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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대비의 행동경제학

미래에셋과 함께하는 은퇴 가이드 10.

'Nudge'라는 책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행동경제학자 리처드 탈러(Richard H. Thaler)는 '사과실험'을 통해 저축에 관한 인간 심리를 파악했다.

먼저 "1년 후 사과를 한 개 받을 것인가, 아니면 1년이 지난 바로 다음날 두 개의 사과를 받을 것인가"를 제안한 후 하나를 선택하라고 했다. 이 때 많은 실험참가자들이 미래의 2배 이익을 위해 하루 더 기다리기를 선택했다고 한다.

질문을 바꿔 다시 유사한 실험을 했다. 이번에는 1년 후가 아닌, "오늘 사과 한 개를 받을 것인가, 아니면 내일 사과 2개를 받을 것인가"를 묻고, 둘 중 하나를 선택하게 했다. 그러자 종전에 기다림을 택했던 실험참가자 중 상당수가 태도를 바꿔 "오늘 당장 한 개의 사과를 받겠다" 했다고 한다.

탈러 교수의 '사과실험' 결과처럼 많은 사람들이 멀리 있는 큰 이익보다 눈 앞의 작은 이익에 마음을 뺏기는 경우가 많다.



누구나 평안하고 풍요로운 노후를 바랄 테지만 이를 위해서는 많은 준비와 인내가 불가피하다. 현재의 소비를 줄이고, 노후를 위해 저축하자고 하면 선뜻 저축에 나설 수 있는 사람도 있겠으나 아마 현실의 지출 부담을 핑계로 주저하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다.

탈러 교수는 경제학의 관점에서 자기통제 문제를 고민했다. 이에 대해 호메로스의 '오디세우스와 사이렌' 이야기를 예로 들고 있다.

오디세우스는 항해도중 사이렌들의 치명적이지만 아름다운 노래를 듣고 싶어서 계획을 짜 낸다. 선원들에게는 사이렌들의 노래를 듣지 못하게 밀납으로 귀를 막도록 하고, 자신은 스스로를 돛대에 묶어 노래를 감상하면서도 물속에 빠져 목숨을 잃는 일을 피하도록 했다.

여기서 선원들에 대한 전략은 어리석은 짓을 저지를 수 있는 위험 요소를 아예 제거하는 것이다.

오디세우스 자신을 위해서는 이른바 '서약 전략(commitment strategy)'을 선택했다. 즉 자기 파산을 막기 위해 주어진 선택권을 스스로 제한했다고 볼 수 있다.

우리의 미래를 위한 저축도 오디세우스가 선택한 서약 전략을 이용해 보면 어떨까? 소비 억제와 저축을 위해서 한 번 정하면 바꾸기 힘든 강제장치를 만드는 것이다. 우선 크레딧카드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미리 계획된 예산의 현금만 계좌에 넣어 놓고 그 이상 쓰지 않으면서 소비를 억제할 수 있다.

다음으로 미래를 위해 강제저축을 실행한다. 급여에서 매달 일정한 돈이 자동으로 저축계좌로 이전되도록 정해 놓는다. 이왕 한다면 연금저축계좌에서의 금융투자와 같이 한 번 정해 놓으면 중간에 깨거나 바꾸기 힘든 장기저축 또는 장기투자 시스템으로 강제하는 것이 더욱 좋다. 소비한 금액이 크레딧카드가 연계된 계좌에서 '자동지출'되는 대신 '자동저축'을 택해 보는 것이다.

눈 앞의 이익에 쉽게 현혹되는 것이나 한 번 정하면 잘 바꾸지 않는 등의 인간본성이 가진 약점을 강제장치 혹은 디폴트 옵션(default option)을 잘 설정해서 극복할 수가 있다.

자산운용과 금융투자에서 해외투자 비중을 필수적으로 정해 놓는 것이나, 투자 대상의 수익률을 개별 자산 하나하나가 아닌 포트폴리오 전체로 관리하는 것을 디폴트 옵션으로 정할 필요가 있다.



박영호 / 미래에셋 은퇴연구소 연금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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