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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거기 마터호른이 있기에 오른다"

뉴욕한미산악회 알프스 원정기

세계 3대 미봉 중 하나
한인 산악인 12일간 원정
사고·기상악화 겹쳐
정상정복 앞두고 하산


뉴욕한미산악회(회장 한상근)가 지난 7월 20일부터 31일까지 12일 간 세계 3대 미봉의 하나인 알프스의 마터호른(4478m)을 다녀왔다. 14명의 대원들은 정상 도전에 나섰으나, 사고와 기후가 악화되는 각종 장애로 다음을 기약하고 철수했다. 그러나 정상정복은 달성하지 못했으나 세계적으로 유명한 고봉에 도전함으로써 뉴욕 한인 산악인들의 명예를 드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음은 원정대 산행일지를 정리한 것이다.

뉴욕 출발, 장도에 오르다

7월 20일 뉴욕을 출발해 21일, 이탈리아 밀라노를 거쳐 스위스 체르마트에 도착했다. 체르마트 역전은 세계에서 몰려든 많은 관광객과 등산객으로 분주했다. 숙소에 짐을 풀고 마터호른의 일기예보부터 알아봤다.



마터호른 도전에 나선 한인 산악인들. [사진 뉴욕한미산악회]

마터호른 도전에 나선 한인 산악인들. [사진 뉴욕한미산악회]

숙의 끝에 일단 정상 공격일을 하루 앞당겨 26일로 수정했다. 등반대는 빠른 고소적응을 위해 다음 날 일정을 공격 캠프인 회르린 산장으로 바꾸었다.

7월 22일, 셋째 날, 오전 9시 30분 트레일 헤드인 해발 2583m의 트레킹을 시작했다. 목적지인 고도 3260m 회르린 산장까지는 약 670m 정도의 고도를 올라야 한다. 안내판은 약 2시간 반이 소요될 것으로 나왔는데, 약 3시간 여를 올라 전원 산장에 도착했다. 7월 23일, 넷째 날, 브라이트혼(4164m)으로 산행을 다녀왔다.

7월 24일, 다섯째 날, 고너그라트에서 바라 본 회르린 릿지의 사선은 약 45~50도 정도로 누어져 보였다. 저 정도 각도라면 충분히 해볼 만 하다는 약간의 자신감과 함께 마터호른 등정 성공여부는 날씨와 컨디션이라 생각했다.

7월 25일, 여섯째 날은 '마터호른 익스프레스 케이블'을 이용해 오후 1시 30분경 산장에 도착해 가이드이자 오랫동안 구조대 활동을 하고 있는 산장 주인에게 마터호른 등정에 대해 조언을 구했다. 그즈음 어제 돌 사태로 가이드 등 2명이 사망하는 사고 소식을 들었다. 내일 정상 등정을 앞두고 이러한 일들이 좀 꺼림칙한 기분도 들었다. 산장주인은 우리에게 루트에서 매우 중요한 랜드마크 포인트(Land Mark Point)를 상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랜드마크는 약 3600m 지점에 보이는 2단의 하얀 직립암벽이었다. 그곳에는 진동 측정기가 설치되어 있다며 우리에게 무조건 측정기 좌편을 바짝 끼고 올라 바로 그 위쪽 우편 릿지로 올라붙어야만 한다며 신신당부했다.

본격적인 정상도전에 나서다

7월 26일, 일곱째 날, 새벽 3시에 일어나 준비를 하고, 서둘러 식사를 한 뒤 스타트 포인트에 도착해 새벽 5시부터 등반을 시작했다. 우리는 한상근 대장과 김진환 대원이 선두로 줄을 묶었고, 양환주 대원과 박상윤 대원이 후미로 조를 이뤘다. 이미 외길인 스타트 지점에서 순번으로 30~40여 분 늦어진 우리는 가이드 팀을 뒤쫏아 가기는 너무 빨라 역부족이라 야음에 랜턴 불빛을 따라 방향을 따라 잡는 것이 최선일 뿐이었다. 동이 트고 또 1시간 정도 지나자 구조 헬기가 날기 시작하여 무슨 일인가 궁금했다. 잠시 후 4000여 m 지점에서 까만 주머니 백 같은 것이 딸려 올라가는 것을 보고 이틀 전 돌 사태로 추락한 가이드 팀 2 명의 시신인가 추정하였다. 그러나 나중에 알게 된 바로는 그 구조 헬기는 오늘 우리 보다 앞서 가던 가이드 3팀 가운데 한 팀이 구조를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 때 양환주 대원의 전화기로 계속 전문이 송달되고 있었다. 우리가 솔베이 허트가 시야에 들어오는 약 3900m 지점에 막 도달하는 8시 경을 즈음하여 밑에서 망원경으로 우리를 관찰하던 이경식 단장과 산장 주인이 급전을 보냈다. 전문 내용은 지금 속도로는 오늘 비가 예상되는 오후 2시까지의 안전하산이 불가능하다며 하산을 권했다. 앞섰던 가이드 한 팀이 이미 한 시간 전에 헬기구조를 당한데다. 금년 시즌 시작 한 달도 채 안된 7월 중 벌써 6명이 회르린 코스에서 생명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고, 또 어제 기상악화로 가이드 2팀 4명 등 총 8명이 솔베이에 대피를 해야만 했며, 더더욱 앞으로 이틀간 기상이 안 좋아 우리에게 하산을 권고했던 것이다.

솔베이를 코 앞에 두고 우리는 30여 분을 심각하게 고민했다. 모든 것이 운명 같았다. 어떻게 회르린 산장과 수직으로 650m 이상의 높은 지점에서 어떻게 카카오 전통을 받을 수 있었는지? 지금도 불가사의하다. 무리하지 말자, 오늘만 날인가! 오전 9시쯤인가? 우리는 하산을 결정했다. 하산은 가볍게 생각했었다. 그런데 하산을 하며 깜깜한 야음에 어떻게 올라왔는지 의심이 들 정도로 주위 환경은 한 순간도 긴장을 풀 수 없었다. 10일 전 한국 등반대 1명이 왜? 이 지점 부근에서 무리하게 로프 하강을 하다가 사고를 당했는지 이해가 되었다. 올라 갈 때나 마찬가지로 하산도 역시 똑 같이 네발을 써야만 했다.

11시 30분경 우리는 저 아래 스타트 지점 위 언덕을 오르는 홍종만 선배와 조성복 조를 확인해서 산악회 구호로 화답을 했다. 우리가 초입 암장 벽 하단으로 내려 올 때를 맞춰 서쪽 저편에서 오는 홍-조 마중 팀을 만났다. 하루만이지만 반가운 해후였다. 함께 산장에 오후 1시가 다되어서야 산장에 도착했다.

정상부는 벌써 새하얀 구름이 감싸기 시작한다. 아쉬웠다. 그러나 일기예보는 정확했다. 오후 2시 부터 꾸물꾸물하던 날씨는 오후 3시 부터는 폭우로 변했다. 오후 3시 30분이 되어서야 체르마트로 돌아 왔다. 숙소에서 기다리고 있던 대원들이 무리 않고 무사하게 잘 내려 왔다고 위로해 준다.

대원들 무사히 뉴욕 귀환

7월 28일, 아홉째 날, 아침까지 비는 계속왔다. 숙소 창 문 밖으로 한순간 모습을 드러낸 마터호른은 밤새 내린 눈으로 하얀 고깔모자를 쓰고 있었다. 잠깐 모습을 보인 마터호른은 이내 곧 바로 뿌연 구름안개 속으로 모습을 감췄다. 글레시아 안에 인위적으로 만들어 놓은 동굴을 둘러보고 12시 정오경 터널 밖으로 나왔다. 밖은 온통 하얀 수증 물안개와 글레시어 눈이 어우러져 천지구분이 없었다. 완전 화이트 아웃이다. 산악인은 자연에 순응해야만 한다는, 주역에서 읽은 '순천자생 역천자사(順天者生 逆天者死)'라는 고산에서 항상 지켜야하는 교훈이 되새겨졌다.

7월 29일, 아침 일찍 치르마트 출발. 오후 2시 경 밀라노에 도착했다. 30일 코모 호수를 관광하고, 12일째인 31일 뉴욕한미산악회 마테호른 원정대는 마침내 뉴욕에 도착했다.

사진=뉴욕한미산악회 박상윤 대원


뉴욕한미산악회 박상윤 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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