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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주류사회'라는 말이 불편한 이유

월스트리트에서 헤지펀드를 운용하며 큰 돈을 벌어 여러 비영리단체를 후원하는 것으로 잘 알려진 한 1.5세 한인은 인터뷰가 끝난 후 "나는 (이민자의 삶을) 졸업했다. 굳이 한인 커뮤니티의 일에 관여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나와 비슷한 이들이 특정 이슈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것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

그 후에 만난 1.5·2세 한인들로부터도 한인 커뮤니티를 '돕고' 싶다는 뉘앙스의 말을 여러 번 들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본인은 더 이상 이민자의 서러움을 겪지 않는 '주류사회'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자부심이 있었고, 그에 비해 그들의 부모가 그랬듯 가게 등 소규모 사업을 운영하며 미숙한 영어를 사용하는 한인 이민자들은 자신과 '다른 부류'라고 느끼는 듯했다.

그때마다 자신이 속한 사회를 더 낫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예전에 몸담았던 커뮤니티에 적선하고 싶다는 듯한 말투에 심기가 불편해졌다.

한 지인은 이 '주류사회'에 대한 맹목적인 우상화에 대한 우려에 "당신은 주류사회에 들어가기 위한 서러움을 당해보지 않아서 그렇다"고 지적했다. 어릴 때부터 학교에서 이런저런 차별을 겪으며 자라다 보면 '저 쪽에 들어가겠다'는 의지가 강해지고, 그 과정에서 한인 사회는 등한시하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 사회를 이렇게 이분법적으로 보는 시선은 소위 말하는 '주류사회에 성공적으로 들어간' 당사자뿐만 아니라 그들을 길러낸 한인 커뮤니티에도 팽배하다.

누군가는 자녀의 성공을 그가 '주류사회'에 들어갔는지로 평가하기도 하고, 한인단체 행사에 타민족, 특히 백인 인사가 참석하면 그 행사의 실질적 영향과 상관없이 그 행사가 성공적이었다고 몇 년이고 자랑거리 삼는 어르신도 많다.

반면 한인사회에 문제가 발생해 그에 대한 커뮤니티의 목소리를 전달할 필요가 생기면 곳곳에서 중국인.유대인 커뮤니티를 지목하며 "타민족은 결집력이 굉장히 강한데 우리는 왜…"라는 말도 자주 나온다.

우리 커뮤니티가 길러낸 '성공한' 후대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지를 얻어내려면 우리부터 변해야 한다.

주변 세상에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돌아볼 수 있는 눈을 길러주고, 차별을 당하면 우리가 '주류사회'의 일원이 아니라서 그런 일을 겪은 것이 아니고 차별하는 사람이 틀린 것이라고 가르쳐야 한다. 우리 아이들에게 강요하는 성공과 행복의 척도를 재고해야 한다.

한인사회에서 '주류사회'라는 단어가 쓰이지 않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김아영 /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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