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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엄마의 선물

과연 내가 좋아하고, 나를 좋아하는 친구가 몇 명이나 될까? 주위에 10명의 친구를 두고 관리하며 친분을 유지하는 지인이 있다. 그중 한 사람이 나라고 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왜 그리 쑥스럽고 미안하던지. 나는 그녀에게 그런 대접을 받을 만한 자격이 없다. 나 챙기기 급급해 남을 배려하지 않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친언니도 나와 마찬가지다. 남에게 신세나 피해는 주지 않지만, 본인 사는 데 바빠 남 일에 도통 관심이 없다. 아마 이것도 집안 내력임이 틀림없다. 아버지는 항상 인간관계를 '불가근불가원' 즉, '가까이도 멀리도 하지 말라'고 가르치셨다.

그런 친언니와 가끔 함께 만나서 노닥거리는 아주 오래전부터 아는 언니뻘 친구가 있다. 이번 만남은 뉴저지에 있는 찜질방에서였다. 주중이라서 한가했다. 뜨거운 물에 들어갔다가 나와 뜨끈뜨끈한 방에 누웠다. 두 언니는 서로 때를 밀어준다고 한참 지나서야 왔다. 12시도 되기 전에 배가 고팠다. 삼계탕, 순두부 그리고 고등어구이를 주문했다. 엄청 맛이 없다. 음식을 이렇게 맛없게 만들면서도 어떻게 음식 장사를 할 용기가 났을까? 주인은 먹어 보지도 않는단 말인가? 그나마 일하는 사람들이 친절해서 마음이 누그러졌다.

이 방 저 방으로 돌아다니다 잠이 들었다. 한참을 자다 깜짝 놀라 깨어났다. 내가 어디에 와서 누워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두리번거리다 네 시를 가리키는 벽시계를 봤다. 도대체 몇 시간을 잤단 말인가? 친언니 아닌 언니가 때를 밀라고 성화다. 성화에 못 이겨 다시 뜨거운 물에 몸을 불렸다. 친언니는 멀찌감치 서서 자기 챙기기 바쁜데 오히려 엄마처럼 내 등과 팔과 다리까지 밀어줬다.

어린 시절, 집에 목욕탕이 있었다. 어른 두 명 정도 들어갈 무쇠로 된 둥근 목욕통이 있는 조그만 방이다. 매주 수요일 아침부터 불을 때서 물을 데운다. 발이 닿는 뜨거운 무쇠 바닥에는 둥근 나무판이 깔려 있었다. 저녁 즈음 물이 데워지면 아버지가 먼저 목욕했다. 다음은 아이들이 물에 들어가 불리면 엄마가 때를 밀어줬다. 모두 머리를 단정히 빗어 넘기고 저녁 밥상에 둘러앉았다. 시장기 있는 벌게진 얼굴로 소고기뭇국을 먹는 우리 가족은 행복했다. 엄마와 아버지의 보살핌을 받던 그 시절이 무척이나 그립다.

등을 밀어주는 언니를 자세히 들여다봤다. 백옥 피부와 곧은 다리 모습이 우리 엄마를 똑 닮았다. 그러고 보니 형제와 일가친척 그리고 주위 사람들에게 늘 베풀며 보살피던 엄마의 성품과도 닮았다. 엄마는 84년 9월에 돌아가셨다. 슬픔에 싸여 어찌할 바를 모를 때, 찾아간 플러싱에 있는 어느 교회에서 이 언니를 만났다. 처음 보자마자 전생에 알고 지냈던 사람처럼 서로 끌렸다. 그리고 언니의 넉넉한 마음으로 지금까지 좋은 인연으로 이어지고 있다.

죽은 엄마를 그리워하며 울며불며 지내던 내게 엄마가 보내 준 선물이 아니었을까?


이수임 / 화가·맨해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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