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마당] 잠의 유언
나 잠에 드는 날비 내리면 좋으리
바람, 새, 꽃 먼 곳에 있어도
일기의 적막 은은한 태몽 밀봉한
구름 무덤 푸른곰팡이로 피어
내가 그리운 이의 마음이면 좋으리
나 영원히 잠에 드는 날
슬퍼하는 이 몇이나 될까
찾아와 주는 이 몇이나 돌까
속눈썹에 맺힌 이슬방울이라면
아무도, 아무도 모르고 모르면 좋으리
나 잠에 드는 날
내 그림자와 함께
왼 손목 시계꽃, 빈 씨방에 들어
열 두 방울의 작은 목소리로
내가 그리운 이의 이마에 닿는
비 내리고, 비 내리면 좋으리.
임의숙 / 시인·뉴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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