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한 줄의 시도 쓸 수 없을 때
이럴 땐 온몸에 힘을 빼고 눈을 감아본다. 뭉크의 '절규'나 이중섭의 '황소'나 샤갈의 '눈 내리는 마을'이나 고호의 '자화상'이 선명하게 보여질 때까지 끊임없이 추락한 후 내 앞에 선다. 한 자 한 자 종이 위에 잃어버린 내가 그려지기 시작한다. 나는 출발선을 떠난 마라토너처럼 기대와 흥분과 행복을 꿈꾸며 보이지 않는 고지를 향해 달리기 시작한다. 검다 못해 푸른 하늘엔 별들이 하나 둘 살아나고 내 눈가엔 촉촉히 눈물이 고인다. (시카고 문인회장)
당신의 손 / 신호철
알고 있었다
우연히 지나쳤지만
슬픔이 오래된 그 위로
들꽃이 피고 있었고
오래 휘청인 가지마다
절망의 틈바구니를 통과해
빛나는 밤을 맞고 있었다
우린 걸었고
알 수 없는 거리에서
속으로 속으로 삼켜
보이지 않는 너를 비추는
예비된 손길
혼탁한 언어를 덮는
당신의 손이 거기 있었다
하늘엔 가득
별빛이 쏟아지고 있었다
신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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