG의 트래블가드 보험을 샀다. 3인 가족이 108달러를 지불했으니 1인당 36달러에 산 셈이다. 여행을 떠나기 전 여행을 취소하면 비행기 티켓값과 리펀드를 받을 수 없는 예약 비용을 배상해주고 여행 도중 여행이 중단되면 하루 500달러 한도 내에서 손해 본 비용을 실비로 변제해주는 보험이었다.

유로스타 운행 취소로 인한 손해 비용을 요청했더니 AIG측 담당자는 사용하지 못한 기차 티켓 구입 영수증, 유로스타측의 취소 이유를 밝힌 확인서 그리고 뜻하지 않게 지불해야 했던 기차, 페리, 호텔과 관련된 영수증을 요구했다.

호텔 영수증을 잃어버려 카드 명세서를 보냈지만 그건 받아들이지 않았다. 여행에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는 만큼 영수증은 꼭 챙겨둬야 한다.


신복례 기자 shin.bonglye@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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