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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속 뉴스] 인도-태평양 전략 아래 한국과 일본

한일 경제갈등이 '총성 없는 전쟁' 상태에 돌입했지만, 의외로 미국은 조용하다. 말 많은 트럼프 대통령까지도 입을 닫고 있다. 미국의 적극적인 중재나 조정을 바라고 있는 한국정부로서는 당혹스럽다. 보통의 '미국답지' 않기 때문이다. 왜일까.

지금의 한일 경제전쟁을 한꺼풀 벗겨보면, '인도-태평양 전략'이라는 거대한 개념이 도사리고 있다. 이 전략의 기본 구조는 아베 일본 총리가 제안한 내용이고, 미국은 태평양사령부의 명칭을 인도·태평양사령부로 변경하는 등 인도·태평양전략 구체화와 제도화에 착수했다. 그리고 지난 6월 1일 인도-태평양전략보고서(IPSR)를 발표했다. 이는 미국의 아시아 전략이 대폭 바뀐 것을 선언한 것이다.

핵심은 중국을 견제하고 굴기를 틀어막자는 내용이다. 인도-태평양 지역은 세계 인구 50% 이상이 거주하면서 세계 GDP의 60%를 생산하고, 세계에서 물동량이 가장 많은 10개 항구 중 9개가 위치하고 있다. 또한, 이 지역 국가들과 미국의 교역액은 2.3조 달러에 달하고, 이들에 대한 미국의 직접투자액도 1.3조 달러에 이른다. 군사적으로 세계 군사강국 10개 국 중 7개 국가가 위치해 있고, 이중 6개 국가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이 군사력 현대화, 약탈적 경제 정책 등을 통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렇게 중요한 지역을 미국 혼자 맡기에는 너무 넓고 복잡하고 부담스럽다. 지역별로 '맹주국'을 하나씩 두는 게 유리하다. 미국은 인도와 호주가 동남아시아를, 동북아시아는 일본이 그 역할을 맡게끔 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는 거 같다. 간단히 말해, 새로운 아시아판을 미국 아래, 지역 맹주국, 동맹국, 파트너국 모양의 피라미드 체계로 구성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인도·태평양전략보고서는 일본을 '현대화되는 동맹'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다른 동맹국들이 기분 나쁘지 않게 사실상 맹주국을 수사적으로 다르게 표현한 것이리라. 보고서는 또 미일동맹은 평화와 번영을 위한 주춧돌(corner stone)이라고 그 위치를 확고히 했다. 그러면서 인도·태평양 지역을 유지하는 데 미일상호방위조약과 주일미군은 필수적 요소임을 확인하면서 전략적 동맹을 강화해 나갈 것을 천명했다. 구체적으로 5만4000여 명의 병력, 로널드 레이건 항모와 7함대, 미 해병 3해병원정여단, 이지스함과 F35 스텔스 전투기 배치 등 주일미군의 규모와 장비까지 열거하고 있다. 과거, 주일미군이 주한미군을 서포트하는 요소 정도에서 핵심요소가 부상한 것이다. 이는 일본(특히 우익)이 원하는 바다. 일본은 이제 군사대국화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자 한국에서는 일본산 불매운동이 일어나고, 정부는 대응 카드로 한일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하지만, 별로 갖고 있는 것도 없고 민감한 군사정보는 사실 미국이 쥐고 있어 그들이 '(일본에) 줘라'하면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 문재인 대통령은 "이 기회에 북한과 협력해(평화경제), 이 위기를 단숨에 극복하겠다"고 했다. 일본으로서는 불량국가 북한과 협력한다는 말을 듣고 "거봐,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 거 잘한 일이지"라며 미국의 칭찬을 기대할지 모른다.

인도·태평양전략은 아베 총리의 구상이고, 트럼프 정부는 이를 그대로 미국의 대 아시아정책으로 확정했다. 일본은 인도-태평양전략 아래 동북아시아 맹주국으로 올라서고, 지금의 한일 경제갈등은 향후 불거질 일에 비하면 새발에 피일지 모른다.


김석하 논설위원 kim.sukha@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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