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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심 깊다면 탁월한 직장인 될 수 있어야"

노동절 특별 기고 '공공신학론'
칼빈신학교 박사과정 김은득 목사

신학자 카이퍼로 본 기독 직장인
다양한 직종으로 사회에서 활동
세상 멀리하기보다는 적극 참여
일상 영역에서도 변화 추구해야
세상도 하나님이 창조한 영역
회사에서도 꼭 필요한 사람 돼야



네덜란드의 유명 신학자 아브라함 카이퍼(Abraham Kuyperㆍ1837~1920)는 '열 개의 머리와 백 개의 손을 가진 사람'으로 불렸다. 카이퍼는 목사이자 신학자였다. 신문 편집자로 활동했던 언론인이기도 했다. 베스트셀러 작가, 교수, 대학 설립자, 사회 운동가, 국회 의원, 국무총리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에 걸쳐 다양한 직업군에서 활동했다. 현재 김은득 목사(사진)는 칼빈신학교에서 공공신학으로 박사 학위 과정을 밟고 있다. 김 목사는 세계칼빈학회에서 '공공신학을 위한 카이퍼의 칼빈 전용(Amsterdam Praised and Blamed Geneva: Kuyper's Appropriation of Calvin for his Public Theology)'을 발제한바 있다. 김 목사가 노동절을 맞아 본지에 카이퍼의 연구 경험을 토대로 크리스천 직장인과 사회와의 관계에 대한 글을 기고했다.


기독교인이라면 '세상에 거하나, 세상에 속하지 않는다'는 개념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개 기독교인은 심지어 기독 직장인조차, 교회 일에는 매우 능동적이어도, 세상 일에 대해서는 수동적인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 '삶의 모든 영역에 하나님의 주권이 드러나야 한다'는 말을 보자. 이 말은 세상 일에 참여해서 하나님의 뜻을 그곳에서 실현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러나 이 말은 교회 또는 신학교 등에서 자신만의 게토(ghetto)에 안주하는 사람들에 의해 잘못 적용돼왔다.

카이퍼는 세상을 부정적으로만 바라보는 경향성에 동의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세상 자체는 하나님이 창조하셨다.

그동안 신앙심이 깊은 사람에게는 세속 직업을 갖는 것보다 '목사'가 될 것을 권유하는 경우를 자주 봤다. 그러나 세상에서 직업을 갖는다는 것은 하나님의 뜻을 세상에 드러내는 가장 좋은 교두보를 갖는 것이기도 하다.

'삶의 모든 영역에 하나님의 주권이 드러나야 한다'는 말은 교회에서 소명을 추구하는 것은 성스럽고, 마치 세상에서 꿈을 이루는 것은 속되다는 이원론적 인식을 격파하는 의미로도 쓰여야 한다.

실제 카이퍼는 정치에 참여한 이후 더 이상 목사직을 수행하지 않았으며, 여러 직업 중 언론인이라는 직업을 가장 자랑스럽게 여긴 바 있다.

중세 때와 같은 성(聖)과 속(俗)의 영역 구분은, 마치 성스러운 영역을 상부에, 세속적인 영역은 하부에 위치시키는 잘못된 위계 질서를 부여했다.

종교개혁가들은 하나님 앞에서 모든 직업이 성스럽다는 의식을 통해 이런 잘못된 도식을 깨뜨리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소위 근대성 혹은 합리성이라는 이름은 무신론적 사상을 가진 인간이 공적 영역에 마음껏 참여하게 하였고, 반대로 유신론적 인간이 신앙을 통해 공적인 삶의 영역에 들어가게 하는 것을 억압했다.

더 큰 문제는 자칭 기독교인이 세상이 크리스천을 무시하니, 소위 '세상에 속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세상과의 관계를 잘못 해석 또는 적용하는 것이다. 즉, 세속화되는 세상과 격리됨을 통해, 우리만의 신앙과 경건을 추구하겠다는 것이다.

기독교인이 믿는 하나님은 스스로 창조한 세상을 그냥 내버려두는 것이 아니라, 그 세상을 계속해서 돌보시는 분이다. 그런 상황에서 신앙을 고백하는 이들이 교회와 세상, 은혜와 자연, 신앙과 이성의 반립적 도식으로 살아갈 수는 없다.

그럼에도, 기독 청년을 신앙으로 잘 키워서 공적 영역에 참여함을 통해 세상을 변혁시키는 활동을 하게끔 돕는 게 아니라, 오히려 교회 내부에서 '우물 안 개구리'처럼 가둬놓는 일이 빈번한 사실에 답답할 뿐이다.

창조, 타락 그리고 구속으로 요약된 기독교 세계관은 더욱이 기독 직장인에게는 필수적인 관점이어야 한다.

먼저, 이러한 관점은 창조 영역 자체의 선함을 강조함으로써, 자연과 은혜를 이원론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버리도록 돕는다. 또, 은혜가 자연을 회복하는 것을 통해 세상에 참여하면서, 세상을 변화시키도록 돕는다.

그러나 문제는 기독 직장인의 경우, 대개 그 영역 자체를 변혁시키는 것이 그저 신우회를 조직하거나, 회사 내에서 성경공부 모임 등을 만드는 수준 정도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이는 종종 회사 내에서 자신의 업무에는 무능 또는 무심하면서, 신실한 기독교인으로만 인정받게 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하지만, 직장 내에서 예배, 성경 공부에 열심을 내는 것 이상으로 자신의 업무에 충실하고 탁월함을 발휘하는 것이 훨씬 더 하나님의 뜻에 부합하는 일이다. 직장은 노동을 제공함으로써 인간이 이 세상에서 존재 의의를 갖도록 돕고, 인간 자체의 번성을 위해서도 중요한 처소가 된다.

그런 면에서 카이퍼는 모든 삶의 영역을 관장했던 중세 교회로부터 국가, 학문, 예술 등 각 영역이 분화과정을 거쳐 독립된 영역으로 세워지는 것을 늘 지지해 왔다.

그리고 카이퍼는 교회가 각 영역을 좌지우지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창조 때 심으신 각 영역의 원칙과 규범대로 운영되는 것을 강조해 왔다.

이렇게 각 사회 영역이 분화되는 측면에서 현대성 혹은 합리성은 충분히 성경 적으로도 받아들일 수 있는 개념이다.

한 예로 공적인 삶의 영역에 참여할 때, 신앙을 벗어 던지라는 합리성은 문제가 많아도, 현대 사회를 살아가기 위해 각 영역에 걸맞은 원칙과 규범에 충실하라는 합리성은 기독교인이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현대 사회에 적용할 수 있는 '세상에 거하나 세상에 속하지 않는다'는 개념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사회에 참여해 세상을 바꾸어야 할 젊은 기독교인에게 세상을 멀리하라고 말하거나, 혹은 그나마 세상에 참여할 때조차 회사에서 성경공부를 자주 하는 것만이 직장을 바꾸는 것이라고 여기도록 하는 건 분명 문제다.

기독 직장인은 세상에 거하는 이상, 하나님이 창조하신 세상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하나님이 창조 때 정하신 세상의 각 영역의 원리를 존중해야 한다. 죄악으로 타락한 부분을 걸러내고, 하나님이 본래 뜻하신 창조 목적에 걸맞게 직장이 회복되도록 열심을 내자.

그러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회사에 꼭 필요한, 업무에도 탁월한 직장인이 되는 것이 마땅하다.

edkim5@calvinseminary.edu


김은득 목사 / 칼빈신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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