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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이름으로 특정 '정당' 편들기는 안돼…고신대 손봉호 석좌 교수 인터뷰

손 교수는 "종교가 정치적 발언을 할 때는 인권과 정의, 평화에 관련된 사안으로 국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앙포토]

손 교수는 "종교가 정치적 발언을 할 때는 인권과 정의, 평화에 관련된 사안으로 국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앙포토]

기독교가 정치 문제 관여하려면
인권·정의·평화 위해 개입해야
종교가 정치권력과 손을 잡으면
사회 갈등 시작…"굉장히 위험"
종교는 예의·윤리·법도 지켜야
윤리, 타인 위한 가치에서 찾아야


종교는 정치에 대해 어떤 입장을 견지해야 할까. 이를 두고 요즘 기독교계가 시끄럽다. 최근 전광훈 한기총 대표회장의 잇따른 정치적 발언을 두고 손봉호(81ㆍ서울대 명예교수) 고신대 석좌교수가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손 교수는 2011년부터 '한기총 해체' 운동을 펼쳐왔다. 손 교수는 윤리 학자이면서도 기독교윤리실천운동 등에서 활동하며 시대와 교계를 향해 메시지를 전해왔다. 종교와 정치에 대해 그의 생각을 들어봤다.

(최근 전광훈 목사는 시국선언문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했다. 하야를 요구하는 메시지 자체 보다는 차마 옮기기 어려운 극단적 혐오 발언들이 논란이 됐다. 이에 교계에서는 전 목사의 발언을 두고 '도가 지나쳤다' 등의 비판이 이어졌다.)

-전 목사의 정치적 발언을 어떻게 보나.



"좋게 해석을 하려고 한번 시도해 보자. 전 목사는 아주 보수적인 이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현 정권이 나라를 북한에 내주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자기 나름대로 그걸 막고자 한다. 적어도 그건 대단한 애국심이다. 애국심 그 자체를 나무랄 수는 없다. 그런데 그걸 '기독교'의 이름으로 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있다. 기독교가 정치 문제에 개입할 분야는 국한돼 있다."

-기독교가 정치에 개입할 수 있는 분야는.

"인권과 정의, 그리고 평화다. 가령 정치단체나 정부, 혹은 국가가 인권을 유린할 때다. 과거 군사독재 정권이 그랬다. 상당수 국민이 말하고 싶어도 두려워서 말하지 못할 때, 종교가 개입할 수 있다. 그러나 종교가 절대 개입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사당(私黨) 정치다. 기독교 전통으로, 교회의 이름으로 한쪽 정당 편을 드는 것을 해서는 안 된다."

-만약 그럴 경우 어떤 부작용이 생길까.

"한국은 다종교 사회다. 한국 사회만큼 종교 간 갈등이 없는 나라도 드물다. 그런데 기독교가 한 정당을 지지하고, 그 정당이 정권을 잡으면 어떻겠나. 다른 종교에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종교가 정치권력과 손을 잡는 순간, 우리 사회에는 갈등이 시작된다. 이건 굉장히 위험한 일이다."

(손 교수는 예수 당시의 일화를 꺼냈다. "예수님 시대에 바리새인들은 정치적 메시아를 기대했다. 하나님의 능력을 동원해 로마를 물리치고, 다윗과 솔로몬의 영광을 회복하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예수의 행보는 달랐다. 과부와 고아, 병든 사람들과 함께 다니며 활동했다. 그걸 바라보던 유대인들은 몹시 기분 나빠했다. 유대인은 예수님을 '재수 없는 놈'으로 봤다. 그들은 이스라엘을 강대국으로 만들길 기대했는데, 정작 예수는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 위해 살다가 십자가에 못 박혀 치욕적인 죽음을 맞이했다. 그러니 기독교는 세속적인 정치에 대해 가장 거리를 둬야 하는 종교다. 예수님 당신이 몸소 정치적 메시아를 거부하지 않았나.")

-그게 왜 그토록 위험한가.

"기독교가 어디에 가장 초점을 두나. 하늘나라다. 그건 이 세상의 모든 것을 초월해 있다. 하나님 나라는 세상 권력과 관계가 없다. 그러나 종교가 이념과 결탁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념은 항상 정치적 색깔을 띤다. 종교와 이념이 결합하는 순간, 그 정치 이념 자체가 절대화된다. 답은 뻔하다. 종교는 결국 타락하고, 사회는 위험해진다."

(손 교수는 "제 주위에 있는 교인들은 '부끄럽다'는 말을 많이 한다. (전광훈 목사의 발언이) 너무 수준이 낮고, 너무 교양이 없기 때문이다"고 아쉬워했다.)

-교양이 뭔가.

"간단하다. 자신의 말을 하더라도 다른 사람의 기분을 나쁘지 않게 하는 거다. 그렇게 말하고, 그렇게 행동하는 거다. 그게 교양이다. 우리가 하지 말아야 할 일이 세 가지다. 첫째 예의에 어긋나는 것, 둘째 윤리에 어긋나는 것, 셋째 법에 어긋나는 것이다. 예의 없이 행동할 때 우리는 '교양 없다'고 말한다. 한기총은 이제 군소교단의 집합체다. 기독교를 대변하지 못한다. 그런데도 전 목사가 기독교계의 대표인 양 발언하는 것은 거짓말이다. 그건 비윤리적인 일이다."

(손 교수는 4년전 본지와의 인터뷰2015년 8월11일자 A-22면>에서 "규범대로 바르게 행동하는 건 낡은 윤리의 개념이다. 현대 사회에서 올바른 윤리의 의미는 '나의 동기'에서 찾기보다, '타인'을 위한 가치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한기총의) 현실은 어떤가.

"정치인들이 상당한 착각을 하고 있다. 담임목사가 교회에서 한마디 하면 교인들이 모두 따라서 투표를 하는 줄 알고 있다.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그건 극소수 교회에만 해당하는 이야기다. 선거는 잠깐 부는 바람이고, 교회는 지속적으로 경영해야 하는 대상이다. 담임목사라 하더라도 '누구를 찍으라'고 결코 말하지 못한다. 물론 말해서도 안 된다. 그런데도 정치인들은 자꾸 엉뚱한 기대를 한다."

-보수층에서는 이런 지적도 한다. "이명박·박근혜 보수 정부 때 정의구현사제단이 정치적 발언을 할 때는 괜찮고, 전광훈 목사가 정치적 발언을 하는 건 문제인가. 그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 어떻게 보나.

"그건 내용을 보고 평가해야 한다. 가령 정의구현사제단이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발언을 했다면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인권을 보호하라거나, 전쟁을 하지 말라는 발언을 했다면 비판할 수 없다. 종교가 '인권'이나 '전쟁 반대' 등 보편적 동의를 얻는 사안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발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저는 북한의 인권 유린에 대해서 비판적 입장이다. 문재인 정부가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서 침묵하는 것도 저는 비판한다. 동시에 북한에 식량을 보내는 인도적 지원에 대해서 저는 찬성한다. 그 둘 다 보편적 가치에 입각한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손 교수는 한기총과 전광훈 목사건이 "더 큰 문제로 흘러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손 교수는 "전 목사가 너무 지나치게 (발언과 활동을) 한 까닭에 오히려 반작용이 커져 버렸다. 전 목사와 한기총은 자기 자신을 향해 굉장한 손해를 끼쳤고, 대표성을 상실한 한기총이란 단체가 역사적으로 소멸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 그 와중에 한국 기독교(개신교)는 데미지(타격)를 입었다. 비기독교인이 보기에 '기독교는 아주 수준이 낮은 종교구나'라는 생각이 들게끔 했다"고 말했다.


백성호·장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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