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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언더우드의 기도'는 기독교계 수치"

20년 이상된 가짜 기도문 논란
언론ㆍSNS 등 통해 계속 확산
가짜 유통되는데 조치 안 취한건
은근히 유행 즐긴 무책임한 태도
온갖 가짜 감동, 가짜 은혜 없어
가짜 사라져야 교회다운 교회돼


UCLA 옥성득 교수(한국기독교학)가 기독교계에 널리 알려진 '언더우드의 기도문'이 허구라고 밝혔다. <본지 6월29일자 a-4면> 이 기도문은 CCM(현대복음성가)으로까지 만들어져 교계에서 널리 불리고 있을 정도로 유명하다. 최근 한국에서는 언더우드 선교사 탄생 160주년을 맞아 이 기도문이 서예 또는 캘리그라피 작품으로까지 선보이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옥 교수는 가짜 '언더우드의 기도문'을 작품화한 작가들, 방송을 내보내고 있는 방송국, 작품 전시회 주관처 등을 향해 사과문 발표 또는 정정 방송을 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만큼 가짜 언더우드 기도문이 아무런 제재없이 무비판적으로 수용되고 있는건 오늘날 교계의 암울한 현실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을 방증한다. 옥성득 교수가 가짜 언더우드 기도문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서 직접 쓴 글을 소개한다.


20년이 넘도록 가짜 언더우드 기도문들이 교계와 소셜네트워크에 떠돌아다니고 있다. 신문과 방송에서도 그것이 가짜인지 모르고 반복하여 인용 보도하고 있고, 블로거들과 유튜버들도 끊임없이 퍼 나르고 있다. 노래까지 만들어 예배 시간에 사용하기도 했다. 이 글은 더 이상 그러한 기도문들을 언더우드의 것으로 소개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쓴다.

우선 '주여! 지금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로 시작하는 '언더우드의 기도'는 소설 '양화진'에 나오는 내용이다. 이는 작가 정연희씨가 상상으로 쓴 허구의 내용이다.



작가는 이 글이 언더우드가 직접 쓴 것으로 오해되어 널리 퍼질 줄은 몰랐을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이것을 언더우드의 기도로 알고 유통시킬 때 침묵한 점은 이해할 수 없다. 동시에 언더우드 후손들마저 그 영어 번역이나 노래까지 만들어지는 것을 보고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어쩌면 그 기도문이 유행하는 것을 은근히 즐겼는지도 모르는데, 이 또한 무책임한 태도였다.

소설속 상상으로 쓴 내용은 역사적으로 부정확한 부분도 있다. 이런 기도문을 언더우드의 기도라고 하는 것은 언더우드에 대한 명예 훼손이다. 한 예로 기도문에서 '그 넓고 넓은 태평양을 어떻게 건너왔는지 그 사실이 기적입니다.(중략) 우리가 서양귀신, 양귀자(洋鬼子)라고 손가락질을 받고 이싸오나…'라는 내용을 보자.

1885년 당시 태평양 횡단 기선은 샌프란시스코를 출발하여 호놀룰루를 거쳐 요코하마까지를 한 달 정도에 안전하게 운행되고 있었다. 기적이 아니었다. 또한 1885년 4월 5일 서울에 온 언더우드가 6월 21일 도착한 스크랜턴 여사를 만난 후 쓴 기도문이라면, 언더우드 목사는 알렌 의사가 원장으로 있는 제중원에서 교사로 일하고 있던 때였다. 개신교 선교사들, 즉 알렌 의사, 언더우드, 헤론 의사, 스크랜턴 의사 부부와 스크랜턴 대부인 등은 정부의 호의 속에 선교 사업을 시작했다.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선교사들을 '양귀(洋鬼)'로 부르며 반기독교 운동이 강했으나, 한국에서는 알렌이나 헤론이 정부 병원의 의사로 당상관에 임명되고 시의로서 고종을 알현하면서 정부 고관들과 어울리고 있었으므로 '양대인(洋大人)'으로 불렸다. 따라서 손가락질을 받지 않았다.

이 기도문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작가가 허구로 쓴 내용을 보면 글에 명시된 보고 싶다는 것은 조선인의 속셈, 조정의 내심, 조선심이다. 언더우드는 이런 말을 쓴 적이 없다.

1980~90년대 한국인의 관심사가 남의 속셈과 내심을 읽는 것이었다. 박(대통령)심이나 전(대통령)심을 알아야 출세하던 시절의 산물이다. 아무것도 모르는데 어찌 순종하겠는가. 그것은 맹신과 맹종이요, 독재 정권에 침묵하는 순종이었다. 언더우드는 아무것도 보지 못한 것이 아니라, 선교 전략가로서 독수리처럼 높이 올라가 20년, 30년 후를 전망하면서 한국 복음화의 장기 계획을 세워나갔다.

글에는 '오리엔탈리즘'에서 나온 표현도 많다. 한국을 흑암, 가난, 인습, 무지, 미신, 성차별이 가득 찬 불모지요 나무 한 그루 없는 미개한 황무지로 보는 관점은 19세기 말 서양인의 동양관이었다. 작가가 서구 선교사관을 그대로 수용하여 한국에 대한 젊은 선교사들의 첫 인상을 그대로 받아들인 결과 나온 글로 보인다.

'언더우드의 기도'처럼 가짜가 진짜 행세를 하는 게 바로 이런 인터넷 공유 과정과 예술화(노래로 만들고 서예 작품으로 전시하는) 과정을 거쳤기 때문이다. 그건 언더우드를 알리는 작업이 아니다.

성령의 '감동(感動)'이란 '감화감동(感化感動)'의 줄임말이다. 성령의 임하고 내주하심을 통해 내적으로 인격의 감화(변화ㆍ성령의 열매를 맺음)를 받고 외적으로 감동(행동과 실천ㆍ성령의 은사로 일)하는 양자를 포괄하는 뜻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후자는 사라지고 전자도 코끝이 시리고 눈물이 핑 도는 수준의 감동으로 전락했다. 그것을 또 "은혜 받았다"라고 표현한다. 마음에 잠시 울림이 있으면 감동이요 은혜가 되었다고 한다. 그런 것을 주는 설교자가 능력자요 은혜스러운 목회자가 되었다. 말 잘하고 연기 잘하고 노래 잘하고 춤 잘 추는 연기자(performerㆍentertainer)가 대형교회를 만들자, 그들이 '하나님의 능력 있는 종'으로 통하게 되었고 유명 인사인 셀럽이 되었다.

SNS 시대가 되자 교인들도 덩달아 흉내를 내고 감동을 만들기 시작했다. 지난 10년 동안 온갖 가짜 감동과 가짜 은혜가 한국 교회에 넘치게 되었고, 그 대표적인 것이 '언더우드의 기도'라고 불리는 것들이다.

가짜가 없는 교회가 될 때 교회는 행복하게 될 것이다. 가짜 '언더우드의 기도'가 사라질 때 교회는 교회답게 될 것이다. 아직도 '언더우드의 기도'를 자신의 블로그나 SNS 등에 올려놓았다면 찾아서 지우고, 그런 글이나 영상을 발견하면 댓글로 바르게 알려주기 바란다. 그대로 두는 것은 한국 기독교의 수치이다.

<이 기고글은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좋은 나무'에도 함께 실렸다.>


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 jang.yeol@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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