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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 고민, 책 읽다 보니 스르르 풀려

‘도서관에 사는 남자’ 유튜브 채널
2년째 운영하는 조영표씨

책의 물리적 실재는 초라하다. 기껏해야 몇백 그램에 불과한 종이 뭉치, 그 위에 인쇄된 잉크 자국일 뿐이다. 그런데도 사람을 바꾼다.

요즘 '뜨는' 직업인 북튜버로 활동하는 조영표(31.사진)씨가 그런 경우다. 책이 자신의 삶을 바꿨다고 믿는다. 강원도 평창에서 태어나 고등학교 때 부모 품을 벗어난 조씨는 입대를 앞두고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고 한다. 어떻게 살아야 하나. 어떻게 하면 성공하나.

대학 전공(기계설계자동화공학부)에는 큰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고 한다. 입학 후 2년 동안 브레이크댄스에 미쳐 누구보다 열심히 비보이(b-boy) 생활을 했지만 평생의 진로로 택할 수는 없었다. 어디 한곳 그런 고민을 털어놓을 만한 사람이 없다고 느낀 조씨. 무작정 시작한 게 책읽기였다. 처음 붙든 책이, 삶에서 소중한 것은 성공이 아니라 작은 행복이며 인생 그 자체가 축복이라는 메시지를 담은 자기계발서 '청소부 밥'.

이 책을 통해 독서의 매력에 눈 뜬 조씨는 입대 직전에는 독서광이 돼 있었다. 제대할 때까지 100권을 읽겠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한다. 결과는 물론 대성공. 그 힘들다는 훈련소에서도 휴식 시간이면 책을 읽을 정도로 악착같이 매달린 끝에 군 복무한 22개월간 150권을 읽었노라고 했다.



인생의 두 번째 위기도 조씨는 책으로 이겨냈다. 졸업 후 취직한 보험회사. 아무리 개인이 열심히 일해도 회사가 해마다 개선된 보험상품을 내놓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하는 회의 끝에 회사를 그만둔 조씨는 모교 대학 도서관으로 돌아갔다. 문 여는 시간부터 닫는 시간까지, 200원짜리 자판기 커피, 역시 가격이 저렴한 '학식'을 먹으며 서너 달 동안 책만 읽었다고 했다.

2017년 중반에 시작한 조씨의 책 소개 유튜브 채널 이름이 '도서관에 사는 남자(도사남)'가 된 까닭이다.

지난 7일 만난 조씨는 "책을 소개하는 북튜버 일은 결코 녹록하지 않다"고 소개했다. 2년간 94개의 에피소드를 올린 도사남의 구독자 수는 현재 4799명. 새 게시물을 올리면 조회 수는 몇백 건이 고작이다. 책 소개는 인기가 덜해서다. 한데 10분 길이 동영상을 제작하려면 뼈를 깎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첫 번째 정독→핵심 내용을 메모하고 밑줄도 긋는 두 번째 정독(첫 번째 정독보다 시간이 더 걸린다)→메모와 밑줄 위주로 읽는 세 번째 독서. 공식적인 통독만 세 번이다. 동영상 대본 작성에 촬영.편집까지, 한 편 만드는 데 일주일이 모자랄 정도다. 지난 6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북튜버 지원사업 대상자로 선정돼 한 달 세 번 제작에서 네 번으로 늘어나며 부담이 더 커졌다. 도사남의 수익은 한 달 100만 원 정도. 조씨는 "시급으로 치면 몇백 원 수준"이라고 푸념했다.

-그렇게 힘든데 굳이 … .

"돈 보고는 못 한다. 책 읽기를 정말 좋아해야 한다. 책 소개 동영상을 만드는 건 내가 하지만, 내 생각과 다른 댓글에 답글을 달며 내가 항상 정답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지금 행복한가.

"내 인생 목표는 어제보다 나은 오늘,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만드는 거다. 책 읽고 동영상 만들며 성장하는 것을 느낀다. 내가 겪은 시행착오, 거기서 얻은 깨달음을 나눌 때 가장 보람이 크다."

조씨는 실은 유튜브 채널을 하나 더 운영한다. 풍부한 경제.경영서 독서 경험을 살려 재테크 노하우를 전하는 '조랩(cholab)'이다. 구독자 수가 1만89명, 도사남보다 인기가 많다.


신준봉 전문기자 중앙컬처&라이프스타일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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